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5.11.07 10:59

북 콘서트를 열며

조회 수 205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목사님, 이렇게 오래 글을 쓰셨는데. 책 한권 내세요” 만나는 사람마다 무심코 내뱉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주간필라>에 글을 실은 세월이 20년이 넘었다. 언뜻 헤아려 보아도 수필 천편이 넘는다. 하지만 정작 나는 굳이 책을 내야 하는 것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글을 썼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보기로 하였다. 나이 탓일 수도 있다. 무언가는 남겨 놓고 싶은 인간의 작은 본능이랄까?

 

 지난 1월. L.A.를 방문했다가 <하늘향기> 강 대표를 만나고 책 출간에 대한 조언을 듣게 되었다. 그는 아주 친절하게 책을 발간해야 하는 연유와 단계를 세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래요, 한번 깊이 생각해 볼께요” 답을 하고는 잊고 살았다. 가을에 접어들며 그 만남이 새롭게 떠올랐다. 책을 내기로 결단한 것이다.

 

 머리말을 써서 보내고 나니 추천사를 받으라고 연락이 왔다. 먼저 밀알 총재인 이재서 박사에게 연락을 드렸고, 나에게 상담의 눈을 뜨게 한 멘토 정태기 박사, 내가 흔들릴 때마다 너털 웃음으로 다가와 붙들어주는 밥퍼 최일도 목사. 어떤 일도 허물이 안되는 40년 막역한 지기. 삼일교회 담임 송태근 목사에게 톡을 보내자마자 한주간 상간으로 글이 도착하였다.

 

 희한할 정도로 속전속결 순탄하게 진행되었고. 이내 10월 중순 첫 수필집이 내 가슴에 안겼다. 그 감격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첫 손자를 품에 안았을 때에 감격이랄까? 흐뭇한 미소로 책을 안고 쓰다듬어 보았다. 꿈만 같다. 기적적으로 책이 출간된 것이다. 책 이름을 무엇이라 지을까? 책 표지는 어떻게 디자인하라고 할까? 고심을 거듭한 끝에 제목은 “나는 춤추면서 걷는다”로 정했고, 표지에는 활짝 웃는 내 얼굴을 담았다.

 

 나는 생후 2살 때 홍역을 앓으며 소아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오른쪽 다리에 심한 장애가 있어 힘겨운 생을 살아야 했다. 기우뚱거리며 걷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게섰거라!’하는 폼으로 왼쪽 팔을 휘저으며 걸어 다녔다. 2002년 9월 L.A. <글렌데일연합감리교회> 초청을 받아 기타를 치며 찬양을 불렀다. 예배 후 거동이 불편한 한 분이 내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권재 집사였다. 마침 그분도 소아마비 장애인이었고.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보조기구를 만드는 회사 사장이었다.

 

 동병상련이랄까? 그분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생애 처음으로 보조기를 차게 되었다. 적응하느라 처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느새 23년째 보조기를 통해 전보다는 조금은 덜 요동치며 걸음을 걷고 있다. 어릴 때부터 불편한 다리가 창피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많은 놀림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체육 시간에는 오로지 홀로 교실에 남아 지켜야만 하였다.

 

 20대 초반에 예수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한 나에게 영적 깨달음이 왔다. 나는 저는 것이 아니라 ‘춤추는 것’이라고. 나는 뒤뚱거리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지으신 땅을 날마다 ‘춤추며 걷는다’는 것을. 희열이 올라왔다. ‘그래, 나는 특별한 옷을 입혀 이 땅에 보내졌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춤을 추라고 장애가 왔다’라는 깨달음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진정한 하나님의 축복임을 깨닫고 난 후 나는 진취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후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당당한 삶을 살게 만들었다. 내 책은 신앙 서적이 아니다. 일상에서 생겨나는 이야기들을 소소히 글로 엮어가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마치 오랜 친구가 마주 앉아 긴 이야기를 나누듯 부담이 없고, 읽을수록 빠져드는 글맛이 충만할 것이다.

 

 읽다 보면 눈물도 날것이고, 웃음도 터지리라! 깊이 읽다 보면 어디선가 예수님의 향기가 가슴으로 스며들게 될 것이다.

 

 16일(주일) 오후 5시. 몽고메리 교회에서 북콘서트가 열린다. 오랜만에 직접 기타를 치며 장르를 초월한 노래로 찾아오는 분들을 위로하리라! 저녁 식사까지 거나하게 준비해 놓고 책 출간의 기쁨을 나눌 분들을 찾고 있다. 진정 나는 오늘도 춤추면서 걷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밤. 이 귀한 자리에 정중히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 No Image

    Adieu, 2025년!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한해의 끝이 보인다. 젊은 날에는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해를 시작한다는 것이 설레이고 행복했건만. 이제는 무덤덤해지고 세월의 무게에 버거움을 느낀다. 솔직히 달라진 것은 없다. 갑자기 체력이 약화되었다든지. 어느 부분...
    Views174
    Read More
  2. No Image

    닭 울음

    시계가 없어서 닭 우는 소리로 새날이 밝아옴을 가늠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다섯 식구가 한 이불속에서 잠을 자던 때다. 새벽녘이 되면 온돌이 식어 추워지니까 이불을 서로 끌어 당기며 잠을 어어갔다. 그때는 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따라서 밤이 길었...
    Views543
    Read More
  3. No Image

    MZ 언어 세계

    한때 X 세대라는 말이 휩쓸고 지나갔다. 1991년 출판된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소설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구체적으로 1965년~1980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이 세대는 베이비부머나 밀레니엄세대 사이에 낀 세대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Views729
    Read More
  4. No Image

