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39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명호_교사.jpg

 

 

나는 매주 KBS 예능 “1박 2일”을 즐겨본다. 얼마 전 “선생님 올스타”편이 방영되었다. 각 고등학교에 특이한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을 게스트로 해박한 웃음을 유발하도록 기획되었다. 작가들의 발상과 PD의 연출은 놀라웠다. 그 중에서 송호 고등학교 “Crazy Dog”(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이 유독 눈에 띄었다.그러고 보니 우리학교에도 “미친개”가 있었다. 영어선생님이었는데 어쩌다 화가 나면 아이들을 미친 듯이 두들겨 패는 모습을 본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그런데 ‘1박 2일’에 출연한 “김명호 선생님”이 그런 캐릭터였고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맡고 있기에 어쩔 수 없겠다는 동정심을 가지고 시청을 했다.

그렇다고 김 선생님이 나이가 많으냐? 아니었다. 겨우 28세 된 새내기 교사였다. 하기야 어리디 어린 나이에 자유분방한 학생들의 생활지도 사명을 받았으니“크레이지 독”이 되지 않고서는 통제가 안 될 것이다. 그 “김명호 선생님”이 하는 말 “선생이 편하면 아이들이 망가져요.” 기가 막힌 말이다. 우리 시대의 교사와 현대의 교사상은 너무도 판이하다. 우리가 어릴 때는 선생님이 존경받는 시대였다. 아니 존경을 넘어서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쉬는 시간에 소란스럽게 떠들고 장난을 치다가도 누군가 “선생님 오신다!” 외치는 소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리에 앉아 ‘쥐 죽은 듯’ 좌정을 했다.

선생님 다운 선생님도 계셨지만 어린 내가 보아도 영 아닌 그런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감히 선생님에게 대들거나 말대답을 하며 거역하는 일은 상상도 못했다.그 시절 선생님들은 분노가 많았다.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 성질이 나면 출석부는 물론이요, 마대자루, 야구방망이등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했다. 그래도 그때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과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함께 어우러져 수업을 하고 웃음을 교환했다. 세월이 지나고나니 그런 별난 선생님일수록 기억에 남아있고 결국 내 삶에 좋은 영향을 주신 분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당시에는 “가정방문”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선생님들이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학생들의 가정환경을 살피고 방향을 잡아가는 그런 제도였다. 여러 가지 폐단과 비리(촌지) 때문에 종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가정방문”을 통해 스승과 제자가 가슴으로 만나는 유익함도 있었다. 그 당시 선생님에게 드리는 최고의 선물은 “계란 한 꾸러미”가 전부였다. 지금 생각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그 자그마한 선물에 풋풋한 정이 오고갔다. 부지런히 학생들의 가정과 형편을 살피고 실로 “편함”을 거부하며 학문과 인격을 전수시킨 그 시대의 선생님들의 노고로 우리세대는 반듯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걸그룹 “시스타”가 1박 2일을 찾았다. 깜짝 공연을 본 후 선생님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김명호 선생님 차례가 되자 한마디 한다. “복장이 좀 그렇다” 너무도 짧은 바지를 두고 한말이다. 장내는 웃음바다를 이룬다. 애창곡을 부르는 시간에는 “설운도”의 “누이”를 불러댄다. 정말 4차원 선생님이다. 하지만 학원비만 너무 쓰면서 성과를 낸 적이 없는 학생을 하루에 자습을 한 시간 하면 ‘자습 확인증’을 주고 본인이 스스로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니 성적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감동이었다.

다음날 아침 기상미션에서 열심히 한 결과 발언권을 얻어낸다. 메가폰을 입에 대고 하는 말 “학생들아 사랑한다.” 그런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대뜸 “얘들아,말 쫌 잘 들어라!”(경상도 억양)고 소리를 친다. 게다가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대는 선생님의 목소리에는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김 선생님의 마지막 말 "아이들이 어디 가서 출세하는 건 안 바라요. 남의 눈에 피눈물 내면서 출세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건 싫어요. 그건 정말! 그럼 또 당한 사람들이 또 똑같이 남의 눈에 피눈물 낼 거 아닙니까." 명언이다.

부지런한 선생님,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잔소리를 해대던 선생님들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지며 문득 그리워진다. 편한 것보다는 아이들을 바로 지도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동분서주한 각 학교에 “미친개”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1. 박첨지 떼루아!

    내가 어린 시절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었다. 학교를 오가며 논길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것을 훑고 지나다녔다. 강아지풀을 잡아채어 입에 물고 다니는 것으로 시작하여 막 피어나는 ...
    Views62289
    Read More
  2.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다면

    바람이 분다. 얼굴에 머물 것 같던 바람은 이내 머리칼을 흔들고 가슴에 파고든다. 나는 계절을 후각으로 느낀다. 봄은 뒷곁에 쌓아놓은 솔가지를 말리며 흘러들었다. 향긋하게 파고드는 솔 향이 짙어지면 기분 좋은 현기증이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게 했다. ...
    Views55762
    Read More
  3. 바람이 되고싶다 10/21/2013

