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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7:22

가슴 4/19/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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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가 되면서 나는 참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동네를 가로 질러 지나 갈 때면 길에 나와 놀던 아이들이 다리 저는 흉내를 내며 나를 놀려댔다. 아이들은 내가 듣기에 거북한 소리를 질러댔다. 게다가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정든 친구들과 이별하는 시간은 어린 내게 너무 큰 아픔이었다.정을 준만큼 이별의 고통이 더 서럽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내 스스로 방어벽을 치기 시작했다. 강해야만 했다. 마음이 약해지면 자꾸 눈물만 나고 내 장애가 무게를 더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웃었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내 가슴은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다.

1998년, 한창 목회를 하는 노정에서 나는 내 인생을 전환시킬 놀라운 멘토를 만난다. 바로 “정태기 교수님”이다. 교수님은 굳어버린 내 가슴을 향해 사랑의 온기를 지속적으로 불어 넣어 주셨다. 내 가슴 위를 ‘덕지덕지’ 덮고 있던 딱정이를 하나하나 떼어 내주셨다. 힘들었다. 내면의 상처와 직면한다는 것이 정말 고통스러웠다. 그런 나를 정 교수님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따사롭게 다루어 주셨다. 가슴이 살아나던 순간에 통곡이 터졌다. 가면을 벗어던지며 자유를 만끽했다. 둘러앉았던 지체들이 나를 힘껏 안아주며 울어주고 축하 해 주었다.

가슴이 살아나자 눈물이 많아졌다. 누군가가 아픈 이야기를 하면 그 아픔이 전이되어 몸에 고통이 오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면서 받은 하나님의 축복은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교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두 종류의 사람으로 갈라진다. 머리의 사람과 가슴의 사람이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이가고 자꾸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반면, 오랜 시간을 만났는데 누군가가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자신에 대해서는 별로 드러내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떤 목사님과 목회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오고갔다. 흐름을 잡으며 내가 한마디를 던졌다. “목사는 가슴이 있어야 합니다.” “응?” 목사님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가슴 쪽에 손을 대고 앞으로 내어밀며 “이거?”하는 것이 아닌가? 기가 막혔다. 아니 거기서 그런 제스추어가 나올 정도면 도대체 저 분은 성도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실까?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입을 닫았다. 벽을 느꼈기 때문이다. 굳이 영어로 표현하자면 “Heart"를 이야기하는데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데 따른 실망감이었다.

가슴이 살아난다는 말은 다른 말로 “공감능력”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필요한 내용만 듣는다. 관심밖에 일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는 딴청을 피우고 자신이 말을 할 때는 좌중이 집중하기를 원한다. 그런 사람은 평생 친한 친구하나 가지는 것이 힘든 사람이다. 가슴이 있어야 한다. 가슴이 살아야 삶의 진정한 맛을 누린다. 그런데 각박한 이민생활을 하려니 가슴의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가슴이 식어 버린지도 모르며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가슴이 살아있는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 준다. 그러면서 전적으로 공감한다. 슬픈 이야기를 하면 함께 슬퍼해주고, 기쁘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 자신의 일처럼 행복해 하며 축하 해 준다. 그런 사람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우리의 육체는 한 순간에 완전하게 태어나지만 우리의 가슴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의 가슴은 경험할 때마다 태어나고 또 태어난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을 때에 태어나고 죽는 가슴이 있다. 젊은 날 실연의 아픔을 겪어본 경험이 있는가? 아프다.죽을 것만 같다. 그런데 그 순간에 태어나고 죽는 가슴이 있다. 성공을 할 때, 실패를 할 때, 병을 앓을 때, 외로울 때 태어나고 죽는 가슴이 있다.

아픈 경험을 하며 낙심하고 쓰러지기도 하지만 그 아픔만큼 사람은 성숙한다. 가슴이 살아난다. 시인이 되고 다른 사람을 살리는 영성을 소유하게 된다. 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가슴으로 만나본적이 있는가? 당신의 가슴은 정녕 살아있는가? 마지막 심판이란 어쩌면 생의 경험을 통해 태어나고 죽은 내 가슴의 크기와 무게, 그리고 온도와 향기를 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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