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65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눈속에_꽃.jpg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청명하고 먹을 것이 풍성했기 때문이리라! 가을의 하늘은 사나이들의 패기 넘치는 가슴처럼 시원스러워서 좋다. 미국 땅 L.A.로 이민을 왔다. 와! 그곳에 날씨는 매일 가을이었다.

아침과 저녁에 일교차가 너무 크다는 흠은 있지만 코발트 색깔의 하늘을 매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지구상에 이런 낙원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열대 기후라 습도도 없고, 30분만 운전하고 나가면 산타모니카 비취가 있는 L.A.에서 오랜 시간을 이국적 향취를 만끽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기를 따라 변해가는 4계절이 그리워졌다. 특히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눈도 없고 찬 공기의 어루만짐도 없이 맞이하는 성탄절은 무미건조하기만 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계속 좋은 날씨만 이어지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이라는 것을! 그러다가 12년 전. 필라 밀알선교단 단장의 임명을 받고 필라델피아에 발을 디뎠다. 오랜 만에 맡아보는 숲 냄새. 가는 곳마다 새들의 노래 소리와 오리와 사슴이 길을 건너는 모습, 그들이 길을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려 주는 사람들의 여유∼. 그렇게 나는 필라 사람이 되어갔다.

밤이 없다면 아침에 밝은 태양은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추운 겨울이 없다면 사람들이 봄의 따스함을 그리워할까? 계속 형통하다면 사람들은 자그마한 은총도 감사의 조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계절을 통해 하나님은 인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계신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온단다. 봄은 더운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여름이 더울수록 모든 과일과 곡식은 풍성한 열매를 결실하게 되지. 그리고 찾아온 가을의 청명함 속에 인생들은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기쁨을 누리게 되는 거란다”

금년 겨울은 어느 때보다 눈도 자주 오고 혹독하리만큼 춥다. 그래서 봄이 사무치게 그립다. 애타게 봄을 기다리던 우리에게 난데없는 폭설은 야속하기 이를데없었다. 그러나 봄은 오고 있다. 머지않아 개나리가 봄의 감각을 노오란 꽃잎에 담아 전해주리라! 목련이 수줍은 새악시처럼 하이얀 목덜미를 내어 밀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봄을 사랑한다.

그런데 계절은 봄이지만 아직도 가슴은 겨울인 사람들이 있다. 행복하자고 결혼을 했는데 어느샌가 기초가 흔들려 버리고, 어디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지조차 모르는 혼미한 가정이 있다. 이를 악물고 돈을 벌어 미국 땅에서 보란 듯이 살아보리라 다짐을 하며 먹을 것 안 먹고 쓸 것 안 쓰고 애를 썼건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방황하는 분들이 있다. 암(癌)은 남의 일로만 여겼는데 이젠 그 암세포가 내 몸을 파고들어 하루하루를 암흑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의 아픔을 견디며 오늘도 널싱 홈에서 외로이 고독과 육신적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장애우들이 있다.

봄은 왔건만 가슴은 아직 겨울인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찬란한 새벽이 오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따스한 봄날이 온다는 것을…. 정녕 모두의 가슴에 봄은 오는가! 머나먼 타향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가슴에 계절의 봄과 함께 마음의 봄도 오기를 기도드린다. “아가야 너는 아니?”(詩/윤동재) “올 봄에도 잎이 나오기에 앞서 개나리꽃이 먼저 활짝 핀 까닭을. 아가야, 너는 아니? 올 봄에도 잎이 나오기에 앞서 진달래꽃이 먼저 활짝 핀 까닭을. 아가야, 너는 아니? 올 봄에도 잎이 나오기에 앞서 복숭아꽃이 먼저 활짝 핀 까닭을. 아가야, 너는 아니? 아가야, 그건 지난 겨울을 이겨낸 너에게 제 아름다움과 어여쁨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어서이지“


  1. 이민 전설 10/8/2011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익숙한 것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어떻게 미국에 오시게 되셨습니까?” 사연은 가지가지이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영주권을...
    Views76345
    Read More
  2. 쇼윈도우 부부 5/28/2012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부부가 있다. ‘어쩜, 저런 선남선녀가 만나 부부가 되었을까?’ 부러워지기까지 하는 커플이 있다. 보이는 것처럼 내면도 행복했으면 좋으련만 그게 아닌가보다. 다가가 묻는다. “댁은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
    Views76415
    Read More
  3. 이런 마음을 알기는 하니! 10/8/2011

