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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7 10:55

언어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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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에는 온도가 있다. 얼굴과 삶에도 온도가 있다. 어떤 말은 마음을 포근히 감싸 안고, 어떤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던졌지만 가시처럼 꽂혀 오래도록 마음에 남게 만든다. 사람의 얼굴에도 온도가 있다면, 그 온도는 아마도 그의 말투와 미소에서 비롯될 것이다. 삶의 온도는 또 어떤가? 주변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은 대개 말과 태도에서도 온기가 묻어난다.

 

 보통 ‘인격이 훌륭하다’는 말은 언어의 품격을 말한다. 평소 말이 없는 분을 만난다. 착각하면 안된다. 장(場)이 펼쳐지면 평소에 없던 태도가 나온다. 내 오랜 친구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조용하고, 낯선 사람 앞에서는 더욱 입을 닫는다. 그런 그가 나이가 들면서 말수가 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할 정도였다. 상담을 공부하면서 ‘말이 많아졌다는 건, 어쩌면 삶을 향한 간절한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아리는 암탉이 일정기간 품어주어야 부화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생명의 부화에는 따뜻한 온도가 절대 필요하다. 온도는 다른 이에게 전해진다. 마치 따스한 커피를 마시면 추위에 떨던 몸에 온기가 오르듯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절로 따뜻해 진다.

 

 체온이 1° 오르면 면역력이 증가하고 기초대사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반대로 체온이 1° 떨어지면 반대 현상이 생겨난다. 체온이 1°도 오르면 면역력이 약 5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몸을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1° 떨어지면 면역력이 30% 감소하고 대사 기능이 저하되며 신체 활동이 둔해지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인생은 말이다. 인격도 말이다. 인생은 말이 운행한다. 어떤 말로, 언어의 온도를 얼마나 높여서 사람을 대하는가가 인생 성패를 좌우한다.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말이 있다. “내가 이 말한다고 기분 나쁘게 듣지 마!” 혹은 “내가 이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이다. 기분 나쁜 말을 하면서 ‘기분 나쁘게 듣지 말라’고? 안해도 되는 말로 염장을 지르려면 왜 입을 여는지?

 

 “그냥 하는 말이었어.”라는 말로 무례함을 포장하고, “농담인데 왜 그래?”라며 상처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어는 결코 ‘그냥’이 없다. 말만 잘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정말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언어는 단순한 소리의 조합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사람의 마음이 있고, 그 마음에는 온도가 있다.

 

 가끔은 말보다 침묵이 더 따뜻할 때도 있다. 누군가 깊은 슬픔 속에 잠겨 있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곁에 가만히 있어 주는 것도 하나의 언어다. 그 침묵은 회피가 아니라 분명히 따뜻한 온도를 지니고 있다. 언어의 온도는 음성이나 문장도 중요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의 태도와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말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말은 조심스럽게, 따뜻하게,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건네준 따뜻한 말 한마디는 어느새 절박 할 때에 나를 회생케 하는 말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것은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이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손길이며, 삶을 덜 외롭게 만드는 불빛이다.

 

 오늘 문득 나의 언어의 온도를 돌아본다. 나는 혹시 솔직함을 핑계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내 말은 누군가의 하루를 지지해 주는 따뜻한 담요였을까, 아니면 외로운 마음을 더 춥게 만드는 바람이었을까? 말은 순간에 내 입을 떠나지만 그 여운은 길다. 누군가의 따뜻한 한마디가 무너진 하루를 일으키고, 무심코 던진 말이 오래도록 가슴을 후벼 파는 경험을 누구나 하며 살고 있다.

 

 내가 말할때에 사람들이 따스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차갑게 식은 가슴을 데펴주는 말이었으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말하는 당신, 그대로의 모습이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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