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7:44

청춘 낙서 12/19/2014

조회 수 896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벽낙서.jpg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다리 난간에 페인트 낙서가 되어있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역시 아메리칸 아이들은 목숨을 걸고 낙서를 하는구나!” 스무살 떠꺼머리 시절, 경희대 앞 단골 선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벽에 낙서를 해댔다. 돌이켜보면 번민이 많았던 내 젊은 날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되뇌인다. “청춘은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그 나이에는 열정이 넘치는 만큼 생각과 꿈이 너무도 많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따라주질 않는다. 그래서 고뇌의 연속이다. “4년째 대학생. 4년째 노동자. 모아놓은 돈은 없음… /날고 싶다. 훨훨/답을 찾아줘!/억울하고 슬픈 일 다 지나간다. 힘내라!!” 요즈음 대학가 주점 벽에 쓰여진 낙서문구이다. 그러고 보면 세월이 지나도 청춘의 번뇌는 한결같다.

“학점, 등록금, 알바, 연애, 취업준비…” 바쁘고 피곤한 청춘은 오늘도 탈출을 꿈꾼다. 구구절절 낙서장에 밴 고뇌와 눈물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항거의 표시인지도 모른다. 낙서는 혼자만의 비밀을 고백하고 고민도 털어 놓을 수 있는 맘 좋은 친구다. 아프다며 징징대고 나면 마음도 후련해진다. 남의 낙서에서 발견한 내 고민거리가 왠지 반가운, 대학가 낙서는 그래서 젊은 날의 초상이다. 누군가 대학가 카페나 주점을 돌며 낙서를 살펴보았다. “사랑과 진로, 학업, 군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사랑≫ 인류가 낙서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이 써 온 사랑 이야기. 사랑을 빼놓고서 젊은 날의 고민과 아픔을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낙서의 내용은 “왜 남친(여친)이 없어?/주위에서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나도 이성 친구를 사귀고는 싶지만 맘처럼 쉽지 않다./나의 짝을 찾아줘^^/여친~ 생기게 해 주세요/에휴 꼭 남친 만들 꺼다. 4년 안에.. /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남자 만나고 싶다” 그러다가 만난 사랑은 녹록치 않다. “나.. 너 좋아해. 그거 알아? 몰라? 너 땜에 많이 행복하고 또 많이 힘들어…ㅠ/가을밤 잠 못 드는 사랑 준 사람, 짧게 웃고 길게 우는 사랑 준 사람/참 많이 보고 싶다”

≪진로≫ 언제부턴가 취업이 졸업을 앞 둔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자리 잡았다. “뭘해 먹고 살지? 가뜩이나 먹고 살 궁리에 골이 아픈데 취업문까지 가혹할 정도로 좁다./빨리, 좋은 곳에 취직이 됐으면 좋겠다. 열심히 나름대로 살아오고 공부한 것 같은데 왜 몇 년째 부모님께 속상함을 드리는 딸인 건지/더욱 힘내서 꼬옥 취업 성공해야겠다!!/시험 붙게 해 주세요 제발!!!!” 취직을 목표로 죽기 살기로 노력하는 친구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고민들이 의외로 넘친다.

≪학업≫ 바쁜 와중에도 절대 실패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학점관리. 올A+를 꿈꾸며 오늘도 청춘들은 달린다. ‘자전거타기, 책읽기, 신문보기’ 같은 일상생활이‘종강 후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 올라 있다. “으아아 시험공부 하기 시러어어어어/시험아.. 우리 그만 만나/니네 기말은 안녕들 하시냐?/이번 학기 진짜 너무X3 힘들다 ㅠ ㅠ 중도휴학!!! 하고 싶지만… 죽겠지만..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끝까지 힘 내야징”

≪군대≫ 군대 자체가 고민이다. “도대체 왜, 왜, 왜! 나는 군대 가야 하는 건가? 해답 없는 질문만 마구 던지는 슬픈 우리 젊은날이여./나는 내일 군대간다. Say Goodye/영수야! 군대 잘 다녀 오구 다치지마. 잘 기다리고 있을게/현구야 선임한테 맞지 말고.. 행복해야해 ㅠ-ㅠ흑”

그렇게 청춘은 깊어간다. 내 청춘은 밤을 하얗게 새운 기억이 많다. 체력도 좋았다. 그 덕에 지금도 야행성이다. 이 나이에도 꼭 자정이 넘어야 ‘잠님’이 오신다.낙서는 ‘힐링’의 효과가 있다. ‘성취감’도 있다. 현실이 각박할수록 수준 높은 낙서를 하자. 그것이 쌓여 문학이 되는 날까지.


