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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송창식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다. 서울예고에 입학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의 삶은 방황과 노숙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그는 음악을 놓지 않았다. 홍대에 다니는 친구들을 따라다니며 대학생인 척했고, 당시 재학생 이상벽의 소개로 쎄시봉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었다. 기타를 치며 클래식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열창한 그는 곧 주목을 받으며 가수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 시대를 풍미한, 아니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가수이지만 그의 젊은 시절은 처절하리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런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던진 한마디가 마음을 깊이 울렸다. “인생을 살아보니 버릴 것이 없더라.” 신앙도 없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더욱 충격이었다. 그의 음악은 고통 속에서 피어났다. ‘고래사냥’, ‘왜 불러’, ‘우리는’, ‘사랑이야’, 심지어는 ‘가나다라마바사’ 같은 독특한 노래까지…. 그 다양한 노래들이야말로 그의 삶의 굴곡을 닮아 있었다. 고통조차도 노래로 승화시킨 것이다.

 

 나 역시 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아쉬움과 좌절을 겪었다. ‘내게 장애가 없었더라면…’ 하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이 체육시간에 운동장을 누빌 때, 고교 시절 친구들이 멋진 교련복을 입고 행군할 때, 나는 창가에 앉아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교육전도사 채용 면담 후 아무 소식이 없을때에는 현실의 벽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런 인생의 여정에도 나는 웃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괴로울 때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웃어야 했다. 내 아픔과 약점을 감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웃음뿐이었다. 타고난 유머 감각 덕에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했고, 사람들은 나를 유쾌한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는 좌절감과 외로움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사람들은 지난 실수와 실패를 지우고 싶어 한다. 학창시절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 불미스러운 일로 정학을 맞은 것.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등록금 재촉을 받으며 아이들 앞에서 모멸감을 느꼈던 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런 경험들 덕분에 다른 사람을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더니 이제는 무엇이든 꼼꼼하게 챙기는 성품이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실패가 누군가를 이해하게 만드는 자산이 된 것이다.

 

 인생의 어려움은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다듬는다. 나를 힘들게 했던 선생님의 깐깐함이 나를 반듯하게 성장시켜 주었고, 견디기 힘든 삶의 역경을 견뎌냈기에 웬만한 시련에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담력이 붙었다.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시간조차도 결국 나를 단단히 세워준 셈이다.

 

 나는 자주 설교를 한다. 성도들은 내가 잘해서 성공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부족하여 넘어졌던 일화에 동질감을 느끼며 은혜를 받는다. 내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은 자랑거리가 아니라 웃픈(웃음+슬픈) 에피소드이다. 그 순간에는 땅속으로 숨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모두를 웃게 만드는 최고의 삶의 스토리가 된 것이다. 실패는 웃음으로, 상처는 공감으로 바뀌게 되었다.

 

 인생은 마치 거대한 작품과 같다. 모든 순간은 퍼즐 조각처럼 이어져 있다. 기쁨은 작품에 화려한 색을 더하고 슬픔은 깊이를 만든다. 실패는 다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무늬를 남긴다. 하나라도 빼놓으면 작품은 완성되지 못한다.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이라도 언젠가 삶의 그림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각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결국 인생은 버릴 것이 없다. 쓰라린 실패도, 힘겨운 시련도, 사소한 실수도 다 우리를 빚어내는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세월의 흐름속에 언젠가는 그 재료가 이야기꺼리가 되고, 웃음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된다. 과거를 애써 지우려 하기보다 모든 시간을 품에 안을 때 인생은 더 깊고 아름다운 선물이 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 아이러니 덕분에 우리의 삶은 한 편의 유쾌한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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