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964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해영.jpg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는 엄마 대신 동생 넷을 키우기 위해 남의집살이(식모)를 시작했다. 그때 그 아이의 나이는 겨우 열네 살. 그런 환경에서도 아이는 공부에 목이 말랐다.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한 게 아니라, 살기 위해 공부했습니다." 직업훈련원에 들어갔다. 배움에 목마른 소녀는 뭐든 악착같이 배웠다. 편물 기술로 전국기능대회를 휩쓸었다.

1985년에는 세계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기계편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다가 아프리카 남부의 작은 나라 “보츠와나”로 간 때가 스물여섯 살. 어린 시절의 자신처럼 아무 희망도 없는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며 꿈을 꾸게 하고 싶었다. 14년 동안 보츠와나 직업학교에 헌신한 그녀는 미국 나약(Nyack)대학을 거쳐 2009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국제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한다. 주인집 창문 너머로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만 보면 눈물이 솟았던 '열네 살 식모'는 이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국제사회복지사가 됐다.

이제 그녀는 유명강사이다. 그녀가 쓴 첫 번째 책은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서울문화사)이다. 스승인 컬럼비아대학교 ‘모이라 커튼’ 교수의 권유로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커튼 교수는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그녀는 장애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정의하지 않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의미 있는 인생으로 창조해냈다.' 134㎝에서 성장을 멈춘 그녀는 굽 높이가 10㎝가량 되는 구두를 신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김해영.” 지금은 밀알복지재단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실 김해영 씨는 아내의 오랜 친구이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전설을 일으킨 그녀는 제대로 된 학위를 받기위해 명문 뉴욕 콜롬비아대학에 지원을 했고 기적처럼 공부의 길이 열렸다. 겨울 방학을 맞이하는 성탄 즈음에는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필라델피아 우리 집에 오곤 했다. 거실에 앉아 부지런히 털실뜨개질을 하며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김해영 선교사가 그렇게 기구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안 것은 그녀가 한국 매스컴을 타며 그녀의 인생스토리를 상세히 들으면서 부터였다. 진주를 알아보지 못했다고나 할까?

척추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오른쪽 다리가 왼쪽보다 1인치 짧아서 늘 기울어진 채로 서 있다. 따라서 20~30m를 걸어가려면 서너번 쉬어야만 한다. 통증을 줄이려고 허리복대를 13년 동안 감고 다녔다. 앉아 있는 게 힘들어 공부는 엎드려서 하거나 누워서 한다. 그녀의 고통은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면이 더 컸다. “쓸모없는 딸”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들어야 했던 모진 말이었다. “가난, 고생은 다 견딜 수 있었지만 엄마가 나를 미워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어요.” 집안이 불행해진 게 다 김해영 탓이라고 하며 엄마는 모질게 때리고 구박을 했다. 정말 친엄마가 맞나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녀가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는 잘못 태어났다.”였다.

“오늘까지만 살고 죽자.” 그녀의 좌우명(?)이었다. 그날이 이어져 이제 그녀는 날개를 달았다. 유명 강사, 베스트셀러 작가. 방송인, 밀알복지재단 홍보대사- 이제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다채롭다. 김해영이 신앙을 가지게 된 것은 직업훈련원 시절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울지 않았을 만큼 그녀의 마음은 닫혀 있었다. 직업학교에 들어갈 때 종교 난에 ‘자신교’라고 썼을 정도다. 세상에 나밖에 믿을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학교에 와보니 나를 위해 걱정해주고 내 앞날을 염려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어울려 교회에 나가게 되고 결국 주님을 만나는 귀중한 체험을 하게 된다.

김해영 선교사를 보며 외치고 싶다.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당신은 천하보다 귀한 소중한 존재이다. 힘을 내자! 뜻이 있기에 태어났고 사명이 있기에 살아있는 것이다. 견디고 이기다보면 새날은 온다. 그날들을 옛이야기처럼 흘리며 살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1. 내가 3일간 눈을 뜰 수 있다면 2/7/2015

    장애를 가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나님은 공평하셔서 그 장애를 다른 방법으로 대처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두 눈을 볼 수도 없고, 듣지도 못하며, 언어구사도 안 되는 삼중고(三重苦)의 고통을 안...
    Views92630
    Read More
  2.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 1/30/2015

    언젠가 방영되었던 MBC 단막극의 제목이다. 드라마는 아파트 “햇빛 노인정” 사람들이 친구의 폐암 소식을 듣고 수술비를 마련하려 애를 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다들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 사는 노인들이라 거두어진 돈은 몇 만원에 불...
    Views100107
    Read More
  3. 경동시장 1/24/2015