    40대 초반 가을이었다. 다일 영성수련원(원장:최일도 목사) 경축전 ‘특송’을 부탁받고 경기도 양평 옥천을 거쳐 설악 뒷산을 차로 질주하고 있었다. 산마다 물감을 뿌려 놓은 듯 각양각색의 영롱한 단풍이 가을이 깊어감을 실감케 했다. 차창에 ...
    Views65797
    Read More
  4. 바람길

    무덥던 여름 기운이 기세가 꺾이며 차츰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렇게 한 계절이 바람을 타고 바뀌어 가고 있다. 무척이나 차가웠던 겨울바람, 그리고 가슴을 달뜨게 하던 봄바람의 기억이 저만치 멀어져 갈 무렵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
    Views8019
    Read More
  5. 바다 그리고 음파 9/18/15

    세상에는 노래가 많다. 사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그 옆에는 대장간이 마주했다. 친구들과 심심하면 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커다...
    Views66510
    Read More
  6. 바뀌어야 산다 5/29/2015

    사람은 다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것에 너무 철벽을 쌓는 사람을 만나면 답답함을 느낀다. “바꿈”에 아주 인색한(?) 분들이 있다.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 의식, 전통을 목숨처럼 고수하는 사람 말이다. ...
    Views63874
    Read More
  7. 바뀌어 가는 것들, 그리고…

    한국에 왔다. 감사하게도 일 년에 한번 씩은 들어올 계획이 잡힌다. 부흥회를 인도하고 전국을 다니며 주일 설교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유기적인 밀알사역 감당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게다가 매년 들어오면 만나야할 사람이 샘솟듯...
    Views52983
    Read More
  8. 밀알의 밤을 열며 10/4/2014

    가을이다. 사람들은 공히 “지난 여름은 그닥 덥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서도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어 보이나보다. 숲속을 지날 때에 나뭇잎이 하나둘 차창에 부딪혀 오는 광경을 보며 가을의 손길을 느...
    Views62428
    Read More
  9. No Image

    밀알의 밤을 열며

    사람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람의 말이 인격이고, 실력이며, 사람됨됨이다. 해서 말 잘하는 사람은 인생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흔히 ‘언어의 마술사’라고 부른다. &ldq...
    Views42501
    Read More
  10. 밀알의 밤을 열며

    “목사님,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가을녘에 나를 만나는 사람들의 물음이다. 그렇다. 필라델피아의 가을은 밀알이 연다. 15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된 밀알의 밤이 어느새 15돌을 맞이한다. 단장으로 오자마자 무턱대고 기획했던 ...
    Views54888
    Read More
  11. 밀알의 밤 바다 9/4/15

    가을이 되면 밀알선교단에서는 음악회를 연다. 2003년 7월.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여 장애인사역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선교단의 상황은 열악했다. 전임 단장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시...
    Views66325
    Read More
  12. 밀알의 밤 “가을 미소”에 초대합니다! 11/8/2012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스산함을 느낀다. 필라델피아가 좋은 이유는 이맘때면 맞이하는 가을이 너무 환상적이라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면 형형색색의 단풍이 나풀거리며 차창에 내려앉는다. 코발트색깔의 가을 하늘과 때마침...
    Views63537
    Read More
  13. 밀알 캠프의 감흥

    매년 일관되게 모여 사랑을 확인하고 받는 현장이 있다. 바로 <밀알 사랑의 캠프>이다. 그것도 건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1992년 미주 동부에 위치한 밀알선교단(당시는 필라델피아, 워...
    Views54579
    Read More
  14. 밀알 사랑의 캠프

    지난 5월이었다. 밀알선교단 지하교육관에 걸어놓은 달력이 찢겨나가 7월에 와있었다. 다른 방에 걸려있던 달력과 바꿔 걸어놓았는데 나중에 가보니 그것마저 찢겨져 있었다. 누구의 소행인지 수소문해도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누가 저렇게 멀쩡...
    Views42089
    Read More
  15. 밀당

    어디나 문은 미닫이와 여닫이가 있다. 미닫이는 옆으로 밀면 되지만 여닫이는 ‘밀고 당기기’가 분명해야 한다. 대개 음식점이나 일반 가게에는 출입문에 “Push” 혹은 “Pull”이라고 쓰여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Views60915
    Read More
  16. 민들레 식당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과 ‘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 민들레처럼...
    Views29555
    Read More
  17. 미친개 선생님 8/31/2014

    나는 매주 KBS 예능 “1박 2일”을 즐겨본다. 얼마 전 “선생님 올스타”편이 방영되었다. 각 고등학교에 특이한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을 게스트로 해박한 웃음을 유발하도록 기획되었다. 작가들의 발상과 PD의 연출은 놀라웠다. 그 중에...
    Views63971
    Read More
  18.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5/28/2011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설퍼서 마음에 안 들고 우습게 보이지만 나도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내가 운전면허를 딴것은 1991년이었다. 장애인이기에 운...
    Views67908
    Read More
  19.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6146
    Read More
  20. 미안하고 부끄럽고

    매일 새벽마다 이런 고백을 하며 기도를 시작한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어제 잠자리에 들며 죽었다면 오늘 아침 다시 부활한 것이다. 지난밤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다시 깨어났으니 이것...
    Views4368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