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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1 15:44

숨겨진 정원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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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은 정원과 같다. 어떤때는 나만 바라보지만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이, 어쩌다 들른 사람들이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거리를 지난다. 대로를 갈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주택가를 지나갈 때가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앞마당이다. 주차장과 잘 어우러진 정원을 본다.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돈된 풍경을 보며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면서 집주인의 성격을 추측해 본다. 반면 어지럽고 잡초투성이인 광경을 보면 마음이 안스러워진다. ‘얼마나 바쁘면, 혹은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저렇게 방치했을까?’

 

 가정은 사실 공개되지 않은 정원이다. 미국은 더하다. 우리집은 좌우 앞뒤, 다 백인들이 산다. 담을 함께 쓰는 뒷집에는 화가 할머니가 홀로 산다. 오래전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때에 위로 카드와 조의금을 건넸더니 엄청 감동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젊은 날에는 공휴일에 자식들이 손자, 손녀들과 뛰어노는 모습이 포착되었지만 이제는 그런 그림자조차 안보인다.

 

 옆집에도 백인 아주머니가 홀로 지낸다. 내 또래인 것도 같고, 더 들어보이기도 하는데 어쩌다 마주치면 친한 척 ‘Hi’ 인사를 나누지만 교제는 전혀 안한다. 그러기에 가족관계나 형편을 가늠할 길이 없다 그렇게 22년간 등을 기대고 살고 있다.

 

 가정이 숨겨진 정원이라는 말은 그 가정의 내막을 알 도리가 없다는 뜻이다. 일단 가정은 “맵씨”가 있어야 한다. 밖에서는 “호인”(好人)으로 인정받으면서 아내에게는 야박한 남편들이 있다. 교회에서는 “목사님!”하고 화사하게 웃으면서 남편에게는 함부로 성질을 내는 아내도 있다. 부부는 아주 가깝고 편한 존재이지만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다보면 정말 남이 되어버리는 비극을 맞이할 수도 있다. 부부간에도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이것이 “맵씨”이다.

 

 둘째는 “솜씨”이다. 솜씨는 자기 외의 다른 식구들의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려는 사려 깊은 자세를 말한다. 자신의 개성을 무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만의 매력과 강점을 살려가면서도 부드럽고 상냥하게 다른 식구들의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지혜로운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말씨”이다. 가정은 사회에 나가서 죽은 기(氣)를 신비하게 살려주는 곳이다. 그 기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가족 간에 서로를 격려해주고, 칭찬해 주어야 한다. 살다보면 부부가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 드러난다.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기대와는 어긋나는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때 “You Massage”가 아닌 “I Massage”가 필요하다. 즉 “당신(너)은 왜 그래?”가 아니라 “당신(네)이 그래서 내 마음이 이렇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한때 유행하던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는 아빠에게, 남편에게 최고의 보약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여보! 힘내세요!”라는 한마디에 어깨에 힘을 주며 세상으로 향한다. 아내도 마찬가지이다. “여보! 당신 너무 아름다워, 당신이 있어서 나는 너무 행복해”라는 말에 모든 피로를 잊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온 에너지를 쏟아넣는 현숙한 여인이 된다.

 

 넷째는 “마음씨”이다. “저는 결혼 후 지금까지 한번도 설거지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남편을 만났다. 그 이유는 아내가 항상 “나는 설거지처럼 쉽고 재미있는 일이 없어!”라고 했기 때문이라나! 설거지가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 일이겠는가? “당신은 세상에 나가서 해야 할 보다 큰일에 신경 쓰세요!”라는 아내의 배려를 눈치채야 하지 않을까? 가족끼리 자그마한 일에도 고마운 감정을 잃지 않는 마음씨가 있을 때 그 가정은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다.

 

 <토마스 카알라일>은 먼저 떠난 아내의 묘비에 이런 글을 남겼다. “40년 동안 아내는 나의 진실한 친구였다. 남편이 하는 일이면 무슨 일이건 간에 그 말이나 행동으로 걱정을 끼친 일이 없었다. 그녀를 잃은 나는 생의 빛을 잃은 것처럼 캄캄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난 후 캄캄한 어둠 속에서 회한을 가지기 전에 지금 내 곁에 있을 때 밝은 빛 안에서 서로의 존재를 높여주며 사는 것. 그것이 오늘 할 일이요. 행복을 빚어가는 장인의 손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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