    목사님! 제 이상형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친구가 많다. 그중에서도 자랑스럽고 대견한 친구가 송태근 목사(삼일장로교회)이다. 대학 시절에 만났으니까 우정 45년 지기이다. 송태근 목사와 가깝게 된 것은 누구보다 장애인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여덟 살에 아버지를 여읜 4남매...
    Views841
    Read More
  5. No Image

    북콘서트 감흥(感興)

    “북콘서트요? 그것 정치인들이 자금 모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요?” 북콘서트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지인이 내뱉은 말이다. 그러고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나도 북콘서트가 무엇인지 모르고 일을 벌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출판 감사와 콘서트라...
    Views1210
    Read More
  6. No Image

    그러니까

    말중에 흔히 쓰면서도 의미가 다양한 말이 있다. 그 중에 “그러니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니까’는 글을 쓸때에 앞 문장에서 말한 내용의 핵심을 요약하고, 정리할 때에 사용한다. “오늘은 너무 피곤했어. 그러니...
    Views1591
    Read More
  7. No Image

    고집은 불편한 거울

    사람마다 어느 정도 고집은 다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고집하면 안, 강, 최라고 하였다. 이런 성씨를 가진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실제 겪어보니 실감이 난다. ‘최’는 우리 어머니가 경주 최씨라 뼈저리게 체험을 했다. 오죽하면 총각 시절 마음...
    Views1709
    Read More
  8. No Image

    북 콘서트를 열며

    “목사님, 이렇게 오래 글을 쓰셨는데. 책 한권 내세요” 만나는 사람마다 무심코 내뱉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주간필라>에 글을 실은 세월이 20년이 넘었다. 언뜻 헤아려 보아도 수필 천편이 넘는다. 하지만 정작 나는 굳이 책을 내야 하는 것에 ...
    Views2057
    Read More
  9. No Image

    가을은 다시 창밖에

    필라의 여름은 한국처럼 끈적거리거나 따갑지 않아서 좋다. 가는 곳마다 울창한 숲이 우거져있고 간간히 숲을 적시는 빗줄기가 있기에 그렇다. 한낮에는 기온이 치솟다가도 밤중에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처음 미국 L.A.로 이민을 왔...
    Views2038
    Read More
  10. No Image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

    인생을 살다보면 정말 가까이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을 만난다. 안 만나면 그만일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이 가족이나, 직장동료, 교회공동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질의 어려움을 겪을때에 힘들다. 건강의 문제가 생기면 더 힘들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
    Views2129
    Read More
  11. No Image

    달빛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집안에 들어서려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 휘영청 밝은 달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 오늘이 보름이구나!” 똑같은 달인데 머나먼 타국에서 바라보는 달은 그 느낌이 다르다. 역시 달은 고요 속에서 바라보...
    Views2684
    Read More
  12. No Image

    눈물로 씻은 눈만이 세상을 본다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반복하며 인생을 이어간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정말 그럴까? 과연 그런 인생이 가능할까? 존경보다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사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자신을 되돌...
    Views2805
    Read More
  13. No Image

    고향집에 들어서면

    추석이다. 고국에서는 교통체증에 시달리면서도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고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때는 비디오 가게에 들러 VHS로 겨우 고향의 정취를 느껴야 했다. 이제는 유튜브가 있어 언제든지 향수를 머금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민 생활 수십년이 명절에 ...
    Views2590
    Read More
  14. 밀알의 밤, 21년!

    가을이다. 사람들이 물어온다.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귀한 관심에 고마운 마음이 밀려온다. 무려 21년이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23회. 처음 밀알의 밤을 열 때에 몹시 긴장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희한하게도 그날은 단장으...
    Views2956
    Read More
  15. No Image

    마인드 맵(Mind Map)

    공자가 이런 말을 남겼다. “들으면 잊어버린다. 보면 기억한다. 행동하면 이해한다.” 그렇다. 듣는 것 같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우리는 오늘도, 한 주간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했다. 온갖 매스 미디어를 통해 수...
    Views3133
    Read More
  16. No Image

    결혼 일곱 고개

    가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결혼 소식이 날아든다. “짝”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식 날은 오직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다. 화려하고 환상적이다. 꿈만 같다.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면 얼마...
    Views3134
    Read More
  17. No Image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가 아닐까?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내게 다가온다. 우리 집에는 17살 “쵸코”(요크샤테리아)가 있다. 쵸코가 우리집에 처음 왔을때에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쓰다듬고 안아주고 산책을 하고 인...
    Views3129
    Read More
  18. No Image

    인생은 버릴 것이 없다

    가수 송창식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다. 서울예고에 입학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의 삶은 방황과 노숙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그는 음악을 놓지 않았다. 홍대에 다니는 친구들을 따라다...
    Views3041
    Read More
  19. No Image

    영화 《Il Postino》

    때로는 아련한 추억을 되살아내게 하는 영화를 만날 때가 있다. <일 포스티노> 이태리 말로 “우편배달부”이다. 1950년대 칠레에서 정치적 이유로 망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이탈리아의 작은 어촌 마을에 머물게 된다. 이 마을의 젊은이 마리오...
    Views3218
    Read More
  20. No Image

    세월이 남긴 고운 잔향

    누구나 만나면 습관처럼 주고받는 인사가 있다. “세월 참 빠르다.”이다. 마치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듯 하루하루가 고요히 그러나 빠르게 우리 곁을 지나간다. 비슷한 연배의 사람을 만날 때는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느새 ...
    Views300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