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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반복하며 인생을 이어간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정말 그럴까? 과연 그런 인생이 가능할까? 존경보다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사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았다는 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후회는 잘못을 깨닫는 인간의 본능이다. 성숙의 출발점이다.

 

 우연히 오랜만에 한 지인을 만났다. 예전보다 머리칼이 많이 빠져있었고 얼굴이 상해 있었다. 순간 놀라며 “아니, 무슨 일이?”하고 물으려다가 멈추었다. 그가 먼저 내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목사님, 요사이 제가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어요.” 그 한마디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대학 & 신학대학원을 동문수학한 친구가 있다. 그는 재학시절부터 눈에 띄었다. 집안도 좋았고, 말솜씨도 뛰어나며, 무엇보다 리더십이 있었다. 졸업 후에는 서울 강남의 전통 있는 큰 교회의 담임목사가 되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지만 그의 앞날은 늘 빛나 보였다.

 

 어느 날 기독교 서점에 들러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월간 매거진 <빛과 소금>을 집어 들었다. 표지에 나온 얼굴이 낯이 익었다. 바로 그 친구였다. 표지에 나오려면 이미 영향력 있는 목회자로 인정받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책을 펼쳤다. 그의 목회관과 교회 사역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소개되어 있었다. 글을 읽으며 감탄이 섞인 부러움이 밀려왔다. ‘참 대단하다.’ 한편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세월이 흘렀다. 어느 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가운 경상도 억양이 들려왔다. “장 목사, 만나야지?” “그래, 그래야지. 그런데… 나 요즘 강단에도 못 서고 있어.” “왜?” “공황장애가 와서 설교를 못하고 있어.”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토록 강하고 당당해 보이던 친구가 무너지고 있었다. 결국 그는 이듬해 그 교회를 사임하고 가평에 집을 지어 농작물을 재배하며 조용한 은퇴 목사의 삶을 살고 있다.

 

 무언가를 화려하게 이루는 것 귀한 일이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사람은 외적 성공보다 내적 평안이 무너질 때 더 큰 절망을 경험한다. 공황장애는 단순한 신경질환이 아니다.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이 몰려오며 나중에는 죽을 것 같은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심각한 병이다.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이런 질병 앞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세상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멘탈 관리’라는 말이 일상어가 된 시대다. 방송인 김구라도 한때 우울증에 시달렸고, 이경규도 심한 공황 증상을 고백했다. 최진실, 김광석 같은 재능 있는 이들도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외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내면의 평화는 잃어버린 것이다.

 

 미국 전, 대통령 지미 카터는 이런 말을 남겼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 우리는 늙는다.” 이 말은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다. 후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것이 인생의 중심이 될 때 삶은 이미 멈춰버린다. 그러나 꿈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 역시 후회로 점철되어 있다. 더 잘할 수 있었던 일, 하지 말았어야 할 말, 잃어버린 관계들…. 그러나 그 후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요즘 세상은 ‘완벽’이라는 허상을 좇는다. 하지만 인간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이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온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꿈이란 단지 성공을 향한 욕망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며, 내 존재의 이유를 다시 확인하는 통로이다. 꿈이 있으면 절망이 틈입할 수 없다. 꿈이 있는 사람은 고난을 통해서도 의미를 본다. 비록 후회로 가득 찬 인생일지라도 꿈이 있는 사람은 그 후회를 밀어내며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결국, 눈물로 씻은 눈만이 세상을 바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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