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12.29 15:23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조회 수 401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새벽송.jpg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마치 두 대의 기타가 함께하는 것처럼 소리가 웅장하고 청아하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시작으로 찬송과 복음성가로 옮겨가다가 청년시절 즐겨 부르던 포크송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장장 5시간동안 공연을 펼쳤다. 마트를 들어서던 지인들이 깜짝 놀라 다가선다. “아니, 목사님, 이런 것도 하세요? 구세군으로 오셨어요?” 이내 이유를 알고 냄비 속에 정성어린 성금을 넣어준다. 그 모습이 정감 넘치고 고맙기 그지없다. 이 귀한 사역에 동참한지도 어느새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성탄절이 한해의 끝자락에 있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다. 해가 바뀌는 길목에서 누구나 원인모를 서러움에 사로잡힐 수 있건만 성탄이 있기에 사람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희망으로 새해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성탄절이 다가올 때마다 기억나는 것은 아스라이 스쳐가는 새벽송이다. · 고등부 전도사 시절부터 나는 새벽 송을 이끄는 선발대에 서야했다.

 

  그 시절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전교인이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기관별로 발표회를 가졌다. 앳된 영 · 유아부 아가들의 재롱잔치로부터 성극이 이어지고 성가대의 칸타타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행사가 끝나면 기관별로 선물교환 시간을 가진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자정 무렵 떡국 한 그릇을 먹은 후 새벽송이 시작되었다. 장년, 청년을 중심으로 간간히 학생들이 섞여 팀을 짜고 지역별로 분산되어 가가호호 방문하며 새벽송을 돌았다.

 

  맨 앞에는 새벽송 대원임을 알리는 창호지에 빨간 십자가를 그린 청사초롱이 자리했다. 성도 집에 도착하면 찬송을 부른다. “고요한밤 거룩한밤, 그 어린 주예수, 기쁘다 구주오셨네, 저들밖에 한밤중에” 4곡 중 그때그때마다 2곡을 선정하여 불렀다. 찬송이 시작되면 배시시 문이 열리고 눈을 비비며 나와 함께 서서 합창을 했다. 찬송이 끝나면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외친다. 그리고는 내어 민 쌀 포대자루에 차곡차곡 선물이 채워진다. 점점 무거워지는 선물보따리를 지고 따라오던 어린 남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개 쵸코파이, 과자 사탕종류가 주를 이뤘다. 무거워도 선물 자루를 지는 짐꾼들(?)의 모습은 행복했다. 모아진 선물은 가까운 곳에 있는 고아원이나 어려운 사정의 이웃들에게 배부되어졌다. 그런데 이제 그 새벽송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GNP가 올라가고 경제수준이 높아지며 개인주의에 익숙해져가는 세태에서 새벽에 집집을 오가며 부르는 새벽송을 소음으로 간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70년대에는 새벽이면 교회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땡그랑 땡그랑이후에는 차임벨로 바뀌더니 이제는 새벽종소리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다.

 

  무엇보다 새벽송이 사라진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 한국 전역이 도시화되면서 이제 새벽송은 설자리가 없게 된 것이다. 주거 환경이 아파트로 변하다 보니 불편하기도 하고 신앙이 없는 분들이 소음으로 신고하는 사태가 빈번해 지면서 슬그머니 새벽송 전통이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성탄의 아름다운 추억들도 하나둘 지워져갔다. 새벽송은 오래 되어 겉장이 떨어져 나간 그림책이나 색갈이 바래 누렇게 변해버린 이야기책 안에서만 숨죽이고 있는 것이다.

 

  풍족하지 않았지만 그 시절에는 새벽송이 있었기에 크리스마스가 모든 사람들에게 정겹게 다가갔었다. 가난하고 삶의 환경도 누추했지만 그 당시의 성도들의 마음만은 그래서 부요했었다. 작은 것을 나누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감사가 넘쳤다. 새벽송을 돌며 코끝에 마주치던 차가운 공기는 마치 베들레헴 들판에서 양 틈에 자던 목자들이 느꼈던 공기와도 같았다. 성탄의 계절에 그 때 그 시절의 새벽송을 그리워해 본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1.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38834
    Read More
  2. No Image

    <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
    Views47316
    Read More
  3. No Image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일)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Views40154
    Read More
  4. No Image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
    Views40853
    Read More
  5. No Image

    “오빠”라는 이름의 남편

    처음 L.A.에 이민을 와서 유학생 가족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다. 신랑은 남가주대학(U.S.C.)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세 살 된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남편을 향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라서 그때...
    Views43026
    Read More
  6. No Image

    영웅견 “치치”

    미국에 처음 와서 놀란 것은 미국인들의 유별난 동물사랑이다. 오리가족이 길을 건넌다고 양쪽 차선의 차량들이 모두 멈추고 기다려주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산책하는 미국인들의 손에는 반드시 개와 연결된 끈이 들려져있다. 덩치가 커다란 사람이 자그마한 ...
    Views42364
    Read More
  7. No Image

    행복은 어디에?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목말라 하며 살고 있다. 저만큼 나아가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그곳에 가도 그냥 그렇다. 과연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 과거에는 주로 경제적인 면에서의 결핍이 사람의 행복을 가로채 갔다. 맛있는 ...
    Views45417
    Read More
  8. No Image

    별들의 고향으로!

