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69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인생이란.jpg

 

 

날이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 한국에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지루하지만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을 지어내던 기억이 새롭다. 빗속에 동화가 있고 저만큼 다가오는 추억이 있었다. 미국은 온통 초록색 향연이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 진다. 하지만 그것도 십년을 넘어보니 새롭지도 않다. 비를 머금고 무섭게 자라나는 잔디를 깎는 일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밤이 깊어가고 있다. 저만치 ‘반짝’거리는 반딧불의 너울을 바라보며 갑자기 인생에 대한 물음표(?)가 밀려왔다. 사람들은 태어나면 산다. 그냥 살면서 나이를 먹는다. 그러다가 내 나이가 되면 자주 삶을 반추하는 습관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자주 “세월이 참 빠르다.”고 읊조린다. 어떤 분은 나이를 물으면 한참을 망설이다 답한다. “내 나이가 올해 얼마더라?”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이제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나이 먹는 것이 서럽고 두려워 카운트를 포기한 것이다. 어릴 때는 세월이 참 안 갔다. 옆집에 두 살 많은 누나가 있었다. 얼굴도 예쁘고 웃으면 볼우물이 파이며 매력을 풍겼다.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뭐라고 할라치면 “쬐끄만게”하며 내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웃긴다. 두 살 차이면 그게 그건데 그때는 왜 그리 차이가 많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열 살 이전, 그리고 틴에이저때는 시간의 흐름과 가치가 엄청 높았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친구가 많다. 그것도 33년에서 길게는 40년 된 묵은 지 친구가 많다. 돌이켜보니 중 · 고등학교 때 친구는 만난시간이 겨우 3년이다. 그런데 보통 끈끈한 게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때 지낸 시간은 일 년을 10년으로 환산해야 맞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 만난 사람들은 어떤 이해관계가 얽히거나 모임을 만들기 전에는 어릴 때 만난 친구들처럼 깊은 정이 오가기가 어려운 것 같다.

20대 중반. 처음으로 교회 중 · 고등부 학생회를 맡아 “교육전도사”로 사역을 할 때에 일이다. 주일 예배 사회를 부장인 윤 장로님이 보시는데 항상 기도말미에“오늘도 어린 종이 말씀을 들고 섭니다.”라는 언급을 했다. 나를 지칭한 것이다. 참 못마땅했다. 매번 예배 때마다 나를 “어린 종”이라고 부르는 것이 거슬렸다.한번은 강단에 앉아 있다가 “내가 당신 종인가? 말끝마다 왜 자꾸 어린 종이라고 하는 거야!”하는 넋두리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것이 30년 전 일이다. 그때 눈망울을 굴리며 말씀을 듣던 아이들이 40대의 삶을 살고 있다. 이제 나에게 “어린 종”이라고 부르거나 기도하는 사람은 없다. 갑자기 억센 경상도 억양의 윤 장로님의 기도가 그리워진다.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세월이 던져주는 나이를 달갑지 않게 받아먹으며 살고 있다. “인생은 무엇인가?” 단순하게 답하고 싶다. “보다 가치 있는 것을 향해 달음질 하는 것”이라고. 그런데 방향을 잘못잡고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인생 종착역에서 그분들은 솔로몬처럼 외칠 것이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나는 20대 초반에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그리고 “Calling”(소명)을 받고 신학도의 길에 들어섰다. 가끔은 한눈을 팔고 싶은 때도 있었다. ‘아까운 청춘을 이렇게 흘려보내야만 하는가?’ 회의도 일었다. 그런 번민과 유혹을 비껴가며 여기까지 당도했다.

이제 나는 고백할 수 있다. ‘인생 최고의 가치 있는 삶을 살아왔노라!’고. 흔한 표현으로 목회에 대성을 한 것도 아니다. 사실 외형적으로 아무 자랑할 거리가 없다. 하지만 사람의 영혼을 상대하고 복음을 심는 것 이상의 가치는 없는 것 같다. 어느새 여름이다. 여름이 끝나면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파고들겠지. 인생을 생각하자!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지금 무엇을 위해 그리도 분주하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자! 모두가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아름답고 내 이웃의 눈에도, 나 자신이 돌아보아도 복되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시기를 소망한다.


  1. 생각의 힘 10/29/2012

    사람이 미물보다 우월한 것은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흔들리고 휘청거리는 나약한 존재지만 ‘생각’을 하기에 위대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생각을 통해 꿈을 이루고 ...
    Views66692
    Read More
  2. 살다보니 살아지더라구요! 6/2/2014

    2002년 가을, 한국에서 목회하던 교회에 반주자로부터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목사님, 이런 인생도 있네요.”라는 제목이었다. 메일을 읽으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쩌면 인생이 이렇게 기구할까?’ 다름 아닌 “이지선”...
    Views66696
    Read More
  3. 뒷곁 풍경 9/4/2012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오붓한 장소가 있다. 바로 내가 살던 시골집 뒷곁이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울타리가 있었다. 지금 같은 견고한 시멘트나 벽돌이 아닌 나무로 엮은 울타리였다. 빨리 지나가면 보이지 않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에 모든 것이 드러나는 ...
    Views66715
    Read More
  4. 부부는 거울이다 8/31/2011

