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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한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아이들이 콜라를 한모금 마시고는 그만이다. 내가 말한다. “아니 한번 땄으면 끝까지 마셔야지. 이게 뭐야?” “아니 어때서 그래요. 마시고 싶은 만큼만 먹는거지” 할말이 없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생각났다. 마주 앉아 밥을 먹다가 밥풀 하나가 떨어지면 나를 쏘아보셨다. ‘집어먹으라’는 싸인이다. 머뭇거리면 그때부터 쌀 한톨이 생기기까지의 명강의(?)가 이어졌다.

 

 그때부터 일단 주어진 그릇의 밥이나 국은 끝까지 처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지금도 나는 음식을 남기는 일은 없다. 풍족해져서일까? 젊은 세대는 음식을 귀히 여기지 않는다. 배고프면 먹고 배가 불러오면 금방 수저를 내려놓는다. 쌀이 얼마나 귀한가? 우리가 어릴 때 소원은 하얀 이밥(쌀밥)에 쇠고기 국 한그릇을 먹는 것이었다. MZ 세대가 들으면 웃을 일이다.

 

 고교 동창 ‘봉채’를 만났다. 그는 포천 이동이 고향으로 일찍이 아버지로부터 농사를 배웠다. 고교를 서울로 진학하면서 땅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가 남겨준 논에 모를 심고 쌀수확을 거두는 일은 아직도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모두 기계로 하기에 조금은 수월하단다. 기독교인들에게만 조용히 알려진 가수 홍순관이 있다.

 

 그의 노래 <쌀 한 톨의 무게>에는 무위당 장일순의 ‘모심과 섬김사상’이 그대로 녹아 있다. “오늘날 과학이라는 게 전부 분석하고 쪼개고 비교해서 보는 건데, 우리는 통째로 보아야 한다. 쌀알도 우주의 큰 바탕이 없으면 생길 수가 없듯이 벌레 하나도 이 땅과 하늘과 공기와 모든 조건이 없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고 강조한다.

 

 <쌀 한톨의 무게>의 노랫말이다. “쌀 한 톨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무게를 잰다.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그 안에 스몄네/ 농부의 새벽도 그 안에 숨었네 나락 한 알 속에 우주가 들었네/ 버려진 쌀 한 톨 우주의 무게를 쌀 한 톨의 무게를 재어본다. 세상의 노래가 그 안에 울리네. 쌀 한 톨의 무게는 생명의 무게 평화의 무게 농부의 무게 세월의 무게 쌀 한 톨의 무게는 우주의 무게”

 

 사람들은 하루 세끼 밥을 먹는다. 동물과 사람의 식생활이 다른 것은 사람은 단지 끼니를 때우는 것을 넘어 참 나를 아는 진지(眞知)를 들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도 식사를 ‘진지’라고 하였다.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가정환경, 성격, 성장 과정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현대인들은 식사 시간이 빠르다.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지, 무슨 맛인지 느낄 겨를도 없이 그저 삼키기에 바쁘다. 밥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온갖 생명에 대한 공경심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할 일이다.

 

 이제 쌀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세태이다. 먹을 것이 너무도 많다. 굳이 쌀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맛있고 영양가 넘치고, 흥미로운 음식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흰쌀밥은 당뇨의 주원인이 된다나. 쌀의 영양은 현미 씨눈에 66%, 현미 껍질에 29%가 들어 있다.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흰쌀밥은 이러한 씨눈과 껍질이 완전히 제거된 전분질 부분이다.

 

 오래전, 한국에서 목회를 할때에 영성훈련에 들어가 충격을 받았다. 밥상을 차리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허기가 져서 음식을 먹으려고 하니 ‘기다리란다.’ 영성훈련을 이끄는 리더가 말한다.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을 바라봅시다. 바라보면서 “제대로 씹을 수 있는 음식들인가?”, “올라온 음식의 냄새, 색깔, 모양, 소리, 맛 그리고 어울림을 어떤가?” 느껴봅시다.”

 

 아무 생각없이 음식을 대하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래, 이 음식이 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했던가?’ 음식을 먹으며 눈물을 머금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어 기도가 이어졌다. “한 방울의 물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땀이 담겨 있습니다. 살아있는 밥으로 오셔서 우리를 살리신 주님을 본받아 우리도 이 밥 먹고 밥이 되어 이웃을 살리는 삶을 살겠습니다. 아멘.” 살아있는 밥으로 오신 주님처럼 이웃을 살리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 음식 앞에서 겸손할 수 있는 인격. 그것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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