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5.06.20 11:04

매너(manner)

조회 수 21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우리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눈길을 끌던 것은 단연 CC(Campus Couple)였다. 같은 학교를 다니며 교제하는 이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누군가를 의식하고 챙긴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교제하던 커플이 결국 부부가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요즘은 ‘BC’라는 말이 생겼다. ‘복지관 커플(Bokji-gwan Couple)’을 뜻하는 신조어다. 노인들이 자주 모이는 복지관에서 생겨나는 커플을 이르는 말이다. 남녀 간의 정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해서, 사랑은 마치 재채기처럼 숨길 수 없다.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남성 노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할아버지는 3위가 돈 많은 할아버지, 2위가 잘 생긴 할아버지, 그리고 대망의 1위는 매너 좋은 할아버지다. 반면 여성 노인들 사이에서는 예쁜 할머니가 단연 1위다. 남자들은 여전히 외모지상주의자들인 걸까?

 

 인류의 발전은 예절의 발전과 비례한다. 이는 곧 인간의 의식 수준이 성숙해질수록 예절 역시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이다. 예절은 사람이 사람답게 행동하기 위한 기본 질서이며 동양에서는 이를 ‘예의범절’이라 불렀다. 우주는 놀라울 만큼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태양이 가는 길이 있다. 이를 ‘황도’라고 한다. 지구에서 바라볼 때 태양이 1년 동안 별들 사이를 지나가는 경로이다. 지구의 길도 있다. 공전 궤도라 부른다. 바람이 가는 길, 물이 흐르는 길이 있으며, 구름이 움직이는 길도 있다.

 

 주먹이 가는 길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태권도다. 붓이 가는 길을 서도(書道)라고 한다. 마시는 차가 가는 길, 그것은 다도(茶道)이다. 이렇듯 모든 것에 길이 있다면, 사람이 가야 할 길도 있지 않을까? 바로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다. 부모로서, 자녀로서, 남자로서, 여자로서 지켜야 할 길이 있고, 어린이로서, 청소년으로서, 청년 · 장년 ·중년 · 노년으로서 각각 지녀야 할 삶의 예절과 도리가 있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에도 요령이 있고, 화장실을 사용할 때의 예절이 있다. 친구들과 지낼 때의 예의가 있고, 어른들과 함께 있을 때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은 그 길을 잊은 듯하다. 한국에 갔을 때, 이른 아침 지하철 안에서 누가 보든 말든 보란듯이 짙은 화장을 하는 여성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내가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이기 때문일까?

 

 아주 오래 전, 동양의 어른들도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예절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 『예기(禮記)』라는 책을 만들었고, 나아가 『소학(小學)』이라는 책으로 집대성하였다. 이 책을 정리한 주희는 58세, 유청지는 49세였다.

 

 서양에서는 어땠을까? 매너와 에티켓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이다. 16세기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는 『소년들을 위한 예절론』이라는 책을 통해 매너와 예절 교육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이러한 문화는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을 중심으로 집대성되었다.

 

 메디치 가(家)는 세계 각지에서 책을 수집했고, 결국 자신들만의 도서관을 만들 정도로 지식과 정보를 집중시켰다. 그 안에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예법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말하는 법, 걷는 법, 앉고 서는 법, 먹는 법, 마시는 법, 심지어 포크를 사용하는 매너까지. 당시 유럽 사람들은 손으로 식사를 했지만 최초로 포크를 사용한 이들은 메디치가였다. 이것이 프랑스 궁정으로 전해지며 에티켓의 본고장은 결국 프랑스가 되었다.

 

 옛사람들은 공부의 기본으로 ‘소쇄응대(瀟灑應對), 진퇴지절(進退之節)’을 강조했다. 말과 행동을 맑고 산뜻하게 하고, 사람을 공손히 맞이하며, 나아가고 물러날 줄 아는 분별이 있는 태도. 이런 공부가 빠진 지식은 모래 위에 세운 집과도 같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가 매너 교육, 예절 강의, 에티켓 수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매너는 개인과 사회를 행복으로 이끄는 진정한 길이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나 환영받고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려면 매너있는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

 


  1. No Image

    눈물로 씻은 눈만이 세상을 본다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반복하며 인생을 이어간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정말 그럴까? 과연 그런 인생이 가능할까? 존경보다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사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자신을 되돌...
    Views190
    Read More
  2. No Image

    고향집에 들어서면

    추석이다. 고국에서는 교통체증에 시달리면서도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고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때는 비디오 가게에 들러 VHS로 겨우 고향의 정취를 느껴야 했다. 이제는 유튜브가 있어 언제든지 향수를 머금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민 생활 수십년이 명절에 ...
    Views547
    Read More
  3. 밀알의 밤, 21년!

