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7:13

건빵 1/28/2014

조회 수 957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6839059_orig.jpg

 

 

나는 간식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우직하게 세끼 식사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입이 궁금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시장기가 돌았고 불현듯 생각 난 것이 건빵이었다. 60년대만 해도 간식은 고사하고 양식이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의 생활수준이 확연히 드러난다. 가난한 아이들은 “옥수수 죽”을 타먹었다. 줄을 서서 각자가 준비한 약간 노란색깔의 “철변또”(도시락)를 갖다 대면 당번이 커다란 국자로 변또가 넘치도록 옥수수 죽을 부어주었다.

나는 아버지가 경찰이셨기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 사람 심리가 이상하다. 나는 아이들이 타먹는 그 옥수수 죽이 그렇게 맛있어 보였다. 짝을 설득(?)하여 옥수수 죽과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바꾸어 먹는 일이 종종 있었다. 꿀맛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옥수수 죽은 옥수수 빵으로 진화하게 된다.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사람의 체형까지 바꾸어 놓는 것을 실감한다. 내가 어릴 때는 양식이 부족해서인지 말라깽이들이 많았다. 오죽하면 교실마다 “왕갈비”(하도 말라 갈비뼈가 드러난 아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다.

후배목사가 군목으로 부임하면서 “원통”에 있는 부대에 나를 강사로 초청해 주었다. 집회를 인도하며 알게 되었다. 군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쵸코파이”라는 것을 말이다. 군목과 군종들이 하는 중요한 일중에 하나는 야간행군을 하는 장병들에게 쵸코파이를 나눠주는 일이다. “쵸코파이”가 인기가 있는 것은 일단 달아서 좋고 작아도 칼로리가 높은 식품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도 롯데보다는 “오리온” 것을 더 선호한다나.

내가 어릴 때는 먹을 것이 없었다. 아마 그 시절에 “쵸코파이”가 있었다면 대단한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대신 건빵이 있었다. 건빵은 그 시절 최고의 간식거리였다. 주의할 것은 급하게 먹어서는 안 된다. 목이 메이기 때문이다. 하나씩 음미하며 먹다보면 달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히 채워지게 된다. 예비군이 창설되며 파출소에는 예비군들이 상주하게 되었고 그들을 위해 건빵이 배급되었다. 이름 하여 “예비군 건빵”이었다. 예비군 마크가 새겨진 예비군 건빵은 봉투색깔이 얼룩색이어서 조금은 부티가 났다. 크기도 맛도 통상의 것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건빵이었다.

아버지 덕분에 우리 집에는 “예비군 건빵”이 끊어지질 않았다. 일종의 비리라고나 할까? 그러다가 나온 것이 별사탕 건빵이다. 자그마한 형형색색의 별사탕이 봉지 안에 들어있었고 담백한 건빵을 먹다가 ‘아삭아삭’ 별사탕을 곁들여 먹으면 단맛이 더해지는 별미 중에 별미였다. 건빵을 물에 붉혀 먹기도 하고 때로는 붉힌 건빵을 다시 불에 구워먹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건빵을 먹어댔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었다. 건빵을 들여다보면 꼭 구멍이 두 개 뚫어져 있었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가열 할 때에 증기의 압력이 너무 높아지면 건빵이 터져서 엉크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적당하게 구멍을 뚫어 반듯한 모양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세상에는 다 이치와 원리가 있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가 올 줄은 미처 몰랐다. 살이 찌는 것을 고민하며 음식을 절제해야하는 시대가 올 줄은 정말 몰랐다. 각종 운동기구부터 체중을 줄여준다는 약까지 현란한 광고가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이제는 간식의 종류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건빵을 먹어도 옛날 맛이 아니다. 건빵 한 봉지만 들면 부러울 것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건빵을 먹으며 우리들의 이야기도 쌓여갔고 친구간의 우정도 깊어갔다. 건빵뿐이 아니다. 짜장면, 라면, 호떡, 고구마 모두 옛날처럼 감칠맛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풍요로운 것은 좋은 일이지만 옛 맛을 찾을 수 없음이 서운하기 그지없다. 건빵을 함께 먹던 그 친구들은 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린 내게 건빵을 내어밀던 예비군 아저씨들은 이제 어떤 모습들이 되어있을지. 나는 지금 건빵을 사러 마트에 간다.


  1. 동수와 경찰아저씨 5/2/2014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들지만 언니 집으로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아요” 장애를 가진 자매의 하소연이다. 자매는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저는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뇌성마비 1급 지체 장애를 가지고 ...
    Views90627
    Read More
  2. 슬퍼서 아름다운 노래 가수 김정호 4/26/2014

    누구나 미치도록 좋아하는 가수가 하나쯤은 있다. 나의 십대로부터 20대를 흘러가면서 내 마음 한켠에 시냇물을 만들어 준 가수가 있다. “김정호” 진정 내 십대에 아이돌은 “김정호”였다. 어쩌다가 김정호가 TV(흑백) 화면에 나타나...
    Views99908
    Read More
  3. 가슴 4/19/2014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가 되면서 나는 참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동네를 가로 질러 지나 갈 때면 길에 나와 놀던 아이들이 다리 저는 흉내를 내며 나를 놀려댔다. 아이들은 내가 듣기에 거북한 소리를 질러댔다. 게다가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
    Views86746
    Read More
  4. 남자를 위하여 4/12/2014

    이 지구상에 반은 남자이다.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여 남자들이 지구의 반을 디디고 살고 있다. 도대체 남자는 누구인가? 내가 어릴 때만해도 한국은 남성중심의 사회였다. 아버지가 가정의 축이었다. 새 학기에 작성하는 생활조사서 호주 난에는 당연히 아버...
    Views85895
    Read More
  5. 차라리 다리가 없으면--- 4/5/2014

