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6.19 13:55

배캠 30년

조회 수 209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음악캠프.jpg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심야방송에 엽서로 음악을 신청해 보아도 나올 확률은 희박한 때였다. 클래식에 눈을 뜨며 종로 1가에 위치한 음악감상실 <르네상스>를 찾아 헤드폰을 귀에 장착한 채 스테레오 음악에 심취했다. 고교시절 방과 후에 친구들과 시청 근처에 있는 음악감상실에 둘러앉아 다리를 떨며 음악을 들었다. 뜻도 잘 모르는 팝송을 흥얼거리고 한글로 토를 달아 따라 불렀다.

 

  1990319일 문화방송(MBC)에서 새로운 팝전문 프로그램이 시작을 알린다. 첫 방송 시그널은 비트가 강해 인상 깊게 다가왔다. The Rolling Stones“Satisfaction”Vienna Symphony Orchestra Project가 편곡하여 그 효과는 강렬했다. 놀랍게도 DJ는 배철수였다. 의외였다. 그는 1978년 동양방송 TBC 1회 해변가요제에 그룹 활주로(RUNWAY)의 일원으로 출전하게 되는데 덥수룩한 장발과 콧수염은 당시 파격적이었다. 히피족을 연상하게 하는 그의 외모는 상당히 보기가 거북했다. 그런데 그의 중저음 목소리와 던지는 듯한 멘트, 풍부한 팝 지식과 어우러져 야릇한 매력을 유지하며 롱런을 하게 된다. 2020319일로 <배철수의 음악캠프>(배캠)는 방송 30년을 맞이하며 방송의 한획을 긋는다.

 

  배철수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인생 참 두고 볼 일이야!” 그가 이끄는 그룹은 해변가요제에서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로 인기상을 받았다. 희한하게도 같은 해 제2MBC 대학가요제에도 또다시 출전하여 탈춤으로 은상을 받는다. 1979년 송골매를 결성해서 보컬, 드럼으로 본격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1982년 구창모 등 블랙 테트라 멤버들을 영입하면서 송골매는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그 당시 송골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창모의 감미로운 고음 구사와 표현하기 힘든 묘한 멤버의 조화는 그 당시 소녀 팬들의 가슴을 달뜨게 했다. CF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배철수는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려웠다고 한다. 학비가 전액 면제되어 응시를 하는데 당시 항공대에 입학한 것을 보면 공부는 잘했던 것 같다. 1983320KBS 2TV <젊음의 행진> 생방송 도중 마이크를 바로 잡으려 하다가 감전사고를 당해 방송이 중단되고 입원 치료를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송골매에서 활동하던 그는 돌연 배철수의 음악캠프로 팝 전문 DJ 활동을 시작하며 새로운 길을 가게 된다. 시청률 1위는 한 적이 없지만 30년을 한결같이 오후 6~8시까지 일상 퇴근길에 길동무로 시청자 곁에서 살고 있다. 시작과 방송 마무리 멘트를 쓰는 김경옥 작가와 30년을 함께 한 것을 보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된다.

 

  635분 즈음 나오는 철수는 오늘코너는 삶 속에서 사소한 것들을 보고 느낀 점, 혹은 교훈이 될 만한 점들을 에피소드 식으로 잔잔하게 풀어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방송 30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나이 36살에 시작하여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것은 경이롭다. 그의 백발과 흰 콧수염조차도 연륜이 묻어나며 멋져 보인다. 배철수는 2004116일부터 K본부 <콘서트 7080>을 진행하며 MC의 저력도 드러낸다. 2018년까지 무려 14년간 사회를 본다. 당시 출연한 가수들은 배철수의 변모를 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실로 환골탈태라고나 할까?

 

  배철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PD인 박혜경과 결혼하여 슬하에 아들을 두고 있다. 건실한 가장의 모습이 대견하고 언제나 방송 4시간 전에 대기하며 준비한다는 그의 일상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배철수를 보며 몇가지를 깨닫는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된다.” “그의 Pop 지식이 방송 30년을 가능하게 했다면 결국은 실력이 삶을 결정한다” “젊은 날의 자유분방함이 결국 노년의 엄청난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배캠 방송 30년을 축하한다!

 

 

 


  1.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33325
    Read More
  2. No Image

    별들의 고향으로!