    2013년 9월, 우리 시대 최고 소설가인 최인호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더벅버리를 하고 청년문화를 외치며 명동 뒷골목을 누비고 다닐때에 그는 진정 우리의 우상이었고 젊은 가슴을 풍성하게 한 시대의 작가였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구성진 목소리가 친근감을...
    Views40835
    Read More
  9. No Image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원제목인 "Whale Done!"인 이 책은 범고래가 조련사의 손에 길들여져 사람들 앞에서 멋진 쇼를 보여주는 현장에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조근조근’ 그려가고 있다. 대중 앞에서 범고래가 많은 기술을 습득하여 “쇼”를 하기까지는 사육...
    Views48657
    Read More
  10. No Image

    어르신∼

    노인복지원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로비에 들어섰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이나 “누구계세요. 사람 없습니까?” 외치고 있는데 스탭인 듯한 여성이 나타난다. “저, ○○○씨를 만나려고 왔는데요.” 인터...
    Views41315
    Read More
  11. No Image

    가을 한복판에서 만나는 밀밤

    밀알의 밤(밀밤)이 막을 내렸다. 구름떼처럼 모여드는 청중에 놀라고 매년 그 시간, 그 자리를 지켜주는 분들의 열정에 감탄한 시간이었다. 밀알의 밤은 온 가족이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장이요. 가을에 걸 맞는 분위기로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묘한...
    Views48006
    Read More
  12. No Image

    심(心)이 아니고, 감(感)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을 지탱해 주는 지렛대가 있다.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어느샌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힘이 있기에 고통을 견디고 오늘이라는 시간에 우뚝 서있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Views41867
    Read More
  13. No Image

    내 나이가 어때서

    30대 젊은 목사는 항상 자신감이 넘쳤고 사역에 대한 의욕이 충만했다. 건의하는 횟수와 강도는 점점 늘어갔다. 하루는 나에게 담임목사님이 말했다. “이 목사님, 뭘 그렇게 자꾸 하려고 하세요. 조금 천천히 갑시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몰...
    Views44405
    Read More
  14. No Image

    외로운 사람끼리

    인생은 어차피 외로운 것이라고 들 한다. 그 외로움이 때로는 삶을 어두운 데로 끌고 가지만 외롭기에 거기에서 시가 나오고 심금을 울리는 노래가 나오는 것 같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두려워한다. 외로움이 두렵다기보다 그 상황을 더 무서워하는지도 모른다...
    Views44441
    Read More
  15. No Image

    밀알의 밤을 열며

    사람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람의 말이 인격이고, 실력이며, 사람됨됨이다. 해서 말 잘하는 사람은 인생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흔히 ‘언어의 마술사’라고 부른다. &ldq...
    Views43435
    Read More
  16. No Image

    하늘

    가을하면 무엇보다 하늘이 생각난다.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색 하늘은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하늘은 여러 가지 색깔을 연출한다. 보통은 파란 색깔을 유지하지만 때로는 회색빛으로, 혹은 검은 색으로 변해간다. 번쩍이는 번갯불로 두려움을 주고 ...
    Views50591
    Read More
  17. No Image

    당신의 성격은?

    사람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외향적이냐? 아니면 내향적이냐?”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만나서 에너지를 얻는다면 당신은 ‘외향성이 강한 사람’이다. 반면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버겁고 특별히 새로운 사...
    Views46966
    Read More
  18. No Image

    쇼윈도우 부부를 만나다

    지난 봄 한국 방문 길에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가득히 사람들이 타고 결혼식장인 10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안쪽에 서있던 한 여인이 소리쳤다. “친한 척 하지 마요. 조금 떨어져 와...
    Views44333
    Read More
  19. No Image

    목사님, 세습 잘못된 것 아닌가요?

    요사이 한국을 대표할만한 한 대형교회에서 담임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일을 놓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그 교회가 속한 교단과 신학대학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교회신자들의 압도적인 지지...
    Views43257
    Read More
  20. No Image

    기회를 잡는 감각

    인생은 어쩌면 기회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신은 평생 사람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세 번 허락한다고 한다. 가만히 내 인생을 돌아보라! 기회가 많았다. 기회를 기회로 잡지 못하면 흘러간 시간이 되고 만다. 매사에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 희한한 사...
    Views4917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