메뉴 건너뛰기

2017.12.22 22:21

깡통차기

조회 수 735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시골길.jpg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못차서 논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던지? 아니면 지나가는 버스나 트럭이 납작하게 뭉개놓기까지는 차고 또 차댔다. 불편한 다리를 가지고도 비틀거리며 깡통을 차대던 추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오로지 깡통에 몰두하며 차다보면 걷는 지루함도 잊을 수 있었고 은근히 쌓인 스트레스도 풀어지는 듯하였다. 열심히 차대는 과정 속에서 결코 깡통은 깡통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간혹 깡통을 찬다는 것이 돌부리를 걷어차서 한참이나 발을 붙들고 신음소리를 내야하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는 그만한 놀이가 없었다. 깡통은 나름대로 씀씀이가 다양했다. 냇가에서 고기를 잡아 담아오기도 하고 보름날 깡통에 송송구멍을 뚫어 나뭇가지를 넣고 불을 붙여 돌리면 천하를 다 가진듯한 쾌감이 있었다. 저만치 돌려대는 승수의 불 깡통과 내 것이 조화를 이루며 추운 겨울밤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불놀이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동리 어른들이 쌓아놓은 거대한 집단에 불이 붙으며 장관은 연출되었다.

 

 

 나는 약간 외골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 먼 거리를 초지일관 깡통을 차댄 것을 보면 무언가에 꽂히면 무섭게 직진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하면 끝까지 하고 안하려면 처음부터 시작을 말고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은 느슨해 지는듯하지만 아직도 그 근성은 남아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다 나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시작은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 헐렁해지고 책임감 없이 유야무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깡통을 차다가 금방 그만두는 타입이랄까? 처음과 끝이 일관된 사람을 찾는 일은 힘든 것 같다.

 

 

 이민사회를 들여다보면 모임이 참 많다. 학교 동문 모임, 그 유명한 해병대로부터 3군 모임, 향우회 모임, 같은 업종 모임 등. 외로운 타국에서 친목하며 교제하는 그룹들이 많다. 나도 그 모임 가운데 고문이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술을 돌리고 사담을 하다 헤어지는 모임은 나중에 시들해지는 것을 발견한다. 내가 고문을 맡고 있는 모임은 비록 소수가 모이지만 예배를 드리고, 현안을 의논하고 회비를 모아 선교사들을 지원하는 바람직한 일들을 추구하며 30년의 세월을 끈끈하게 이어오고 있다.

 

 

 시작은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일수도 있다. 하지만 방향을 바람직하게 잡고 회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때에 그 모임은 역동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모임을 결성하고도 적극성을 띠지 못하는 회원들로 인해 얼마 못가서 사라져간 모임이 이민사회에 수두룩하다. 안타깝다. 결국 인생에서 남는 것은 사람인데 말이다. ‘초지일관’(初志一貫)하는 사람이 매력 있는 사람이다. 그것은 책임감과도 직결된다.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오늘날의 병폐이다.

 

 

 일단 눈에 들어온 깡통을 놓치지 않고 차고 또 차서 마지막 집 앞 쓰레기통에 집어넣듯이 일단 시작을 하고 약속을 했으면 끝까지 진행하는 끈기가 아쉬운 세상이 되었다. 나도 이래저래 몸담은 모임이 많다. 모임을 이어가다보면 돌발행동을 하는 팀원에게 저으기 실망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에 휘둘리다보면 모임은 이어질 수가 없다. 항상 다른 것을 인정하고 묵묵히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깡통얘기를 하다가 엉뚱한 곳으로 글이 흐르는 것 같지만 그 사람의 한 가지 행동이 전인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이 되는 듯하다.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한번 시작을 했으면 끝까지 함께 가야하지 않을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도 말이다. 이왕 차기 시작한 깡통을 집까지 몰고 가는 일념으로 오늘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작은 성의가 필요하다.

  인생은 직진 아닐까?

 


  1. 슬프고 안타까운 병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포천 큰댁으로 달려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드디어 방학을 하고 시골에 가면 집안 어른들에게 두루 다니며 인사를 하고 후에 누이와 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외가댁이었다. 걸어서 30분이면 외가에 도착을 했고 ...
    Views64845
    Read More
  2. 어머니∼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있다. 바로 어머니이다. 나이가 들어도 안기고 싶은 곳은 어머니 품이다. ‘남자는 평생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며 산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결혼을 위해 많은 교제를 하다가도 결국은 어머니 같은 여인과 결혼을 하...
    Views71989
    Read More
  3. 손을 보며

    손을 들여다본다. 손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집으면 바닥이 매끄럽게 드러난다. 각각 다른 길이의 손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손가락을 구부려 움켜쥐면 금새 동그란 주먹이 만들어 진다. 손가락마다 무늬가 새겨있는데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
    Views64838
    Read More
  4. 있을 때 잘해!

    한 부부가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왔다. 주유소 직원은 기름을 넣으면서 차의 앞 유리를 닦아준다. 기름이 다 들어가자 직원은 부부에게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남편이 “유리가 아직 더럽네요. 한 번 더 닦아주세요.”라...
    Views71440
    Read More
  5. 저는 휠체어 탄 여행가입니다

    장애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장애인들은 내달리는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무척이나 즐긴다. 일명 휠체어 여행가가 있다. 홍서윤. 그녀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휠체어 탄 여행가라고 소개하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란 얼굴...
    Views70154
    Read More
  6. 그 분이 침묵 하실 때

    하이웨이에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며 원활하게 소통될 때 시원함을 느낀다. 누구와 하며 공감대를 느낄때에 통쾌함을 느낀다. 야구 경기의 흐름이 빨라지면 흥미진진함을 느낀다. 드라마를 볼 때도 스토리를 신속하게 풀어나가는 작가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
    Views71153
    Read More
  7. 사투리 정감(情感)

    서울 전철 안에서 경상도 사나이들이 너무도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켠에 승차한 여성 두 명이 두 사람을 쳐다본다. 하는 말이 “아니, 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지?” “외국사람 같은데” “아냐, 우리나라 사람이야&rd...
    Views67092
    Read More
  8. 내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는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고민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옷에 예민하다. 옷 입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Views70797
    Read More
  9.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
    Views70962
    Read More
  10. 2018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사연을 안고 새해의 품안에 안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마음으로 새해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세상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년이 2018년이다. 영어로 선...
    Views75857
    Read More
  11.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76223
    Read More
  12. 깡통차기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
    Views73507
    Read More
  13. 특이한 언어 자존심

    사람은 말을 해야 사는 존재이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조크’도 알아듣지 못하면 전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말을 쓴다. 그런데 우리가 ...
    Views79324
    Read More
  14.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Views75497
    Read More
  15.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
    Views71528
    Read More
  16.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69281
    Read More
  17.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75652
    Read More
  18.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76819
    Read More
  19.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79200
    Read More
  20.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8454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9 Next
/ 39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