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59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힘든 부부.jpg

 

 

  지난 봄 한국 방문 길에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가득히 사람들이 타고 결혼식장인 10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안쪽에 서있던 한 여인이 소리쳤다. “친한 척 하지 마요. 조금 떨어져 와요.” 다들 놀라 쳐다보는데도 옆에 있는 남자에게 짜증을 내며 알아듣지 못할 말로 주문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부부 같았다. 하도 기가 막혀 내가 소리를 내며 웃었다. “봐요? 저 아저씨가 웃네.” 말로만 듣던 쇼윈도우 부부를 직접 대면한 것이다.

 

  겉으로 보아서는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면 남남처럼 생활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결혼식장에 들어서며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 친한 척 하지 말라.”고 할 필요까지 있을까? 붉으락푸르락 당황하는 남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요새 아낙네들 정말 쎄다. 행복한 결혼의 조건으로 단연 사랑을 꼽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대놓고 애정표현을 못하셨다. 남사스러워서 그랬는지? 시대적 배경이 그래서인지? 길을 나설 때도 두 분이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대놓고 애정표현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트를 무한 발사하는 것으로부터 길거리에서 연인이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스킨십을 하는 것은 이제 전혀 흠이 아니다. 아니 그렇게 안하는 커플이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남녀가 만나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젊은 날 처음 만나 뜨겁게 사랑을 할 때는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게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랑 호르몬의 유효기간은 고작 2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서 일까? 결혼 생활이 깊어지면 서로가 데면데면 살아가게 되는가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부도 있지만 말이다.

 

  부부사이는 리듬인 것 같다. 내가 아는 목사 부부는 월요일이면 부부가 드라이브를 한다. 전혀 낯선 곳을 찾아 커피도 마시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참 멋지다. 신혼 때부터 그 리듬을 유지하며 서로의 가슴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배려하는 노력이 없이는 행복한 결혼생활은 쉽지 않다. 잡은 고기라고 생각하고 아내를 배려하지 않다보면 잔잔히 쌓인 불만이 담을 만들고 중년에 되어 돌이킬 수 없는 거리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만 찾을 때는 귀찮기도 하지만 삶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장성하면 남편과 자식에 헌신한 세월이 되뇌어지며 허무감이 몰려온다.

 

  남편은 변한 아내가 답답하다. 그럴 때에 서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모르게 쇼윈도우 부부로 돌변해 간다. 쇼윈도우 부부란 전혀 애정이 없고 실제 부부관계가 깨어진지 오래지만 그 불행을 들키고 싶지는 않아 잘 사는 척 다정한 체 사는 부부를 말한다. 실제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공식 석상에선 잉꼬부부처럼 행동하는 부부이다. 연예인과 정치인, 기업인 등 유명인 들의 이혼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빈번하게 언급되는 용어이기도 하죠.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가정 내 이혼이란 말로 이 현상이 주목받기도 했다.

 

  말을 안 해 그렇지,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비단 유명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가운데도 쇼윈도 부부처럼 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것은 이민가정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상담 요청이 들어와 만나게 되는 부부들이 있다. 자녀양육 문제나 경제적 이유, 체면 등 갖가지 이유로 한집에 살고 있을 뿐, 개인적인 대화나 부부관계는 물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애정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담 전문가는 쇼윈도 부부로 산다는 건 24시간 군복을 입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의 결혼을 위해, 체면 때문에 외출할 때 외에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부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숨기기보다 갈등을 직시할 때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다. 쇼윈도우 부부에서 아스라이 잡히는 신혼을 회복하는 과감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1. No Image

    쇼윈도우 부부를 만나다

    지난 봄 한국 방문 길에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가득히 사람들이 타고 결혼식장인 10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안쪽에 서있던 한 여인이 소리쳤다. “친한 척 하지 마요. 조금 떨어져 와...
    Views45907
    Read More
  2. No Image

    목사님, 세습 잘못된 것 아닌가요?

    요사이 한국을 대표할만한 한 대형교회에서 담임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일을 놓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그 교회가 속한 교단과 신학대학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교회신자들의 압도적인 지지...
    Views44967
    Read More
  3. No Image

    기회를 잡는 감각

    인생은 어쩌면 기회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신은 평생 사람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세 번 허락한다고 한다. 가만히 내 인생을 돌아보라! 기회가 많았다. 기회를 기회로 잡지 못하면 흘러간 시간이 되고 만다. 매사에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 희한한 사...
    Views50893
    Read More
  4. 낙도전도의 추억

    대학 동기가 병역을 필하고 복학을 하더니 적극적인 총학생회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그사이 나는 이미 대학원 과정에 있었기에 친구와는 학년차이가 꽤나 나있었다. 어느 날 만나자고 하더니 “총신 <제 2기 낙도전도단>에 총무로 일해 달라.&rdquo...
    Views47356
    Read More
  5. 청춘