    2013년 9월, 우리 시대 최고 소설가인 최인호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더벅버리를 하고 청년문화를 외치며 명동 뒷골목을 누비고 다닐때에 그는 진정 우리의 우상이었고 젊은 가슴을 풍성하게 한 시대의 작가였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구성진 목소리가 친근감을...
    Views39080
    Read More
  3. 변산공동체 1/28/2013

    시쳇말로 잘나가던 분이 갑자기 시골로 향한다. 땅을 개간하고 전혀 해보지 않은 농사일을 시작한다. 소문을 듣고 외로운 사람들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여든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한 식구를 이루어가며 공동체가 되었다. 주인공은 “농...
    Views65288
    Read More
  4. 벼락치기 5/29/2013

    학창시절에 벼락치기를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줄곧 수석을 달리거나 공부에 절대적 취미(?)를 가진 친구 아니고는 누구나 벼락치기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세대는 시험세대이다. 중학교 입학시험부터 학기 중에는 중간고사와 학기말고사를 치르며 학업...
    Views62168
    Read More
  5. 베이비부머

    어느 순간부터 세대를 구별짓는 명칭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 구분은 미국식이다. 처음 생겨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칭한다. 1965~1980년에 태어난 부류를 ‘X세대’라고 한다. 관...
    Views13582
    Read More
  6. 버려진 아이들

    세상은 평온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하지만 어둠 진 곳에서는 가정에서 버려져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 “경호”는 17살이다. 부모는 3살 때에 이혼을 했다. 이후 경호는 아버지 손에 자랐다. 경호 아버지는 공장에서 사고를 당...
    Views53479
    Read More
  7. 버려진 노인들 8/4/2011

    여행사에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받아드니 하시는 말이 “아가씨, 오늘 날씨가 어떻대요?” 기가 막히다. 바빠서 허둥대는 사람에게 겨우 묻는 것이 날씨라니. “예, 오늘은 좀 덥구요. 오후에는 소나기도 온답니다.” 실제로 필라델...
    Views71145
    Read More
  8.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9941
    Read More
  9. No Image

    백수 예찬

    젊었을때는 누구나 쉬고 싶어한다. ‘언제나 마음놓고 쉬어볼까?’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삶에 열중한다. 아이들의 재롱에 삶의 시름을 잊고 돌아보니 중년이요, 또 한바퀴를 돌아보니 어느새 정년퇴직에 접어든다. 한국 기준으로 보통 60세가 ...
    Views6779
    Read More
  10.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20696
    Read More
  11.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37141
    Read More
  12.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20981
    Read More
  13. 방학숙제 7/22/2010

    공부를 하는 것은 힘이 들지만 “방학”이 있기에 학생들은 꿀보다 더 단 휴식을 취하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식을 하는 날은 수업이 오전만 있어서 좋았다. 방학하는 날은 가슴이 설레이는 날이다. 성적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필자...
    Views69994
    Read More
  14. No Image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팬데믹을 지나며 놀라는 것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차 운행이 필수인 미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할라치면 음식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런치 스페셜?’ 옛날이야기이다. 저렴한 스페셜이...
    Views5779
    Read More
  15. 밤나무 & 감나무

    나무마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맺는 열매도 다양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향도 다 각각이다. 그것이 사람의 매력이다. 나무와 비교해 보자.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감나무는 나름대로 개성과 멋을 풍기며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밤나무는 ...
    Views34284
    Read More
  16. No Image

    발달장애 가족 이야기

    작년 가을, 밀알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Park로 출발하기 앞서 밀알선교센터에 모이기 시작했고 부모의 차를 타고 장애아동들이 당도하고 있었다. 한 어머니가 아들을 라이드하고 돌아서는 순간. 밀알에 나와 봉사하던 한 분이 놀란 눈으로 어머니의 손을 움...
    Views1828
    Read More
  17.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5859
    Read More
  18. 받으면 입장이 달라진다

    사람이 이 땅에 산다는 것은 “관계”를 의미한다. 숙명적인 “가족 관계”로부터 자라나며 “친구 관계” “연인 관계” 장성하여 가정을 꾸미면 “부부관계”가 형성된다. “인생은 곧 관계”...
    Views7717
    Read More
  19. 반말 & 존댓말 9/25/15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
    Views68841
    Read More
  20.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987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