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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6:58

가을 피아노 9/30/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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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에 가장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우지 못했다”가 아닌 “배우지 않았다”라는 표현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였음을 의미한다. 고교 1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차려놓은 가게를 돕던 누이는 무슨 생각인지 가게 뒤쪽에 있는 집에 방 하나를 계약한다. 며칠 후 피아노를 들여 놓더니 학원을 시작했다. 70년대 초반이니까 지금처럼 자녀들에게 필수로 피아노를 가르치던 시대가 아니었다. 평상시 가까이 지내던 동생을 교사로 채용하고 며칠 후부터 아이들이 드나들며 제법 피아노 학원의 면모가 갖추어져 갔다.

등 너머에서 보니 아이들은 ‘바이엘’이란 교본으로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다. 누이의 권유에 따라 나도 흥미를 가지고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았다. 영롱한 피아노의 음률이 듣기 좋았다. 하지만 똑같은 건반을 반복해서 누르는 것이 내 체질에 맞지 않았다. 사실 나는 그때 기타에 빠져있었다. 새로운 기타주법과 코드 변형을 배우러 여기저기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다. 그런 내게 기초피아노 건반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은 흥미를 주지 못했다.

그 시대에 남자가 피아노를 치는 것은 흔한 모습이 아닌 이유도 있었다. 결국 나는 피아노를 공짜로 배울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나중에 믿음이 들어가고 교회생활에 젖어 들고 특히 성가대 지휘를 맡으면서 피아노를 배우지 않은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내가 피아노를 능숙히 다룰 줄 알았다면 인생의 흐름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목회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삶이 움직였을 극단적인 추측도 해 본다. 따라서 오늘 이대로의 삶을 감사하며 살기로 하였다.

고등학교 친구 중에 “강훈익”이가 있었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다. 교직자 집안에서 성장한 훈익이는 피아노를 능수능란하게 연주하였다. 훈익이의 피아노와 내 기타가 어우러져 한나절을 보낸 적이 많았다. 훈익이는 피아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그는 “피아노는 악기의 대부라.”고 나를 세뇌(?)시켰다. 훈익이 덕분에 피아노의 매력에 빠져 들었고 음악 감상실을 드나들며 음악에 대한 견문을 넓혀갔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감성에 젖을 때가 종종 있다.

피아노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대만 배우 ‘주걸륜’이 주연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편부, 편모 슬하에서 자라난 “샹륜”과 “샤오이”는 예술 고등학교에서 만난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쇼팽 음악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환상적이다. 영화의 백미는 두 남학생의 ‘피아노 배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들이 처음 만나게 된 것도 피아노 앞이고 헤어지는 곳도 피아노 앞이다. 피아노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 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첫사랑이 불현듯 생각나는 영화라고나 할까?

피아노에는 88개의 건반이 있다. 흰 건반 52개와 흰 건반보다 반음 높은 음을 내는 검은건반 36개로 구성된다. 일단 피아노는 스케일이 큰 악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피아노를 전공한 분들을 만나보면 마음씀씀이가 넓은 것을 느낀다. 사실 피아노(Piano)는 건반이 달린 타현악기이다. 알토부터 소프라노까지 넓은 음역을 가지고 있는 악기인 것이다. 피아노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정교하다. 현이 가로로 되어있어 피아노의 소리를 내는 줄의 해머를 중력에 의하여 치게 되어 진다. 반응이 빠르고 소리도 웅장하다. 그래서 피아노의 원래 이름이 “피아노포르테”인가보다.

피아노는 가을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피아노曲을 한껏 틀어놓고 낙엽이 흩날리는 숲을 달려보자. 마치 영화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 오며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가을이 깊어간다. 이 가을에 피아노를 만나고 피아노에 젖어들며 잠시 삶의 시름을 잊는 것은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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