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82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3110828_orig.jpg

 

 

평생 건강하게 사는 사람은 장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장애인에게는 모든 것이 꿈이요, 기적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들을 장애인들은 평생 꿈으로 바라보며 산다. 삼중고(시각, 청각, 언어장애)의 고통을 끌어안고 살았던 헬렌켈러의 글이 있다. <내가 3일간 눈을 뜰 수 있다면> “내가 만일 이 세상에서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내 눈을 뜨는 그 첫날,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준 예쁘고 인자한 나의 스승 ‘에나 설리번’을 찾아가겠다. 둘째 날 아침엔 일찍 일어나서 뒷산에 올라가 밤과 낮이 구별되는 장엄한 일출을 보고 싶다. 마지막 셋째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새로운 아름다움의 계시와 새 즐거움을 발견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 할 것이다.”

너무 슬프다, 가슴이 저려온다. 결국 헬렌켈러는 그 소박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장애 아동을 가진 부모님들의 소원은 한결같다. “내 아이보다 하루를 더 사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두고는 눈을 감을 수 없기에 그 아이보다 단 하루를 더 살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만나는 분들이 동일하게 하는 말이 있다. “목사님, 세상에 장애인 아닌 사람이 있나요? 알고 보면 저도 장애인입니다.”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대응은 하지만 그 말처럼 우리 장애인들이 듣기 거북한 말도 없다.

나는 묻고 싶다. “장애 때문에 온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과 조롱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놀림 받은 치욕감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뒤척여 본적이 있는가? 장애 때문에 정당하게 받아야할 대우를 박탈당한 채 고통스러워 해 본적이 있는가? 장애가 눌러오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눈물을 흘리다가 그 눈물마저 메말라 정신적인 패닉상태에 빠져 본적이 있는가?” 이런 경험들을 해 보았다면 “장애인”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경험도 해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면 앞으로는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끔 기분 좋은 상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물론 가정(if)이지만 나름대로 생각여행을 떠날 때가 있다. 방향은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진다.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바람직한 삶은 살지 못했을 것 같다. 연예인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젊은 날의 내 꿈이었고 나를 가까이 하는 분들이 인정하는 면이다. 잘되었으면 돈푼깨나 만지며 살았을 것이다. 불신 가정에서 자라났으니 세상남자들이 하는 요상한 짓(?)을 다해대며 그냥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긍정적인 방향은 지금처럼 목회자의 길을 걷는 나의 모습이다. 20대 중반, 본 교회를 떠나 자 나를 불러주는 교회가 없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장애 때문이었다. 주일마다 교회를 전전하며 1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야만 하였다. 덕분에 교회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지만 그때 나는 신학을 포기할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내게 장애가 없었다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전도사 직분을 감당했을 것이고 차분히 스펙을 쌓아 유력한 교회에 담임목사로 스카웃 되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 가보면 오랜 세월 함께 어울렸던 친구 목사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멋진 목회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헛된 망상은 아닌 듯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만약(if)은 사람에게 위로와 웃음을 주는가보다. 망상이지만 잠시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도 누군가 물어왔다. “목사님, 한국에서 일반목회를 할 때보다 행복하세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 보기에 화려하지도 대단해 보이지도 않지만 나는 지금의 나를 사랑한다. 장애인으로 장애인들을 섬기며 살아가는 내 모습이 대견하고 귀해 보인다. 실로 장애의 무게는 버거웠다. 하지만 그 무게 이상의 은혜를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나를 웃음지게 만든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 환경, 사람들을 사랑하며 묵묵히 이 길을 가련다. 나는 장애인이다!


  1. 바람이 되고싶다 10/21/2013

    40대 초반 가을이었다. 다일 영성수련원(원장:최일도 목사) 경축전 ‘특송’을 부탁받고 경기도 양평 옥천을 거쳐 설악 뒷산을 차로 질주하고 있었다. 산마다 물감을 뿌려 놓은 듯 각양각색의 영롱한 단풍이 가을이 깊어감을 실감케 했다. 차창에 ...
    Views68067
    Read More
  2. 요령의 미학 6/13/201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은 전무하다. 라면이야 누구나 끓이는 것이고 요리라 이름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나는 없다. 단, 밥은 잘한다. 이것은 내 아내와 아이들도 인정을 하는 면이다. 아마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자취를 한 이력 ...
    Views68134
    Read More
  3. 부부는 거울이다 8/31/2011

    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관계가 부부이다. 전혀 다른 집안과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사람이 어느 날 부부라는 이름으로 한 이불을 덮는다. 처음부터 잘 맞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처음에는 한눈에 반해서, 서로 함께 사는 것이 평생소원이어서 부부가 되...
    Views68138
    Read More
  4. 내적치유의 효험

