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왔다. 몹시도 춥고 지루했던 겨울이어서일까? 한국 프로야구는 개막전부터 만석에 구름 관중이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나는 장애가 있어 그라운드를 누비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구기종목을 좋아한다. 축구, 배구, 탁구 무엇보다 야구 마니아이다.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경기와 덕아웃의 두뇌 싸움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흥미를 돋운다.
고교 1학년 때, 처음 동대문야구장에 들어선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뛴다. 야간조명에 빛을 받아 클로즈업 되던 녹색 잔디 구장, ‘안타’가 터질 때마다 쏟아지는 박수와 함성. 결정적인 순간에 3진 아웃으로 물러나는 선수를 향한 깊은 탄식. 완전히 별천지였다.
고교 야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 당시 고교 야구는 서민들의 서글픈 가슴을 치유하는 명약중에 명약이었다. 팀의 동문들과 동향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목이 터져라 연고팀을 응원했다. 자신의 팀이 승리했을 때는 뛸 듯이 기뻐하며 타향살이에 시름을 달래기도 하였지만, 패배하였을 때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경기장을 빠져나가야만 하였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가 어언 43년이다. 국민소득 4만불 시대에 육박하면서 프로야구의 인기는 날로 상승하고 있다. 과거에는 남성 관중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많은 여성 관중이 팀 유니폼을 입고 가족들까지 총동원되어 응원에 몰입한다. 미미하게 시작한 한국 프로야구가 이제는 세계를 주도하는 자리까지 치고 올라갔다. 미국 프로야구팀에서 괄목할만한 실력 발휘를 하는 한국 선수들을 보는 것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야구공은 코르크, 고무에 실을 감은 후 흰색의 말가죽 또는 쇠가죽 두 쪽으로 이를 싸서 단단하게 만든다. 나선형으로 108개의 솔기(실밥)를 갖고 있다. 솔기의 역할은 매우 크다. 공의 스피드를 유발시킬 뿐만아니라 투수의 손을 떠난 야구공이 플레이트 위에서 희한한 유희를 부리며 들어오는 모습은 사람의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커브볼(curve ball)”은 솔기(실밥)를 쥐고서 던진다. “스크루 볼(screw ball)”은 커브를 역회전시키는 구종(球種)이다. “싱커(sinker)”는 솔기를 피하여 깊이 쥐고, 손가락 끝을 뜨게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팜볼(palm ball)”은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OB 베어스박철순의 주무기였다. 공을 던질때에 몸통회전을 급히 하여 브레이크를 거는 방식이다. “슬라이더(slider)” “포크볼(fork ball)” “너클볼(knuckle ball)”까지 투수들의 구질은 다양하다.
내야에서 보면 마운드가 평평한 것처럼 보이나 외야석에서 보면 마운드가 우뚝 솟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10인치 정도 되니까 피처가 높은 곳에서 볼을 내리꽂는 형식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타순은 어떻게 정할까? 1번 타자는 정확한 타격에 선구안이 좋으며, 발이 빨라야 한다. 도루에 능해야 하며 무엇보다 출루율이 높아야 한다.
2번은 “번트와 히트앤드런”등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3번은 타율이 높고 장단을 겸비하며 정확성이 팀 내에서 가장 좋은 선수가 맡는 부분이다. 4번 타자는 야구의 브랜드 네임이다. 장타력이 가장 좋으며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홈런을 때려 낼 수 있는 선수라야 한다. 무엇이나 시작이 중요하듯 1번 타자만큼은 센스 있고 출루율이 높고 야구를 아는 타자가 배치된다. 야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4번 타자가 야구를 다하는 것으로 알기 쉽다. 아니다. 야구는 팀웤이다. 특히 강팀이 되고 이기는 경기를 하려면 수비가 강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는 것이다. 점수를 내는일도 중요하지만 지키는것이 관건이다.
물론 투수가 가장 중요하다. 투수가 강하면 타자가 살아나지만 자꾸 얻어맞으면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 야구이다. 공격과 수비.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과감하게 돌진하고 올인할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마인드를 잘 콘트롤 하면서 지켜내는 것 또한 소중하다.
많은 사람들이 성취해 놓고 지키지 못해 흔들린다. 요사이 필라델피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들은 쌓아놓고, 그렇게 애써 이루어놓고 지키지 못한 태도로 인해 불거진 것 같아 안타까움이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