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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는 친구가 많다. 그중에서도 자랑스럽고 대견한 친구가 송태근 목사(삼일장로교회)이다. 대학 시절에 만났으니까 우정 45년 지기이다. 송태근 목사와 가깝게 된 것은 누구보다 장애인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여덟 살에 아버지를 여읜 4남매의 장남으로서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2번이나 중퇴하며 불우한 시절을 보냈던 그는 가슴이 따뜻한 친구이다.

 

 청와대 근처에 있는 맹학교에서 10년 가까이 전도사 사역을 했으니 그가 얼마나 장애우들을 사랑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만나면 “그 덕분에 이처럼 목회에 복을 받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또 한 가지 절친이 된 이유는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총각이었기 때문이다.

 

 신학생들은 대부분 결혼을 일찍 한다. 아마 이성에 신경을 쓰지 않고 목회를 준비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학년이 올라가며 결혼이 러시를 이루었다. 덕분에 나는 친구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느라 바쁘게 지내야 했다. 졸업반이 되어서도 여전히 미혼인 전도사들이 모두 8명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총각협회 회장은 내가 맡게 되었다.

 

 나는 3학년 가을에 가까스로 한 자매를 만나 연애를 하고 졸업을 하자마자 3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송 목사는 결혼에 대해서는 무감각했다. 친구들은 “태근이가 워낙 눈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던 송 목사가 정작 가정을 가진 것은 내가 첫딸을 얻은 지 훨씬 지나서였다. 그것도 9살이나 연하인 자매를 아내로 맞아 충격을 주었다.

 

 당시 송 목사가 교회에서 대학부를 지도하고 있었는데 제자로 있던 자매와 부부의 연(緣)을 맺은 것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자매의 적극적인 구혼에 의해 그는 금상첨화의 자매를 사모로 맞이하게 되었다. 미인일 뿐만 아니라 풍기는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주는 천상 사모 상이었다. 거기다가 나이도 어려서 친구들은 질투 어린 축하를 보내주었다.

 

 송 목사가 강남교회에서 목회할 때의 일이다. 교인 중에 송 목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한 노총각이 있었다. 나이가 많은 것이 흠일 뿐 청년은 건실 해 보였다. 어느 날, 그가 목양실을 찾아왔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쑥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저, 목사님! 교회 안에 제 이상형이 있습니다.” 송 목사는 반가운 듯 되물었다. “그래요, 어떤 자매인데요. 형제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대단한 자매이겠는데요.”

 

 청년은 눈을 껌뻑이며 입을 열었다. “목사님, 제가 좀 내성적이라서 프로포즈를 못하겠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노총각은 얼굴까지 빨개져서 이름은 아직 모른다며 자매에 대한 인상착의를 설명 해 나아갔다. 유심히 듣고 있던 송 목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그 자매가 예배 시간마다 오른쪽 뒷자리에 앉지 않습니까?” “맞아요. 목사님. 그 자매에요” 청년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송 목사의 얼굴은 굳어져 버렸다.

 

 노총각이 맘에 든다고,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말한 자매는 다름 아닌 송 목사의 사모였기 때문이다. 송 목사와 9살이나 차이가 나다보니 앳되 보여서이기도 하였지만 교인 수가 3.000명이 넘다보니 교인들이 사모를 몰라보는 지경까지 이르른 것이다. 속이 깊은 송 목사는 그 자매가 “목사의 아내”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지혜롭게 그 노총각을 돌려보냈다.

 

 주일 오후 예배 시간에 송 목사 부부가 특송을 했다. 은연중에 그 청년에게 이상형이라고 한 자매가 송 목사 사모라는 것을 알게 한 것이다. 이후, 매년 새해 첫 주일, 교인들 앞에서 온 가족을 소개하는 일을 정례화 했다. 내가 L.A.에 살고 있을때에 송 목사가 이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다.

 

 하지만 생각 해 보니 웃고 지날 칠 일만은 아닌 듯싶다. 교회가 부흥하는 일은 좋은 일이다. 교인 수가 날로 늘어가는 일만큼 경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한 교회 성도들끼리 알아보지 못하는 일은 왠지 서글픈 일인 것 같다. 교회는 한 몸(그리스도의 몸)이다. 몸끼리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대형화보다는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위해 기도 해주는 그만큼의 숫자와 그만큼의 사랑이 있는 교회가 참 교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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