    상처가 상처인지도 모르고 살던 때가 있었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판국에 내면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 되어가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에게는 참 평안을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찾아 왔다. 환경이 ...
    Views68144
    Read More
  5. 살다보니 살아지더라구요! 6/2/2014

    2002년 가을, 한국에서 목회하던 교회에 반주자로부터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목사님, 이런 인생도 있네요.”라는 제목이었다. 메일을 읽으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쩌면 인생이 이렇게 기구할까?’ 다름 아닌 “이지선”...
    Views68173
    Read More
  6. 기분 좋은 상상 12/9/2013

    평생 건강하게 사는 사람은 장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장애인에게는 모든 것이 꿈이요, 기적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들을 장애인들은 평생 꿈으로 바라보며 산다. 삼중고(시각, 청각, 언어장애)의 고통을 끌어안고 살았던 헬렌켈러의 ...
    Views68207
    Read More
  7. 결혼 일곱고개 6/17/2012

    봄은 역시 결혼의 계절인가보다. 여기저기서 청첩장이 날아든다. 세상을 살면서 “결혼”처럼 황홀한 일도 드물 것이다. “짝”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식을 올리는 그날은 오...
    Views68234
    Read More
  8.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요즈음 아내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추억에 젖어 보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이런 질문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몇 주 전에 한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담임 ...
    Views68236
    Read More
  9. 이 감격, 이 감동! 11/14/2014

    사람이 살다보면 기쁨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토록 원하던 일들이 성취되는 순간이나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영화처럼 눈앞에 나타날 때이다. 올림픽이 온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올림픽 자체가 감동 덩어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몇 시간, ...
    Views68248
    Read More
  10. 인생은 무엇인가? 7/19/2014

    날이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 한국에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지루하지만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을 지어내던 기억이 새롭다. 빗속에 동화가 있고 저만큼 다가오는 추억이 있었다. 미국은 온통 초록색 향연이다. 그래서 ...
    Views68337
    Read More
  11. 장애인은 아름답습니다 3/8/2014

    한국에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만들어 준 영화가 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은 그해 여름에 열린 대종상 영화제 7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게 된다. 한 영화평론가는 “<말아톤>은 장애인에 대한 한국 사...
    Views68381
    Read More
  12. 변산공동체 1/28/2013

    시쳇말로 잘나가던 분이 갑자기 시골로 향한다. 땅을 개간하고 전혀 해보지 않은 농사일을 시작한다. 소문을 듣고 외로운 사람들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여든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한 식구를 이루어가며 공동체가 되었다. 주인공은 “농...
    Views68461
    Read More
  13. 밀알의 밤 바다 9/4/15

    가을이 되면 밀알선교단에서는 음악회를 연다. 2003년 7월.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여 장애인사역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선교단의 상황은 열악했다. 전임 단장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시...
    Views68466
    Read More
  14. 섬집 아기 7/10/2012

    한국인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동요가 있다. 동요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섬집아이”를 불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처음 학교 음악시간에 “섬집아이&rdquo...
    Views68472
    Read More
  15. 대화하고 사십니까? 5/25/2013

    한문으로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 한다. 글자대로 풀면 “사람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관계로 본 것이다. 혼자는 사람이 안된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아담을 만드시고,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
    Views68485
    Read More
  16. 목사님, 저 기억하세요? 10/17/2014

    초등학교 국어책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원자 폭탄이요” “아니, 호랑이요” 이내 선생님이 입을 여신다. “세...
    Views68530
    Read More
  17. 아쉬움 2/20/2015

    지난 1월 호주에서 열렸던 AFC(아시안 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나는 한국 축구가 아시아에서는 최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55년 동안 아시안 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갔다. 금번 대회에 우리나라는 &...
    Views68543
    Read More
  18. 이마고를 아십니까? 1/9/2015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미국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돈이나 건강, 학력, 직업, 외모’가 행복지수와는 결정적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족 관계가 가장 좋은 사람, 그 중 부부관계가 좋...
    Views68598
    Read More
  19. 가슴 4/19/2014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가 되면서 나는 참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동네를 가로 질러 지나 갈 때면 길에 나와 놀던 아이들이 다리 저는 흉내를 내며 나를 놀려댔다. 아이들은 내가 듣기에 거북한 소리를 질러댔다. 게다가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
    Views68627
    Read More
  20. 바다 그리고 음파 9/18/15

    세상에는 노래가 많다. 사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그 옆에는 대장간이 마주했다. 친구들과 심심하면 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커다...
    Views6865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