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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4 10:26

불꽃 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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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인생을 건강하고 평안하게 살고 싶은 소원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태어날때부터 그 소박한 꿈을 접고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만 이해한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짧지만 실로 불꽃같은 영롱함으로 살다 간 인물이 있다.

 

 박성욱씨. 그는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따라서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만 하였다. 학창 시절에 부모가 함께 등교하여 옆에서 책장을 넘겨주어야 했다. 부모가 바쁠때는 도우미를 고용하여 학업을 감당하였다. 성욱씨는 항상 진취적이었다. 그를 지켜본 아버지는 “아들이 의지가 워낙 강해서 슬럼프를 겪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그는 1급 지체 장애인 최초로 서울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게 된다.

 

 그가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일본 후쿠오카 수학여행을 포기하려던 그를 위해 담임 교사는 여행사에 장애인 버스를 요청하고,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 성웅의 열정은 대학 생활에서도 많은 성취로 이어졌다. 서강대학교 재학 시절 9학기 동안 국문학 · 심리학 · 교육문화(교직)를 전공했다. 대학원 진학을 권유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고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계속한다.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공부에 열성을 보이는 그에게 학교에서는 여러 방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드디어 2017학년도 임용시험에 합격해 국어 교사가 되는 쾌거를 이룬다. 그는 특수마우스를 입에 물고 파워포인트와 동영상 등 수업 자료를 준비했다. 과목 특성상 긴 지문이 많다 보니 학기 중에는 수업 준비와 시험 출제로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내야 했다.

 

 그렇게 교사의 꿈을 이루어 덕수중학교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가 지난 1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32세였다. 얼마나 안타까운일인가? 그는 누구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높았다. 특히 흑인 힙합 동아리 활동은 박씨가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음악을 듣고 피드백하는 ‘리스너(listener)’로 가입했다가 비트박스 파트를 맡았다. 거리 버스킹 무대에도 섰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 소극장 공연을 할 때는 동아리 친구들이 박씨를 휠체어째 들고 무대에 올렸다. 이후 덕수중 재직 중에는 힙합 동아리를 이끌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학생들이 점차 당당해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의 집에는 학생들이 써준 편지들이 가득 쌓여있다. “몸이 불편해도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이 대단하고 멋지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박씨는 자신과 학생들이 직접 쓴 글을 모아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품집을 만들었다. 맨 앞장에 담긴 그의 편지엔 방학식 날짜가 적혀 있었지만, 이날을 일주일 앞두고 그는 하늘 여행을 떠나고 말았다.

 

 부모 박정주 · 안선희씨는 가족 세 명의 모교인 서강대에 2,000만원을 도서관 발전 기금으로 기부했다. 이들은 지난 14일 신문사를 방문해 “불꽃처럼 살다 간 아들의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학생들에게 뜻깊게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머니 안씨는 아들 박씨가 남긴 ‘버킷리스트’를 대신 이뤄갈 계획이다. 첫 목표는 아들이 남긴 메모와 습작으로 자서전을 엮는 일이다. 안씨는 “지난 30년간 아들도, 나도 죽을 힘을 다해 살았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던 아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아 있으니 기회도 있다는 마음으로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주며 살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박성욱씨가 2004년 어버이 날을 앞두고 부모에게 쓴 편지가 가슴을 파고든다. “저를 그동안 건강하게 키워주시고 공부할 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더 건강해지면 엄마 · 아빠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사랑해요” 살아있다는 것을 가능성이요, 기적이다. 짧았지만 불꽃처럼 살다간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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