    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관계가 부부이다. 전혀 다른 집안과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사람이 어느 날 부부라는 이름으로 한 이불을 덮는다. 처음부터 잘 맞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처음에는 한눈에 반해서, 서로 함께 사는 것이 평생소원이어서 부부가 되...
    Views66787
    Read More
  5. 바람이 되고싶다 10/21/2013

    40대 초반 가을이었다. 다일 영성수련원(원장:최일도 목사) 경축전 ‘특송’을 부탁받고 경기도 양평 옥천을 거쳐 설악 뒷산을 차로 질주하고 있었다. 산마다 물감을 뿌려 놓은 듯 각양각색의 영롱한 단풍이 가을이 깊어감을 실감케 했다. 차창에 ...
    Views66788
    Read More
  6.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요즈음 아내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추억에 젖어 보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이런 질문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몇 주 전에 한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담임 ...
    Views66837
    Read More
  7. 내적치유의 효험

    상처가 상처인지도 모르고 살던 때가 있었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판국에 내면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 되어가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에게는 참 평안을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찾아 왔다. 환경이 ...
    Views66900
    Read More
  8. 인생은 무엇인가? 7/19/2014

    날이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 한국에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지루하지만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을 지어내던 기억이 새롭다. 빗속에 동화가 있고 저만큼 다가오는 추억이 있었다. 미국은 온통 초록색 향연이다. 그래서 ...
    Views66948
    Read More
  9. 이 감격, 이 감동! 11/14/2014

    사람이 살다보면 기쁨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토록 원하던 일들이 성취되는 순간이나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영화처럼 눈앞에 나타날 때이다. 올림픽이 온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올림픽 자체가 감동 덩어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몇 시간, ...
    Views66960
    Read More
  10. 변산공동체 1/28/2013

    시쳇말로 잘나가던 분이 갑자기 시골로 향한다. 땅을 개간하고 전혀 해보지 않은 농사일을 시작한다. 소문을 듣고 외로운 사람들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여든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한 식구를 이루어가며 공동체가 되었다. 주인공은 “농...
    Views66986
    Read More
  11. 가슴 4/19/2014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기가 되면서 나는 참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동네를 가로 질러 지나 갈 때면 길에 나와 놀던 아이들이 다리 저는 흉내를 내며 나를 놀려댔다. 아이들은 내가 듣기에 거북한 소리를 질러댔다. 게다가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
    Views67032
    Read More
  12. 섬집 아기 7/10/2012

    한국인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동요가 있다. 동요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섬집아이”를 불러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처음 학교 음악시간에 “섬집아이&rdquo...
    Views67048
    Read More
  13. 이마고를 아십니까? 1/9/2015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미국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돈이나 건강, 학력, 직업, 외모’가 행복지수와는 결정적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족 관계가 가장 좋은 사람, 그 중 부부관계가 좋...
    Views67062
    Read More
  14. 대화하고 사십니까? 5/25/2013

    한문으로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 한다. 글자대로 풀면 “사람 사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관계로 본 것이다. 혼자는 사람이 안된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아담을 만드시고,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
    Views67071
    Read More
  15. 결혼 일곱고개 6/17/2012

    봄은 역시 결혼의 계절인가보다. 여기저기서 청첩장이 날아든다. 세상을 살면서 “결혼”처럼 황홀한 일도 드물 것이다. “짝”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식을 올리는 그날은 오...
    Views67145
    Read More
  16. 목사님, 저 기억하세요? 10/17/2014

    초등학교 국어책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원자 폭탄이요” “아니, 호랑이요” 이내 선생님이 입을 여신다. “세...
    Views67269
    Read More
  17. 바다 그리고 음파 9/18/15

    세상에는 노래가 많다. 사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그 옆에는 대장간이 마주했다. 친구들과 심심하면 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커다...
    Views67279
    Read More
  18. 밀알의 밤 바다 9/4/15

    가을이 되면 밀알선교단에서는 음악회를 연다. 2003년 7월.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여 장애인사역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선교단의 상황은 열악했다. 전임 단장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시...
    Views67312
    Read More
  19. 사람이 우선이다 3/4/2013

    삶의 목적을 성공에 두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그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성공의 척도가 무엇인가를 깨닫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기에 어느 정도 성취를 하고나면 “곤고함”에 허덕인다. 즉 ‘내가 ...
    Views67363
    Read More
  20. 노년의 아름다움 12/2/2013

    2013년의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숨 가쁘게 달려 오다보니 어느새 한해의 끝자락이 보인다. 이제 곧 ‘2014년’이 친한 척을 하며 다가오겠지. 오랜 세월 청춘을 바쳐 몸담았던 직장을 정년퇴직한 분의 넋두리이다. 퇴직을 하자마자 소홀했던 ...
    Views6746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