    딸이 떠났다. 그동안 전공하던 것을 접고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먼 로스엔젤레스(L.A.)로 떠나갔다. 몇 달 전, 심각하게 아빠와의 면담을 요구 했을때는 하찮게 들어 넘겼다. 미국에 처음 이민을 온 곳이 L.A.이기에 막연한 그리...
    Views76497
    Read More
  4. 정녕 가슴에 봄은 오는가? 3/20/15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
    Views76537
    Read More
  5. 텍사스 밀알 선교단 2/9/2014

    연초부터 미주밀알에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워싱톤 밀알 “정택정 단장”이 정신 병동에 심방을 갔다가 장애인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구타를 당해 뇌출혈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수술을 두 번이나 시도해도 뇌에 출혈은 멈추지 않는 급박한 상...
    Views76571
    Read More
  6. 그대 곁에 있는 사람 3/11/2013

    가정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 되는 곳이다. 사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꿈을 이루고 세상적인 지위를 높여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되는 귀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은 놓치면 안 된다. 굉장한 일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가정을 잃으면 모든 ...
    Views76579
    Read More
  7. 35m 다리에 올라간 사나이 10/24/2011

    지난 달 19일. 밤 8시경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위치한 부산대교 위에서 한 남성이 “집 나간 아내를 찾아오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며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다행히 급히 출동한 119 구조대원의 설득 끝에 3시간 만에 스스로 내려와 큰 화는 ...
    Views76666
    Read More
  8.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12/5/2014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
    Views76727
    Read More
  9. 부부 싸움 12/18/2012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부부를 만났다. 대화중에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두 분은 부부싸움을 안하시지요?” 두 사람이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부부싸움을 안하는 부부가 있나요? 저희도 가끔은 의견이 안 맞을 때가 있지요.” 그...
    Views76733
    Read More
  10. 욕쟁이 할머니 7/10/15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
    Views76753
    Read More
  11. 나는 엄마다 2/25/2012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1년 만에 예쁜 딸이 태어났다. 얼마나 착하고 말을 잘 듣는지 가정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자라며 놀이방에 맡겼는데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게 &ldquo...
    Views76772
    Read More
  12. 건빵 1/28/2014

    나는 간식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우직하게 세끼 식사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입이 궁금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시장기가 돌았고 불현듯 생각 난 것이 건빵이었다. 60년대만 해도 간식은 고사하고 양식이 없어 굶주리...
    Views76901
    Read More
  13. 풍요로운 삶 7/3/2013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에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던 때였다. 남루한 옷차림에 술 냄새까지 찌든 사람들이 한창 음식을 먹고 있는데 그중에 한사나이가 젓갈을 쥔 손을 치켜들며 소리를 쳤다. “삶은 무엇인가?” 갑작스럽고도 무게...
    Views77028
    Read More
  14. 추억이 피어오르는 음식 10/8/2011

    사람에게 소중한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식도락(食道樂: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 봄을 도락으로 삼는 일)”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그 음식에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늘쫑”만 보면 금새 ...
    Views77030
    Read More
  15. 진중세례식  4/10/2011

    오랜만에 맡아보는 한국의 봄 냄새가 싱그럽다. 봄은 신비롭다. 신기하다. 다 죽은 것 같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살아나니 말이다. 개나리가 노오란 꽃망울로 봄소식을 전하더니 이내 목련이 매력이 넘치는 하이얀 목덜미를 드러내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Views77154
    Read More
  16. 아버지가 이상하다 1/18/2013

    아버지는 가장이다. 가정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거의 과묵했다. 지금처럼 살가운 아버지는 없었다. 아니 그때는 “아빠”가 없었다. 그냥 “아버지”였다. 얼굴표정이 항상 근엄하여 변동이 없는 분이 ...
    Views77186
    Read More
  17. 고부(姑婦) 사랑 3/15/2012

    고부갈등은 드라마의 단골소재이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부로 겪는 가족관계이기도 하다. “고부갈등은 사주팔자에도 안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멀기만 하고 먼 것 같으면서도 챙겨야만 하는 묘한 관계이다. 이런 말...
    Views77301
    Read More
  18. 허풍 8/31/2011

    사역을 하다보니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잔잔하고 진실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기도하고 때로는 ‘척’들어도 허풍 같은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사람까지 참 다채롭다. 심리학자 ‘칼융’의 학설처럼 겉으로 드러나...
    Views77323
    Read More
  19. 남자여, 늙은 남자여!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장의 위치는 대통령이 안 부러웠다. “어∼험”하며 헛기침 한번만 해도 온 집안이 평정되었으니까. ‘가족회의’라고 가끔 소집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시...
    Views77402
    Read More
  20.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744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