    나는 청소년기부터 대학시절을 “제기동”에서 살았다. 가까이는 청량리 역이 위치해 있었고 조금 더 가면 홍릉과 세종대왕 기념관, 그리고 당시 KIST가 자리한 사통팔달의 동리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곳은 ‘시장통’이었다...
    Views102198
    Read More
  4. 관상 1/16/2015

    요사이 “왕의 얼굴”이란 드라마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에는 “관상”이란 한국영화가 9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결국 영화는“관상은 없다.”는 허무한 결론으로 끝이 난다. 과연 그럴까? ...
    Views105868
    Read More
  5. 이마고를 아십니까? 1/9/2015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미국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돈이나 건강, 학력, 직업, 외모’가 행복지수와는 결정적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족 관계가 가장 좋은 사람, 그 중 부부관계가 좋...
    Views87271
    Read More
  6. 2015 첫 칼럼 (새해에는 예쁜 꿈 꾸세요!) 1/2/2015

    새해가 밝았다. 금년은 양띠 ‘을미년’이다. 이상하다. 띠를 무시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띠”에 따라 성격이 나타나는 것을 본다. ‘양띠’들은 대개 온순...
    Views100571
    Read More
  7. 퉁치고 삽시다! 12/26/2014

    어느새 2014년 말미이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되뇌이게 된다. 금년 가장 충격적인 일을 꼽으라면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침몰”사건이다. 진정 엘리옷의 말처럼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그런대...
    Views102693
    Read More
  8. 청춘 낙서 12/19/2014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
    Views111463
    Read More
  9. 중년 위기 12/12/2014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듯 인생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는 인생의 자오선(子午線)이 중년이다. 중년은 분명 전환기이다. 건축 설계업을 하는 마흔 여섯 살의 ‘김모’씨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의 두 아들을 두었다...
    Views88762
    Read More
  10.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12/5/2014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
    Views96427
    Read More
  11. 가을 품속에서 11/28/2014

    가을이다. 매년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금년 가을의 숨결은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한다. 무려 4개월 이상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전화를 받은 것이 6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5월 한 달, 중국 그리고 동남아 선교를 마치고 돌아와 지친 몸과 ...
    Views88383
    Read More
  12. 중력과 은총 11/21/2014

    우리는 일찍이 ‘만유인력’이라는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학설을 배워 알고 있다. 질량을 가진 물체사이의 끌림을 기술하는 물리학 법칙이다. ‘뉴턴’하면 떠오르는 과일이 있다. 바로 “사과”이다. <에피소드 과학사>라는 ...
    Views115786
    Read More
  13. 이 감격, 이 감동! 11/14/2014

    사람이 살다보면 기쁨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토록 원하던 일들이 성취되는 순간이나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영화처럼 눈앞에 나타날 때이다. 올림픽이 온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올림픽 자체가 감동 덩어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몇 시간, ...
    Views85659
    Read More
  14. 장애인을 사랑하기까지 11/7/2014

    나는 장애인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귀한 가정에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갓난아기 때 병으로 다 잃어버리고, 딸을 낳아 기르다가(누나)내가 태어났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하지만 돌이 지나며 ‘소아마비’에 걸...
    Views94338
    Read More
  15. 세월이 가면 10/31/2014

    초등학교 졸업이 가까워지며 “사은회”가 열렸다. 짧게는 1년 동안 길게는 6년을 한결 같이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을 모셔 놓고 다채로운 행사로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다. 따라서 “사은회비”가 졸업경비에 포함이 되어 있었고 소박하...
    Views82500
    Read More
  16. 목사님이시잖아요? 10/24/2014

    항상 친밀하게 교제를 나누며 그래서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젊은 부부가 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로 아내 되는 자매와 ‘카카오 톡’이 오고가다가 서로 마음이 상해버렸다. ‘이제 안 만나면 그만이지!’하고 있는데 ...
    Views84813
    Read More
  17. 목사님, 저 기억하세요? 10/17/2014

    초등학교 국어책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원자 폭탄이요” “아니, 호랑이요” 이내 선생님이 입을 여신다. “세...
    Views86465
    Read More
  18. 부부는 평등해야 한다 10/11/2014

    “생명이 무엇일까?”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부터가 신비 중에 신비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한 가지 이유로 생명이 잉태되는 것일까? 요즘에도 그런지 모르지만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할 때에 얼마나 ...
    Views86842
    Read More
  19. 밀알의 밤을 열며 10/4/2014

    가을이다. 사람들은 공히 “지난 여름은 그닥 덥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서도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어 보이나보다. 숲속을 지날 때에 나뭇잎이 하나둘 차창에 부딪혀 오는 광경을 보며 가을의 손길을 느...
    Views82938
    Read More
  20. 괜찮아! 9/26/2014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시골(양평)이어서 그랬는지 우리 학교에는 여자선생님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선희 선생님”은 절도 있는 태도에 실력파여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지만 수더분한 생김새에 지적...
    Views9993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39 Next
/ 39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