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04.13 21:18

내 옷을 벗으면

조회 수 5374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제복.jpg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는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고민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옷에 예민하다. 옷 입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옷은 경제상황까지도 드러낸다. 확실히 GNP가 높은 나라는 복장부터 티가 난다. 경제가 어려운 나라 사람들은 옷차림이 남루하다. 옷은 사람의 피부를 보호해 주는 역할이상으로 많은 복선을 깔고 인류와 함께 해 왔다.

 

  원색을 즐겨 착용하는 사람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자신만만하다. 수수한 옷차림을 즐겨하는 사람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내면을 다지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남성들의 의복은 대개 검은 계통이 일반적인 반면 여성들의 의복은 계절과 시대를 따라 변화무쌍하게 길이와 색상을 달리한다. 봄은 여성의 옷으로부터 찾아온다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다. 여자의 옷은 제2의 자아이다. 옷장 속의 옷들은 여자의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한다.

 

  옷은 신분을 나타내 주는 역할을 한다. 신부는 항상 수단, 사제복을 입는다. 스님도 회색계통의 승복을 입는다. 목사는 때로 로만칼라를 착용한다. 흰 목띠 형태로 깃이 없는 셔츠에 부착하는 옷이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입어본 적이 없다. 감리교회나 루터란 계통의 목사들은 즐겨 입는 듯하다. 군인은 군복을, 경찰은 경찰복을, 승무원들은 기차, 선박, 항공기 등 교통 기관에서 근무할 때 반드시 제복을 입는다. 학생은 교복을 착용해야 하며, 검찰 계통의 근무하는 분들은 직분에 따라 옷 모양이 다르다.  

 

  내가 어린 시절에 입고 싶었던 것은 보이스카웃 복장이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나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고교 시절에는 교련복을 입고 싶었지만 그 시간만 되면 교실을 지켜야 하는 나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는 옷이었다. 양평군내 중학교 대항 체육대회가 열리면 제일 먼저 입장하며 분위기를 돋운 것은 여중 브라스밴드 악단이었다. 열을 지어 멋진 유니폼에 일사불란하게 드럼은 두드리는 여자애들은 우리의 가슴을 달뜨게 했다. 정말 멋이 있었다.

 

  제복을 착용하던 사람이 그 옷을 벗으면 평범해 지는 것을 아는가? 88올림픽이 가까워오며 군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시도한다. 올림픽에 참석하는 세계 선수들 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기 위해 검문소에서 근무하는 헌병들의 제복을 벗겨낸 것이다. 커다란 기럭지의 헌병이 지나가는 버스를 세우고 검문하던 모습을 우리 세대는 기억한다. 살짝 가리워진 철모 밑으로 날카로운 눈매를 보이며 구슬 굴리는 소리를 내는 워커를 신고 승객들을 훑으며 검문을 하는 모습에 차내 분위기는 살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제복을 벗은 헌병은 전혀 권위가 없었다. 미안한 표현으로 마치 방위병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옷은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낼 뿐 아니라 삶의 태도도 결정한다. 양복을 입고 다닐 때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었을 때에 마음가짐은 차이가 난다. 나는 목사이다. 목사는 타종교의 성직자처럼 특별한 제복이 없다. 하지만 목사안수를 받는 그 순간부터 목사로 살아야 한다. 글을 쓰며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목사라는 옷을 벗어도 거룩하게 살 수 있을까?’ 목사도 사람이다. 사람들은 목사는 전혀 죄성이 없는 사람으로 오해한다. 아니 전혀 죄와는 관계없는 사람으로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똑같다. 나도 일탈하고 싶은 욕망을 느낄 때가 있다.

 

  스트레스 해소라는 핑계로 보통 사람들이 하는 짓(?)을 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목사라는 이 옷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 목사라는 아름다운 멍에가 나를 목사답게 살도록 인도해 주었다. 목사이기에 목사처럼 살 수밖에 없는 아니, 목사로 살아야 하는 내 삶이 그래서 소중하다. 만약 내가 목사가 아니었다면 내 신앙과 인격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다. 목사이기에 목사라는 옷을 입고 있는 내 생애동안 목사의 사명을 다할 수 있는 것이 그래서 대견하며 다행스럽고 기쁘다. 그래서 직분이 중요하고 옷이 귀한 것이다.

 


  1. 그 분이 침묵 하실 때

    하이웨이에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며 원활하게 소통될 때 시원함을 느낀다. 누구와 하며 공감대를 느낄때에 통쾌함을 느낀다. 야구 경기의 흐름이 빨라지면 흥미진진함을 느낀다. 드라마를 볼 때도 스토리를 신속하게 풀어나가는 작가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
    Views53653
    Read More
  2. 사투리 정감(情感)

    서울 전철 안에서 경상도 사나이들이 너무도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켠에 승차한 여성 두 명이 두 사람을 쳐다본다. 하는 말이 “아니, 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지?” “외국사람 같은데” “아냐, 우리나라 사람이야&rd...
    Views50890
    Read More
  3. 내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는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고민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옷에 예민하다. 옷 입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Views53744
    Read More
  4.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
    Views54511
    Read More
  5. 2018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사연을 안고 새해의 품안에 안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마음으로 새해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세상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년이 2018년이다. 영어로 선...
    Views59056
    Read More
  6.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59438
    Read More
  7. 깡통차기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
    Views57412
    Read More
  8. 특이한 언어 자존심

    사람은 말을 해야 사는 존재이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조크’도 알아듣지 못하면 전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말을 쓴다. 그런데 우리가 ...
    Views60762
    Read More
  9.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Views58125
    Read More
  10.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
    Views55124
    Read More
  11.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53364
    Read More
  12.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59328
    Read More
  13.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60450
    Read More
  14.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61263
    Read More
  15.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165002
    Read More
  16. 감성 고뇌

    가을이 왔는가보다 했는데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의 농도는 아직도 여름을 닮았다. 금년은 윤달이 끼어서인지 가을이 더디 오는 듯하다. 따스한 기온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방해가 되는...
    Views61255
    Read More
  17.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61843
    Read More
  18. Not In My Back Yard

    오래전, 버지니아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교회 역사만큼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고상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었다. 둘째 날이었던가? 설교 중에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Views60729
    Read More
  19. 누나, 가지마!

    KBS가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방영했다. 흐르는 강물조차 얼어붙은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인도 라다크 깍아 지른 협곡 사이로 수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줄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순례 길을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
    Views60129
    Read More
  20.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7650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