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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4 10:56

재철아, 힘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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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모교가 있다. 스승과 친구들의 추억 덩어리인 애교심(愛敎心)은 본능적이다. 나는 총신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대학은 4년동안 사당동 캠퍼스로 다녔지만 하필 신학대학원에 입학을 할 즈음에는 경기도 양지(용인)에 새 캠퍼스를 지으면서 먼 길을 난생 처음 스쿨버스를 타고 오가야만 하였다. 그렇게 유구한 역사가 어느새 124년이 되었다.

 

 필라델피아에 유명신학교가 있어서인지 총신 출신들이 제법 많다. 졸업 기수를 물어보면 “저는 100회. 혹은 104회입니다.”는 대답에 놀란다. 나는 79회니까 고조선(?)이라고 해야할까? 2023년 학교 교목실에서 연락이 왔다. “장애인의 날 채플에서 설교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4월 20일(수) 장애인의 날. 오전 11:30분. 총신 100주년 기념예배당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꼭 40년 전 봄. 풋풋한 20대 신학생은 복음의 열망을 안고 선지 동산에 올랐다. 모든 것이 열악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졸업 후 37년 만에 후배들을 마주하고 강단에 서게 된 것이다.

 

 40년 전. 저 아래에서 두 눈을 반짝이며, 말씀을 들었을 장애인 신학생의 모습이 그려졌다. 실로 약하디약한 한 장애인 신학생을 하나님은 고이 길러주셔서 어엿한 선배로 설교를 하는 순간을 준비하신 것이다. 꿈만 같았다. 평생 단 한번의 기회일지 모르기에 진정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을 증거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아멘”. 특송으로 찬양 “너는 내 아들이라!”를 열창하며 마무리하였다.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 오늘 넘 좋았습니다. 선배님, 멋지십니다. 목사님, 사랑합니다” 마주친 후배들의 고백이 너무도 고맙고 예뻤다.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런데, 2025년 새로운 감격의 시간이 도래했다. 총신 총동창회에서 연락이 왔다. “5월 20일 개최되는 홈커밍데이에서 이 목사님을 선교사 부문 <자랑스러운 총신 동문>으로 선정하였습니다” 하늘빛이 달랐다. ‘아니 이런 일이 내게?’ 당일 모교를 찾았다. 수많은 선배, 후배들, 재학생들까지 2,000여명이 대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예배가 시작되고 2부 순서에 들어가며 시상식이 거행되었다. 참고로 총신 총동창회에서는 매년 홈커밍데이에 즈음하여 세분야에서 수상자를 엄선한다. 교수부문, 목회자 부문, 선교사 부문. 필자가 선교사(장애)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고 시상대 앞에 섰다. 상패가 읽혀지고 내 손에 건네주는 순간 수많은 카메라 후레쉬가 터지고 기독 언론사의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감격의 순간. 정신이 몽롱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엄청난 상을 받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함께 동문수학한 79회 회장과 임원들이 앞다투어 먼 길을 달려 와 진심으로 축하 해 주었다. 한국이기에 가족들이 함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처제 부부들이 만사를 젖혀놓고 참석하여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너무도 감사했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동서 차에서 “2년 전 채플에서 설교하게 하시더니 이런 엄청난 상을 하나님이 주셨네”하다가 뜨거운 눈물이 솟아올라 말을 잊지 못했다. 함께 눈물짓던 처제들. “형님 더 우세요” 놀려대던 바로 밑에 동서. 다 고맙고 정겨웠다. 차 안은 감동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상을 받는 순간 내 마음에 전해온 하나님의 감동은 “재철아, 힘들었지? 잘했다”였다. 그래서 숙소에 돌아와서도 한참이나 소리내어 울었다. 사람들은 다 나를 보고 씩씩하다고 한다. 시원시원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장애를 안고 달려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내 가슴을 여민다. 상도 때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내가 잘해서 받은 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으며 장애인 사역을 펼치는 나에 대한 하나님의 위로요, 격려이다. 그래서 고맙고 송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진정 당연한 상이 아니다. ‘힘내라’는 아버지의 음성이다. 축하해 주는 모든분들에게 감사의 고개를 숙인다. 나는 항상 외친다. “내 삶에 최고의 순간을 아직 오지 않았다”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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