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7:12

어디요? 1/20/2014

조회 수 935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통하다.jpg

 

 

한 신사가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에 타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핸드폰을 꺼내 든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신호 가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묻는다. “어디요?” 요사이는 워낙 전화기 성능이 좋아서 소리가 다 들린다. 상대방이 대답한다. “밖” 다짜고짜 전화를 끊는다. 신사의 입가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와! 정말 단순하다. 간단명료하네.” 전화상대는 남편 할아버지인 것 같다. “어디요?” “밖” 단 두 마디가 오갔지만 짧디 짧은 통화에서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노부부의 정이 느껴졌다. 신사는 혼자 중얼거린다. “인생이 저리 단순한 것을 우리는 너무 복잡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것 같다.”고.

그렇다. 통해야 인생이 재미가 있다. 전라도 분들은 “거시기, 거시기”하면 다 통한다. 우리 같은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감이 안 잡힌다. 그런데 다 알아차린다. 할머니들의 친목모임이 있었다. 회장을 맡은 할머니가 모임장소를 잘못 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음날 가보니 회장이 말한 장소가 아니라 항상 모이는 그 장소에 모두 와있더란다. 그것도 전원이 말이다. 그렇게 함께 하다보면 통하게 되어있나 보다. 갓난아기는 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엄마는 다 알아차리며 아가를 돌본다. 아기가 알아듣든지 말든지 엄마는 혼잣말을 해가며 모든 것을 처리해 준다. “어구, 어구. 우리 애기 배고팠구나. 서러워서 우는 거야. 하이고 시원하게 볼일을 보셨네.”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엄마는 바쁘다. 바빠도 무지 바쁘다.

부부도, 가족 간에도, 이웃끼리도 통해야 한다. 꼭 말을 많이 해야만 통하는 것이 아니다. 통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행복하다. 자, 이 대화는 어떨까? 할머니들이 주고받는 말이다. “예수가 죽었디야” “워쩌다가 죽었디야?” “아, 글씨 못에 박혀 죽었다는구먼” “글게 우짜야쓰까잉 쓰잘데기업시 누더기를 걸치고 다니더만” “근디 예수가 누기여?” 친구 할머니의 대답이 걸작이다. “나두 잘 모르겠는디. 우리 며늘아가 ‘아부지 아부지’하는거 보먼 우리 사돈인가벼!!!” 두 분이 워낙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니 끼어들 수도 없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다 그러면서 산다.

나는 부목사 생활을 천호동에서 했다. 버스종점이 자리하고 있는 눈을 감으면 잡힐 듯 그림 같은 곳이었다. 외출을 하려면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막 출발하려는 버스에 올라타야만 하였다. 그러다보면 꼭 안면이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같은 교회 성도든지 아니면 같은 동에 사는 사람이든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묻는다. “어디가세요?” “예, 어디 좀 갑니다.” “아, 예” 대화가 이상하다. 행선지를 물으면 가는 곳을 말해야 하는데 물음도 대답도 애매하다. 그런데 그 대화에서 안부와 서로 간에 정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말 중에 가장 희한하고 탁월한 말이 “아이고!”이다. 가장 많이 쓰는 말이지만 그 말의 의미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매우 힘들다. “아이고!”는 정말 다양하게 쓰여 지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을 만나도 “아이고!” 좋은 일을 만나도 “아이고!” 한다. 우리나라 초대“이승만” 대통령의 영부인은 “프란체스카”여사였다. 유창한 한국말을 하며 한국 사람과 흡사하게 살았던 분이다. 그런데 오랜 세월 이승만 대통령과 살면서 평생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 “아이고!”였다 한다. 영어로 하면 “I Go!”인데 맨 날 어디를 간다고 하는지 정도로 밖에는 이해를 못한 것이다. 우리는 안다. “아이고!”라는 한마디 속에 한국인의 정서가 가득 담겨있다는 것을.

통해야 산다. 그런데 어느 날 통하는 때가 온다. 그게 신기하다. 통하면 행복하다. 통하면 흔히 하는 말로 눈빛만 보아도 안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도 용기이지만 하고 싶은 말을 안 하는 것은 더 큰 용기라.”는 것을. “어디요?” “밖” 멋있다.


  1. 동수와 경찰아저씨 5/2/2014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들지만 언니 집으로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아요” 장애를 가진 자매의 하소연이다. 자매는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저는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뇌성마비 1급 지체 장애를 가지고 ...
    Views90626
    Read More
  2. 슬퍼서 아름다운 노래 가수 김정호 4/26/2014

    누구나 미치도록 좋아하는 가수가 하나쯤은 있다. 나의 십대로부터 20대를 흘러가면서 내 마음 한켠에 시냇물을 만들어 준 가수가 있다. “김정호” 진정 내 십대에 아이돌은 “김정호”였다. 어쩌다가 김정호가 TV(흑백) 화면에 나타나...
    Views99906
    Read More
  3. 가슴 4/19/2014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가 되면서 나는 참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동네를 가로 질러 지나 갈 때면 길에 나와 놀던 아이들이 다리 저는 흉내를 내며 나를 놀려댔다. 아이들은 내가 듣기에 거북한 소리를 질러댔다. 게다가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
    Views86744
    Read More
  4. 남자를 위하여 4/12/2014

    이 지구상에 반은 남자이다.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여 남자들이 지구의 반을 디디고 살고 있다. 도대체 남자는 누구인가? 내가 어릴 때만해도 한국은 남성중심의 사회였다. 아버지가 가정의 축이었다. 새 학기에 작성하는 생활조사서 호주 난에는 당연히 아버...
    Views85893
    Read More
  5. 차라리 다리가 없으면--- 4/5/2014