    여름은 청춘을 닮았다. 얼어붙은 동토를 뚫고 빼꼼이 고개를 내어밀던 새순은 여름의 비와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져 간다. 따가운 햇살과 공격해 오는 해충의 위협을 의연히 견뎌낸 줄기만이 가을의 넉넉한 열매를 보장받게 된다. 여름은 싱그럽지만 그래서 아...
    Views50895
    Read More
  6. 씨가 살아있는 가정

    가정은 영어로 Family이다. 어원을 살펴보니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이다. 절묘하다. 실로 부부의 사랑을 먹고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꿈을 펼쳐야 하는 곳이 가정이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가정을 꾸미면 저절로 행복해 질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데 심...
    Views46523
    Read More
  7. 밀알 사랑의 캠프

    지난 5월이었다. 밀알선교단 지하교육관에 걸어놓은 달력이 찢겨나가 7월에 와있었다. 다른 방에 걸려있던 달력과 바꿔 걸어놓았는데 나중에 가보니 그것마저 찢겨져 있었다. 누구의 소행인지 수소문해도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누가 저렇게 멀쩡...
    Views44826
    Read More
  8. 소박한 행복 기억하기

    “엄마, 오늘은 제발 보리밥 싸지 마세요.”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열면 널브러져 나를 바라보는 보리밥이 너무 미웠다. 거기다가 단골 반찬은 무말랭이와 콩장이었다. 내 짝꿍 근웅이는 약국집 아들이라 그런지 항상 밥 위에는 노오란 계란이 덮여...
    Views46261
    Read More
  9.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어린 시절 나는 시골에서 살았다. 여름 이맘때가 되면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며 폭우가 쏟아졌다. 밤새 공포에 떨다가 날이 밝고 화창해진 아침, 들녘에 나가보면 곡식들이 내 키만큼 자라나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번개가 치면 하늘에서 수...
    Views49964
    Read More
  10. 차카게살자!

    한때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영화가 희화화되어 유행한 적이 있다. 보통 사람은 전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그 세계에서는 펼쳐지고 있음이 세상에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실로 어둠의 세계일진대 영화나 소설이 은근히 ...
    Views50704
    Read More
  11. 패럴림픽의 감동

    우리조국 대한민국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숨죽이며 시청하던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올림픽에 관한 공부를 할 때에는 먼 나라 일로만 생각되었는데 막상 그 올림픽이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열린다는 ...
    Views51451
    Read More
  12. 미안하고 부끄럽고

    매일 새벽마다 이런 고백을 하며 기도를 시작한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어제 잠자리에 들며 죽었다면 오늘 아침 다시 부활한 것이다. 지난밤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다시 깨어났으니 이것...
    Views46755
    Read More
  13. 야학 선생

    20대 초반 그러니까 신학대학 2학년 때였다.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는 김건영 전도사께서 주일 낮 예배 후 “할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우리는 비어 있는 유년주일학교 예배 실 뒤편 탁자에 마주 앉았다. 용건은 나에게 “야학 선생을 해 달...
    Views47637
    Read More
  14. 광화문 연가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
    Views51377
    Read More
  15. 톡 쏘는 느낌을 갖고 싶어~~

    미혼 시절에는 이성에 반하는 타입이 다채롭다. 남자들은 공히 곱게 빗어 넘긴 생머리에 청순가련형의 인상을 가진 여성들에게서 시선을 놓지 못한다. 반면 여성들은 과묵한 남자에 끌린다. 촐싹대고 말이 많은 남자보다는 묵직한 인상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Views54421
    Read More
  16. 슬프고 안타까운 병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포천 큰댁으로 달려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드디어 방학을 하고 시골에 가면 집안 어른들에게 두루 다니며 인사를 하고 후에 누이와 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외가댁이었다. 걸어서 30분이면 외가에 도착을 했고 ...
    Views48125
    Read More
  17. 어머니∼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있다. 바로 어머니이다. 나이가 들어도 안기고 싶은 곳은 어머니 품이다. ‘남자는 평생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며 산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결혼을 위해 많은 교제를 하다가도 결국은 어머니 같은 여인과 결혼을 하...
    Views56151
    Read More
  18. 손을 보며

    손을 들여다본다. 손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집으면 바닥이 매끄럽게 드러난다. 각각 다른 길이의 손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손가락을 구부려 움켜쥐면 금새 동그란 주먹이 만들어 진다. 손가락마다 무늬가 새겨있는데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
    Views48980
    Read More
  19. 있을 때 잘해!

    한 부부가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왔다. 주유소 직원은 기름을 넣으면서 차의 앞 유리를 닦아준다. 기름이 다 들어가자 직원은 부부에게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남편이 “유리가 아직 더럽네요. 한 번 더 닦아주세요.”라...
    Views54773
    Read More
  20. 저는 휠체어 탄 여행가입니다

    장애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장애인들은 내달리는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무척이나 즐긴다. 일명 휠체어 여행가가 있다. 홍서윤. 그녀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휠체어 탄 여행가라고 소개하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란 얼굴...
    Views5434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