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7:55

헐∼ 3/27/15

조회 수 8711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깜놀.jpg

 

 

나에게 재산이 있다면 소중한 친구들이다. 성격도, 만난시기도 다 다른 친구들이 여기저기 포진(?)하며 내게 힘을 준다. 그중에서도 ‘봉채’는 고 1때 만나 지금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가만히 헤아려보니 어언 40여년이 흘러갔다. 고교시절 가을이 되면 나는 여러 학교와 교회 <문학의 밤>에 게스트로 초청을 받았다. 그때마다 봉채는 기타를 들고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중 3까지 배구를 했던 봉채는 182Cm가 넘는 키에 거구이다. 말 수가 별로 없던 봉채는 내가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다는 듯 나를 지긋이 쳐다보며 경청해 주었다.

추억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특별히 20대 초반, 봉채가 전투경찰 복무시절에 휴가를 얻어 함께 떠났던 경북 ‘풍기’ 여행은 지금도 만나면 할 얘기가 많을 만큼 인상에 남는 여정이었다. 그리워하다가 미국에 온지 8년 만에 한국에 나가 봉채를 만났다. 아무리 전도를 해도 신앙생활에 관심을 안보이던 그가 우여곡절 끝에 예수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신실한 교회 집사가 되어있는 것이 못내 신기하고 대견했다. 추억을 넘어 영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봉채의 아내는 믿음이 좋고 무엇보다 성격이 소탈한 집사이다. 남편의 친구가 목사라는 사실과 미국에서 장애인선교를 한다는 것이 아내 입장에서는 든든하고 좋았나보다. 한적하고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다가 아이들 얘기가 나왔다. 봉채에게는 두 딸이 있다. 봉채 아내가 “목사님, 우리 딸들이 목사님을 많이 보고 싶어 해요. 아빠 친구가 목사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어요.” “그래요? 전화통화라도 한번 하십시다.” “학교 수업중이라 받을지 모르겠네요.” 하며 전화를 건다. 이내 저쪽에서 받는 소리가 나더니 핸드폰이 내 손에 넘어왔다.

“네가 ‘윤수’냐? 나 미국에서 온 아빠 친구 이재철 목사야!” 갑자기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 봉채 딸이 소리를 치며 웃기 시작한 것이다. 깜짝 놀랐다. 그러더니 대번 “대박!”한다. “응?” 윤수는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좋아하며 내가 말을 할 때마다 “대박!”을 외쳐댄다. 그날 통화는 “대박”소리만 듣다가 끝이 났다. 작년 5월 친구 송태근 목사가 시무하는 삼일장로교회에서 설교를 할 때는 온 식구들이 자리를 함께 하며 내 설교를 들었고 예배 후에는 봉채의 두 딸과 아내의 머리에 손을 얹고 간절히 축복기도를 드렸다. 실로 감격, 그 자체였다.

오늘 쓰고 싶은 이야기는 출처를 알 수 없는 한국말이다. “대박!”이란 말 그대로 “갑자기 크고 놀라운 행운이 찾아 올 때에 쓰는 말”이다. 그런데 요사이는 별스럽지 않은 일에도 “대박”를 외쳐댄다. 언제부터인가? 아내는 “헐∼”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대화를 하다가 예상 밖에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헐∼”한다. “헐?” 아니 “헐∼이 뭐야!” 애들이 쓰는 것을 보더니 “헐∼”에 전염되고 말았다. 내가 아는 바로는 오래전에 KBS “개그콘서트”중 한 코너에서 옥동자 정종철이 처음 “헐∼”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으로 기억한다. 기가 막히고 난처한 상황에서 “헐∼”을 내뱉었는데 이제는 그 말이 상용어가 되어 버렸다.

또 하나의 단어가 있는 데 “짱!”이다. 옛날에는 “너무 좋아!”라고 말하던 것을 이제는 “짱!”하면 끝난다. “짱, 맛있어. 짱, 잘생겼어, 짱, 부자야. 짱, 공부 잘해.짱, 키 커.” 여기저기 다 붙여 사용한다. 어느새 나도 전염(?)이 되고 말았다. 그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할라치면 “진짜?”라고 되물어 온다. 얼마 전 밀알 단원에게 중요한 말을 했다. 대번 “진짜요?”한다. 아니 목사가 말을 하는데도 “진짜”냐고? 정색을 하게 되었다.

“깜놀”(깜짝 놀람)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짐), “넘사벽”(넘을수 없는 4차원의 벽) “안습”(안구에 눈물이 찬다), “열폭”(열등감 폭발), “모솔”(모태 솔로)등.수없는 신생 단어의 뜻을 파악하기조차 버겁다.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헐∼”했다. 이거 중독성이 있네.


  1. 감나무와 밤나무 9/12/2014

    부부들은 말한다. “저 사람과 나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아주 멋져 보이는 부부를 보고 누군가 부러운 듯이 말을 건넨다. “참 좋으시겠어요. 저런 분과 함께 살아서” 그런데 정색을 하며 대답하는 아내의 말이 걸작이다. “그...
    Views85239
    Read More
  2. 졸업 기념 - 타임캡슐 3/9/2011

    한국은 지금 졸업시즌이다. 초등학교부터 중, 고등학교를 거쳐 요사이는 대학졸업식이 한창이다. 날을 잘 만나면 따스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중에 졸업식을 거행하고 있다. 미국은 가을학기이기에 거의 초여름에 졸업식을 한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를 ...
    Views85510
    Read More
  3. 가리방을 아시나요? 11/8/2012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가장 흔한 인쇄술을 ‘가리방’이었다. 아니 다른 대안이 없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가리방’은 일본 말인 듯 하고 사실은 “등사기”라고 해야 맞는 어법이다. 하지만 글의 맛이 살리기 위해 ...
    Views86400
    Read More
  4. 헐∼ 3/27/15