    가을이다. 사람들이 물어온다.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귀한 관심에 고마운 마음이 밀려온다. 무려 21년이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23회. 처음 밀알의 밤을 열 때에 몹시 긴장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희한하게도 그날은 단장으...
    Views788
    Read More
  4. No Image

    마인드 맵(Mind Map)

    공자가 이런 말을 남겼다. “들으면 잊어버린다. 보면 기억한다. 행동하면 이해한다.” 그렇다. 듣는 것 같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우리는 오늘도, 한 주간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했다. 온갖 매스 미디어를 통해 수...
    Views1136
    Read More
  5. No Image

    결혼 일곱 고개

    가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결혼 소식이 날아든다. “짝”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식 날은 오직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다. 화려하고 환상적이다. 꿈만 같다.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면 얼마...
    Views1231
    Read More
  6. No Image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가 아닐까?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내게 다가온다. 우리 집에는 17살 “쵸코”(요크샤테리아)가 있다. 쵸코가 우리집에 처음 왔을때에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쓰다듬고 안아주고 산책을 하고 인...
    Views1261
    Read More
  7. No Image

    인생은 버릴 것이 없다

    가수 송창식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다. 서울예고에 입학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의 삶은 방황과 노숙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그는 음악을 놓지 않았다. 홍대에 다니는 친구들을 따라다...
    Views1122
    Read More
  8. No Image

    영화 《Il Postino》

    때로는 아련한 추억을 되살아내게 하는 영화를 만날 때가 있다. <일 포스티노> 이태리 말로 “우편배달부”이다. 1950년대 칠레에서 정치적 이유로 망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이탈리아의 작은 어촌 마을에 머물게 된다. 이 마을의 젊은이 마리오...
    Views1247
    Read More
  9. No Image

    세월이 남긴 고운 잔향

    누구나 만나면 습관처럼 주고받는 인사가 있다. “세월 참 빠르다.”이다. 마치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듯 하루하루가 고요히 그러나 빠르게 우리 곁을 지나간다. 비슷한 연배의 사람을 만날 때는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새 ...
    Views1076
    Read More
  10. No Image

    비빔밥, 맛의 교향곡

    사람들이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망설임 없이 메뉴를 고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흐름을 좇아 메뉴를 결정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심각하지 않은 ‘결정장애’를 안고 산다. 예를 들어, 중화요리...
    Views1111
    Read More
  11. 30회 밀알 사랑의 캠프

    수십년의 세월동안 밀알사역을 감당하며 스스로 놀랄때가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을, 이토록 놀라운 사역을 46년간 이어올 수 있었을까?’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주님의 능력을 본다. 하나님이 장애인들을 얼마나 끔찍하게 사랑하시는지를 피부로 ...
    Views1072
    Read More
  12. No Image

    광화문 연가

    그 사람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세대가 드러난다. 나이가 들면 트로트를 즐겨 듣는 것 같다. 나는 희한하게 그 음악이 부담스럽다. 어렸을때는 남진 흉내를 곧잘 내기도 했건만 이상하게 트로트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요즘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를...
    Views1487
    Read More
  13. No Image

    언어의 온도

    언어에는 온도가 있다. 얼굴과 삶에도 온도가 있다. 어떤 말은 마음을 포근히 감싸 안고, 어떤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던졌지만 가시처럼 꽂혀 오래도록 마음에 남게 만든다. 사람의 얼굴에도 온도가 있다면, 그 온도는 아마도 그의 말투와 미소에서 비...
    Views1258
    Read More
  14. No Image

    숨겨진 정원 가꾸기

    가정은 정원과 같다. 어떤때는 나만 바라보지만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이, 어쩌다 들른 사람들이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거리를 지난다. 대로를 갈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주택가를 지나갈 때가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앞마당이다. 주차장과 ...
    Views1054
    Read More
  15. No Image

    재철아, 힘들었지?

    누구나 모교가 있다. 스승과 친구들의 추억 덩어리인 애교심(愛敎心)은 본능적이다. 나는 총신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대학은 4년동안 사당동 캠퍼스로 다녔지만 하필 신학대학원에 입학을 할 즈음에는 경기도 양지(용인)에 새 캠퍼스를 지으면서 먼 길...
    Views1724
    Read More
  16. No Image

    서라벌 추억

    설마설마 했는데, 결국 폐업 소식이 전해졌다. 얼마 전부터 “서라벌이 문을 닫는다는데”하는 입소문이 번져 갈 때도 “누가 그래? 서라벌이 그럴리가?”했다. 지난 3월. 지인과 그곳에서 식사하며 마침 서빙하는 가족에게 직접 물어도 ...
    Views2082
    Read More
  17. No Image

    매너(manner)

    우리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눈길을 끌던 것은 단연 CC(Campus Couple)였다. 같은 학교를 다니며 교제하는 이들을 보며 부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누군가를 의식하고 챙긴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Views2103
    Read More
  18. No Image

    사랑 참 어렵다

    젊은 부부가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랑으로 만났고 사랑해서 결혼을 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끈이 되어 어느새 십수년이 지나갔다. 아내에게 병이 찾아왔고 ‘시름시름’ 앓더니 세상을 떠나고 ...
    Views1968
    Read More
  19. No Image

    자신을 통제하라

    사람의 성향을 다양하게 나눌 수 있지만 크게 ‘이성적이냐? 감성적이냐?’로 분류할 수 있다. 요사이 유행하는 MBTI로 하면 감성적인 성격은 F로. 이성적인 사람은 T로 시작된다. 나는 감성적인 성향이 강하다. 목소리가 크고 솔직해 보이지만 들...
    Views2093
    Read More
  20. No Image

    지금 시작해도 괜찮아

    봄이 깊어가고 있다. 이제 곧 그 손길은 더운 여름 기운을 끌어오겠지. 봄은 보여서 봄이다. 겨울내내 숨겨져 있던 대지에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며 여기저기서 무언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꽁꽁 얼어붙어 고요하던 산골짜기에 요란한 시냇물 소리가 울려퍼지기...
    Views178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9 Next
/ 39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