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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30 10:51

자신을 통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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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성향을 다양하게 나눌 수 있지만 크게 ‘이성적이냐? 감성적이냐?’로 분류할 수 있다. 요사이 유행하는 MBTI로 하면 감성적인 성격은 F로. 이성적인 사람은 T로 시작된다. 나는 감성적인 성향이 강하다. 목소리가 크고 솔직해 보이지만 들어가보면 여리고 쉽게 흔들리는 유리병 성격이다. 거절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지만 상대가 약해 보이면 쉽게 무너져 내린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끌려다니는 경험을 한다. 해야 할 말은 삼키고,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은 해버리고 마는 경우가 있다. 원래 하려던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굳게 결심해 보지만 의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문득 낯설고 허탈해진다.

 

 나는 스스로 꽤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문제에 부딪치면 나 위주로 일을 풀어가는 자신에게 놀란다. 내로남불이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는다. 누구를 판단하고 책망하다가도 막상 내가 그런 일을 저질렀을때는 옹호하고 두둔한다. 목회자가 취할 태도는 아니기에 스스로 실망하며 무너질 때가 많다.

 

 삶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직감보다는 논리적이어야 한다.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는 너그럽다가도 무언가 거슬리는 사람이 실수를 했을때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를 발견한다. 항상 강단에 서는 것이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벤트 때 무대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물론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노련함을 구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돌아보면 그런 긴장감과 약간의 불안감이 겸손하게 만들고 중심을 잡게 하는 축이 되는 것도 같다. ‘나는 왜 이럴까?’하는 그 자책조차도 감정을 더 키우는 기름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감정은 통제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감정은 원래 불안정하며 변화가 심하다. 오르다가 내려가고, 좋다가도 금방 싫어지고. 문제는 그런 감정을 없애려는 데 있다. 보통 불안, 두려움, 분노 같은 감정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감정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아니다. 감정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이해하고 다뤄야 한다. 마치 바다에서 수영을 하듯 파도를 타야 한다는 말이다.

 

 실패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꾸어야 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한다. 그것을 무능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실패했다고 무기력에 빠지기보다 ‘준비가 부족했구나.’, ‘운이 조금 따르지 않았네.’ 자신을 추수려야 한다. 자기 통제는 자기 비난이 아니라 자기 이해에서 출발한다.

 

 보다 나은 방향은 몰입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복잡해 진다. 몰입은 그 모든 잡음을 사라지게 만든다. 독서는 바람직한 몰입의 방법이다. 평소 가까이 지내는 분은 80 고령에도 책을 놓지않는다. 팬데믹 기간에도 그분은 “책을 즐겨 읽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부럽기도 하고 어찌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그분이 어린 시절부터 터득한 보배로운 습관 때문이다. 몰입은 대단한 재능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적당히 이끌어가는 것, 그것이 통제다. 사람은 감정을 가진 존재이기에 늘 완벽할 수는 없다. 통제란 곧 ‘돌아올 줄 아는 힘’이다. 이것이 능수능란한 사람을 우리는 성인이라고 부른다. 그 수준까지는 올라가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감정이 올라올 때 그걸 바라보는 시선이 생긴 것 같다. 불안에 압도당하기보단 흘러가도록 두는 여유도 부릴 줄 알게 되었다.

 

 20년간 칼럼을 쓰며 그 순간만큼은 내 마음을 바라보는 것 또한 자기 통제의 일부일 것 같다. 자신을 통제하라. 그것은 스스로를 억누르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과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연습이다. 인생의 가장 복잡한 싸움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건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조용한 선택들이다. 아주 작게, 꾸준하게, 자신을 이끌어 가다 보면 조금 더 단단하고 자유로운 존재로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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