    나에게 재산이 있다면 소중한 친구들이다. 성격도, 만난시기도 다 다른 친구들이 여기저기 포진(?)하며 내게 힘을 준다. 그중에서도 ‘봉채’는 고 1때 만나 지금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가만히 헤아려보니 어언 40여년이 흘러갔다. 고...
    Views87119
    Read More
  5. 15분 늦게 들어선 영화관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
    Views87228
    Read More
  6. 순수야, 푼수야? 2/23/2011

    나는 순수한 사람이 좋다. 순수한 사람을 만나면 살맛이 나고 삶의 도전을 받는다. ‘순진’과 ‘순수’는 다르다. ‘순진’은 사실 경험하지 않음에서 오는 풋풋함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어린...
    Views87651
    Read More
  7. 깍두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 중에 하나가 “깍두기”이다. 무우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 적당히 양념을 버무려놓으면 감칠맛 나는 “깍두기”가 탄생한다. “깍두기”하면 설렁탕이 생각나는 것은 둘이 너무나 궁합이 잘 맞기 때문...
    Views88048
    Read More
  8. 전신마비 장애인 6/22/2011

    30대 중반에 담임목사가 되어 목회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을 때였다. 어느 주일에 한 가족이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에 등록을 하였다. 남편은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기사였고 아내는 다소곳한 인상에 두 명의 어린 아들이 있었다. “목포에서 살다가 병상에 ...
    Views88266
    Read More
  9. 청춘 낙서 12/19/2014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
    Views88279
    Read More
  10. 창호지(窓戶紙)의 정갈함 6/23/2013

    어린 시절 우리는 거의 한옥에서 살았다. 표현 그대로 ‘고래등’ 같은 거창한 한옥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박한 한옥에서 둥지를 틀고 살았다. 항상 드나드는 커다란 방문과 창은 거의 창호지로 빛을 조절해 주었다. 그 시절에는 유리가 ...
    Views88592
    Read More
  11. 희망을 쏘아올린 골든벨 2/13/2013

    <도전, 골든벨!>(KBS-1TV)은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려 50개항에 퀴즈를 풀어가는 동안 벼라별 해프닝이 속출한다. 학생들의 교복과 모자에는 응원자들과 탈락한 친구들의 명찰이 ‘치렁치렁’ 매어달리고 서서히 생존자(?)들이 줄어들기...
    Views88659
    Read More
  12. 단장 이재철 목사 사역 소개  7/18/2010

    ◕ 매주 금요일 주간지 <뉴스코리아>와 <주간 필라>에 "칼럼"을 집필합니다. ◔ “밀알의 소리” 필라델피아 기독교 방송국 진행-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생방송 ◓ 각 교회 초청 설교-현재까지 대필라지역 90개 교회의 강단에서 설교를 하였습니다. ...
    Views88703
    Read More
  13. 눈먼새의 노래 3/15/2012

    한 시대를 살며 장애인들에게 참 소망을 주셨던 “강영우 박사님”이 지난 23일(목)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드라마 “눈먼 새의 노래”를 통해서였다. 탤런트 “안재욱”과 “김혜수”가 열...
    Views89666
    Read More
  14. 오체불만족 7/22/2010

    『오체 불만족』은 일본에 중증장애인 “오토다케 히로다타”가 지은 책이름이다. 책 속에는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상이 오롯이 담겨있다. 오토다케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산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낳은 뒤 한 달 ...
    Views90559
    Read More
  15. 인생의 자오선- 중년

    인생의 세대를 나눈다면 유년, 청년, 중년, 노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유년은 철모르고 마냥 뛰어노는 시기이고, 청년은 말 그대로 인생의 푸른 꿈을 안고 달리는 시기이다. 그 이후에 찾아오는 중년, 사람들은 그렇다. 나도 그랬다. 자신의 삶에는 중년...
    Views90918
    Read More
  16. 시간의 구성성분 분석 5/17/2014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말에는 시간 속에 치유성분이 들어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소리 없이 나를 스쳐지나갔다.”는 것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의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는 뜻이 담겨있다. 시간은 전혀 형체가 없다. 하...
    Views91428
    Read More
  17. 남자는 다 어린애고 불안한 존재더라 8/9/2014

    은막의 여왕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가 있다. 바로 “김지미”씨이다. 흑백영화시절부터 그녀는 실로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었다. 가난하고 그래서 배고프던 시대에 김지미는 한국여성의 틀을 깨고 서구적인 미모로 영화계를 ...
    Views91765
    Read More
  18. 중력과 은총 11/21/2014

    우리는 일찍이 ‘만유인력’이라는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학설을 배워 알고 있다. 질량을 가진 물체사이의 끌림을 기술하는 물리학 법칙이다. ‘뉴턴’하면 떠오르는 과일이 있다. 바로 “사과”이다. <에피소드 과학사>라는 ...
    Views93718
    Read More
  19. 개나리 꽃이 피었습니다! 4/5/2011

    금년 겨울은 몹시도 추웠다. 눈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 지리한 겨울의 한복판에서 “언젠가는 봄이 오겠지. 아마 금년에는 봄이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올거야!”하는 기대감에 살았다. ‘썸머 타임’이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정확히 지...
    Views93869
    Read More
  20. 희망과 추억이 가득한 성탄 12/24/2012

    한해가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다. 식당과 쇼핑몰마다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구세군 자선냄비와 어우러져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성탄이 가까워 옴을 느낀다. 아빠 차에 오른 딸에게 물었다. “너는 캐롤을 들으면 가슴이 설레이니?” “모...
    Views9584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