    모두가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이란 단어자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평생 시각장애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다리가 하나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앞이 보이지 않아 ...
    Views93497
    Read More
  6.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3/28/2014

    금년 겨울은 겨울답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지루하다고 해야 할까?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 며칠이 멀다하고 쏟아지는 폭설, 3월이 되어서도 내리는 눈은 눈치가 없는걸까? 봄을 시샘하는걸까? 특별히 사업을 하는 이민자들이 버텨내기에는 몹시 버거운 겨울이...
    Views85156
    Read More
  7. 음식맛은 장맛 3/23/2014

    갑자기 어린 시절, 집집 툇마루에 걸려있던 메주가 떠올랐다. 이제 제법 작가의 영감이 찾아온 모양이다. 흔히 사람들은 범상한 기준보다 떨어지는 외모를 가진 사람을 향해 메주덩어리에 비유한다. 메주가 들으면 화를 낼 일이다. 메주가 만들어지기까지 들...
    Views90212
    Read More
  8. 부부는 서로를 무서워한다 3/15/2014

    여기 남편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한 여인이 있다. 그녀의 남편은 실로 가부장적인 의식을 가지고 아내와 아이들을 호령한다. 누가보아도 간이 바깥으로 나온 사나이이다. 그런데 남편은 “나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아내라.”고 말을 ...
    Views87744
    Read More
  9. 장애인은 아름답습니다 3/8/2014

    한국에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만들어 준 영화가 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은 그해 여름에 열린 대종상 영화제 7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게 된다. 한 영화평론가는 “<말아톤>은 장애인에 대한 한국 사...
    Views86483
    Read More
  10. 살맛나십니까? 3/3/2014

    인생은 무엇인가? 맛을 보는 것이다. 입맛이 있고 살맛이 있다. 입맛에는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 신맛, 아린 맛등 다양하고 미묘하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사람에게 어떤 한 가지 맛만 누리라고 하지 않으시고 달고, 쓰고, 시고, 짜고, 맵고, 싱겁고, 떫고...
    Views81943
    Read More
  11. 성도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2/25/2014

    목사님 한분이 상기된 얼굴로 설교 CD를 내게 보여주며 격앙된 어조로 넋두리를 한다. 이야기인 즉슨 교인 한사람이 이 CD를 주면서 “목사님도 이렇게 설교하실 수 없어요.” 하더라는 것이다. 순간 ‘오죽하면 그런 어필을 했을까?’라...
    Views89763
    Read More
  12. 남자들은 왜 그래요? 2/17/2014

    40대 후반의 한 중년 여인으로 부터 아주 긴 사연의 편지가 도착했다. 자기 남편이 이번에 부도가 났는데 그것도 두 번째라는 것이다. 그동안 느낌이 안 좋아서 물어보면 항상 “괜찮다.”라고 대답을 해왔다. “자기 걱정 하지 말고 자식들이...
    Views88891
    Read More
  13. 텍사스 밀알 선교단 2/9/2014

    연초부터 미주밀알에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워싱톤 밀알 “정택정 단장”이 정신 병동에 심방을 갔다가 장애인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구타를 당해 뇌출혈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수술을 두 번이나 시도해도 뇌에 출혈은 멈추지 않는 급박한 상...
    Views95607
    Read More
  14. 교복을 벗고 2/2/2014

    한국에 갔을 때에 일이다. 친구가 꽃게탕을 잘하는 집이 있다며 굳이 “마장역 앞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사실 활어회는 몰라도 해물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친구의 성의가 고마워 택시에 올랐다. 가다보니 신답십리 쪽이었고 장...
    Views96367
    Read More
  15. 건빵 1/28/2014

    나는 간식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우직하게 세끼 식사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입이 궁금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시장기가 돌았고 불현듯 생각 난 것이 건빵이었다. 60년대만 해도 간식은 고사하고 양식이 없어 굶주리...
    Views95754
    Read More
  16. 어디요? 1/20/2014

    한 신사가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에 타고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핸드폰을 꺼내 든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신호 가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묻는다. “어디요?” 요사이는 워낙 전화기 성능이 좋아서 ...
    Views93596
    Read More
  17. 여자와 거울 1/11/2014

    거울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 두메산골에 사는 한 부인네가 서울로 일을 보러 가는 남편에게 “거울을 사다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남편이 사온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아내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거울 속에 묘령의 여자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평...
    Views105258
    Read More
  18. 2014 첫 칼럼 행복을 이야기합시다! 1/4/2014

    새해가 밝았다. 처음 시작하는 시점은 사람들에게 뜻 모를 설레임을 준다. 해가 바뀌면 영어로 ‘Reset’하는 기분이 들어 좋다. ‘Reset’이 무엇인가? “장치의 일부 또는 시스템 전체를 미리 정해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Views90597
    Read More
  19. 세월, 바람 그리고 가슴으로 보낸다 12/30/2013

    한해가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사람은 누구나 회상에 젖는다. 이민생활이 워낙 각박해서 그럴 여유조차 없는 분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해의 높이가 낮아진 만큼 햇빛이 방안 깊숙이 파고 들어와 좋다. 반면 그 낮아진 햇빛에 비친 산 그림자...
    Views82973
    Read More
  20. 36.5°12/23/2013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체온도 함께 올라가며 몸이 더워진다. 더운 여름날에는 체온이 최고조에 이른다. 몸은 살기위해 땀을 분비함으로 체온을 조절하려 애를 쓴다. 반면 날씨가 추워지면 온몸에 소름을 일으켜 최대한 체온이 ...
    Views9380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39 Next
/ 39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