  1. 퉁치고 삽시다! 12/26/2014

    어느새 2014년 말미이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되뇌이게 된다. 금년 가장 충격적인 일을 꼽으라면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침몰”사건이다. 진정 엘리옷의 말처럼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그런대...
    Views81056
    Read More
  2. 청춘 낙서 12/19/2014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
    Views89649
    Read More
  3. 중년 위기 12/12/2014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듯 인생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는 인생의 자오선(子午線)이 중년이다. 중년은 분명 전환기이다. 건축 설계업을 하는 마흔 여섯 살의 ‘김모’씨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의 두 아들을 두었다...
    Views69741
    Read More
  4.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12/5/2014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
    Views76861
    Read More
  5. 가을 품속에서 11/28/2014

    가을이다. 매년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금년 가을의 숨결은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한다. 무려 4개월 이상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전화를 받은 것이 6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5월 한 달, 중국 그리고 동남아 선교를 마치고 돌아와 지친 몸과 ...
    Views69208
    Read More
  6. 중력과 은총 11/21/2014

    우리는 일찍이 ‘만유인력’이라는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학설을 배워 알고 있다. 질량을 가진 물체사이의 끌림을 기술하는 물리학 법칙이다. ‘뉴턴’하면 떠오르는 과일이 있다. 바로 “사과”이다. <에피소드 과학사>라는 ...
    Views95048
    Read More
  7. 이 감격, 이 감동! 11/14/2014

    사람이 살다보면 기쁨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토록 원하던 일들이 성취되는 순간이나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영화처럼 눈앞에 나타날 때이다. 올림픽이 온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올림픽 자체가 감동 덩어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몇 시간, ...
    Views68331
    Read More
  8. 장애인을 사랑하기까지 11/7/2014

    나는 장애인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귀한 가정에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갓난아기 때 병으로 다 잃어버리고, 딸을 낳아 기르다가(누나)내가 태어났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하지만 돌이 지나며 ‘소아마비’에 걸...
    Views75621
    Read More
  9. 세월이 가면 10/31/2014

    초등학교 졸업이 가까워지며 “사은회”가 열렸다. 짧게는 1년 동안 길게는 6년을 한결 같이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을 모셔 놓고 다채로운 행사로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다. 따라서 “사은회비”가 졸업경비에 포함이 되어 있었고 소박하...
    Views65256
    Read More
  10. 목사님이시잖아요? 10/24/2014

    항상 친밀하게 교제를 나누며 그래서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젊은 부부가 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로 아내 되는 자매와 ‘카카오 톡’이 오고가다가 서로 마음이 상해버렸다. ‘이제 안 만나면 그만이지!’하고 있는데 ...
    Views66693
    Read More
  11. 목사님, 저 기억하세요? 10/17/2014

    초등학교 국어책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원자 폭탄이요” “아니, 호랑이요” 이내 선생님이 입을 여신다. “세...
    Views68594
    Read More
  12. 부부는 평등해야 한다 10/11/2014

    “생명이 무엇일까?”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부터가 신비 중에 신비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한 가지 이유로 생명이 잉태되는 것일까? 요즘에도 그런지 모르지만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할 때에 얼마나 ...
    Views68958
    Read More
  13. 밀알의 밤을 열며 10/4/2014

    가을이다. 사람들은 공히 “지난 여름은 그닥 덥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서도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어 보이나보다. 숲속을 지날 때에 나뭇잎이 하나둘 차창에 부딪혀 오는 광경을 보며 가을의 손길을 느...
    Views64990
    Read More
  14. 괜찮아! 9/26/2014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시골(양평)이어서 그랬는지 우리 학교에는 여자선생님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선희 선생님”은 절도 있는 태도에 실력파여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지만 수더분한 생김새에 지적...
    Views79935
    Read More
  15. 이제 끊으시지요? 9/19/2014

    한 남자의 고백이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일어난 일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고 3이 되면 대학입시 공부를 해야 하니 마지막으로 실컷 놀아보자.”고. 마침 생일이 되어 가까운 친구들을 집에 모아 파티를 열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푸짐한 ...
    Views74865
    Read More
  16. 감나무와 밤나무 9/12/2014

    부부들은 말한다. “저 사람과 나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아주 멋져 보이는 부부를 보고 누군가 부러운 듯이 말을 건넨다. “참 좋으시겠어요. 저런 분과 함께 살아서” 그런데 정색을 하며 대답하는 아내의 말이 걸작이다. “그...
    Views86370
    Read More
  17. 닉 부이치치 9/6/2014

    6년 전, 밀알의 밤을 준비하며 찬양을 인도하는 형제에게 긴급명령(?)을 하달했다. 그 내용은 “밀알의 밤에서 띄울 감동적인 영상을 찾아내라!”였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들뜬 형제의 전화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목사님, 기가 막힌 ...
    Views85205
    Read More
  18. 미친개 선생님 8/31/2014

    나는 매주 KBS 예능 “1박 2일”을 즐겨본다. 얼마 전 “선생님 올스타”편이 방영되었다. 각 고등학교에 특이한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을 게스트로 해박한 웃음을 유발하도록 기획되었다. 작가들의 발상과 PD의 연출은 놀라웠다. 그 중에...
    Views65961
    Read More
  19. 화가 올라올 때 8/23/2014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 생을 가만히 돌아보면 화를 자주 내며 산 것으로 기억이 된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걸음은 부실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몸은 따라주지 못하는 장애가 화를 유발하는 원인이었던 같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들은 이미 매사에 화 기운...
    Views74107
    Read More
  20. 누구를 만나는가? 8/16/2014

    사람은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을 만들어 간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 인생이 표류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시원치 않은 사람인데 만남을 통해 삶이 도약하는 경우도 있다. 만남은 참 신비롭다. 사람이 짐승을 만나면 짐승이 되고 신을 만나면 신...
    Views7069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