    모두가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이란 단어자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평생 시각장애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다리가 하나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앞이 보이지 않아 ...
    Views93497
    Read More
  6.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3/28/2014

    금년 겨울은 겨울답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지루하다고 해야 할까?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 며칠이 멀다하고 쏟아지는 폭설, 3월이 되어서도 내리는 눈은 눈치가 없는걸까? 봄을 시샘하는걸까? 특별히 사업을 하는 이민자들이 버텨내기에는 몹시 버거운 겨울이...
    Views85154
    Read More
  7. 음식맛은 장맛 3/23/2014

    갑자기 어린 시절, 집집 툇마루에 걸려있던 메주가 떠올랐다. 이제 제법 작가의 영감이 찾아온 모양이다. 흔히 사람들은 범상한 기준보다 떨어지는 외모를 가진 사람을 향해 메주덩어리에 비유한다. 메주가 들으면 화를 낼 일이다. 메주가 만들어지기까지 들...
    Views90212
    Read More
  8. 부부는 서로를 무서워한다 3/15/2014

    여기 남편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한 여인이 있다. 그녀의 남편은 실로 가부장적인 의식을 가지고 아내와 아이들을 호령한다. 누가보아도 간이 바깥으로 나온 사나이이다. 그런데 남편은 “나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아내라.”고 말을 ...
    Views87742
    Read More
  9. 장애인은 아름답습니다 3/8/2014

    한국에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만들어 준 영화가 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은 그해 여름에 열린 대종상 영화제 7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게 된다. 한 영화평론가는 “<말아톤>은 장애인에 대한 한국 사...
    Views86482
    Read More
  10. 살맛나십니까? 3/3/2014

    인생은 무엇인가? 맛을 보는 것이다. 입맛이 있고 살맛이 있다. 입맛에는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 신맛, 아린 맛등 다양하고 미묘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사람에게 어떤 한 가지 맛만 누리라고 하지 않으시고 달고, 쓰고, 시고, 짜고, 맵고, 싱겁고, 떫고...
    Views81941
    Read More
  11. 성도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2/25/2014

    목사님 한분이 상기된 얼굴로 설교 CD를 내게 보여주며 격앙된 어조로 넋두리를 한다. 이야기인 즉슨 교인 한사람이 이 CD를 주면서 “목사님도 이렇게 설교하실 수 없어요.” 하더라는 것이다. 순간 ‘오죽하면 그런 어필을 했을까?’라...
    Views89762
    Read More
  12. 남자들은 왜 그래요? 2/17/2014

    40대 후반의 한 중년 여인으로 부터 아주 긴 사연의 편지가 도착했다. 자기 남편이 이번에 부도가 났는데 그것도 두 번째라는 것이다. 그동안 느낌이 안 좋아서 물어보면 항상 “괜찮다.”라고 대답을 해왔다. “자기 걱정 하지 말고 자식들이...
    Views88890
    Read More
  13. 텍사스 밀알 선교단 2/9/2014

    연초부터 미주밀알에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워싱톤 밀알 “정택정 단장”이 정신 병동에 심방을 갔다가 장애인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구타를 당해 뇌출혈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수술을 두 번이나 시도해도 뇌에 출혈은 멈추지 않는 급박한 상...
    Views95605
    Read More
  14. 교복을 벗고 2/2/2014

    한국에 갔을 때에 일이다. 친구가 꽃게탕을 잘하는 집이 있다며 굳이 “마장역 앞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사실 활어회는 몰라도 해물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친구의 성의가 고마워 택시에 올랐다. 가다보니 신답십리 쪽이었고 장...
    Views96367
    Read More
  15. 건빵 1/28/2014

    나는 간식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우직하게 세끼 식사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입이 궁금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시장기가 돌았고 불현듯 생각 난 것이 건빵이었다. 60년대만 해도 간식은 고사하고 양식이 없어 굶주리...
    Views95753
    Read More
  16. 어디요? 1/20/2014

    한 신사가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에 타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핸드폰을 꺼내 든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신호 가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묻는다. “어디요?” 요사이는 워낙 전화기 성능이 좋아서 ...
    Views93596
    Read More
  17. 여자와 거울 1/11/2014

    거울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 두메산골에 사는 한 부인네가 서울로 일을 보러 가는 남편에게 “거울을 사다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남편이 사온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아내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거울 속에 묘령의 여자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평...
    Views105257
    Read More
  18. 2014 첫 칼럼 행복을 이야기합시다! 1/4/2014

    새해가 밝았다. 처음 시작하는 시점은 사람들에게 뜻 모를 설레임을 준다. 해가 바뀌면 영어로 ‘Reset’하는 기분이 들어 좋다. ‘Reset’이 무엇인가? “장치의 일부 또는 시스템 전체를 미리 정해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Views90596
    Read More
  19. 세월, 바람 그리고 가슴으로 보낸다 12/30/2013

    한해가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사람은 누구나 회상에 젖는다. 이민생활이 워낙 각박해서 그럴 여유조차 없는 분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해의 높이가 낮아진 만큼 햇빛이 방안 깊숙이 파고 들어와 좋다. 반면 그 낮아진 햇빛에 비친 산 그림자...
    Views82973
    Read More
  20. 36.5°12/23/2013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체온도 함께 올라가며 몸이 더워진다. 더운 여름날에는 체온이 최고조에 이른다. 몸은 살기위해 땀을 분비함으로 체온을 조절하려 애를 쓴다. 반면 날씨가 추워지면 온몸에 소름을 일으켜 최대한 체온이 ...
    Views9379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39 Next
/ 39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