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34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다양한 음식.jpg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려와 치료받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의료시설이 열악한 때라 가능하던 일이었다. 간단한 약품과 의료장비가 들어 있는 찬장이 마루에 놓여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활명수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소화가 잘되는 상황에서 달라고 하기는 그렇고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한 병을 따서 마셔버렸다. 하지만 그 장면을 목격한 조카의 고발로 곤욕을 치렀다. 인자하던 큰엄마는 아프지도 않은데 활명수를 왜 마셨느냐?”고 다그쳐 댔다.

 

  당시 아버지는 양평 서종지소에 근무(경찰)하고 계셨다. 포천에서 신설동 버스터미널로, 그곳에서 양수리까지 와서는 다시 서종면으로 들어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집에 갈 수 있었다. 어느 해인가 양수리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꽁치통조림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먹고 싶던지? 그때는 간스메라고 불렀다. 엄마에게 그것 사달라고 했다가 야단만 죽어라고 맞고 밤늦게 주린 배를 움켜쥐고 집에 들어가야 했다. 많고 많은 음식 중에 왜 하필 그것이 먹고 싶었는지? 지금도 활명수, 꽁치통조림만 보면 큰엄마, 울엄마 얼굴이 떠오르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촉각, 미각, 시각, 청각, 후각. 감각을 통해 사람은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고 최고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중에 식도락은 가장 강력한 욕구일 것이다. 결국 음식은 생명이다. 먹어야 살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주어진 생을 충실하게 살겠다는 소리 없는 약속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식사를 잘한다는 것은 건강의 증표요. 삶을 의욕적으로 살아간다는 증거이다. 나의 오랜 친구인 밥퍼 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는 만나기만 하면 밥에 대한 이야기를 힘주어 피력한다. 어쩌다 노숙자에게 밥을 퍼주는 목사가 아니라 그 친구는 밥에 대한 확실한 철학이 있다.

 

  하나님도 로뎀나무 아래에 쓰러져 죽기를 구할 정도로 탈진한 엘리야에게 밥부터 주시며 회복을 경험하게 하신다. 예수님은 자신을 배반하고 옛 직업으로 돌아간 베드로와 제자들을 갈릴리바닷가로 찾아가 숯불에 구운 떡과 고기를 먹이며 위로하셨다. 영성훈련에 들어가면 식사 때마다 음식을 보며 묵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색깔, 냄새, 모양을 살피고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깊이 생각한다. 어디서 키워졌는지도 모르는 생물이 오늘 내가 대할 밥상에 놓여있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식사기도를 마치고 첫 숟갈을 떠넣으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사가 밀려온다.

 

  오늘부터 밥상에 놓인 음식을 가만히 바라보고 나서 식사를 시작해 보라! 수많은 생명체가 나를 살리기 위해 밥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고귀한 생명인 음식 앞에서 맛을 따지는 것 자체가 참 도리를 모르는 짓이다. 생명이 생명을 존중할 줄 모른다면 스스로 자신을 천하게 여기는 것이다. 해월 선생은 하늘(음식)이 하늘(음식)을 먹고 산다는 이식천식(以食天食) 사상을 주장했다. ,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을, 하늘인 사람이 하늘인 곡식을 먹는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양한데 오장육부에 속속 빨려 들어가 피가 되고 몸 곳곳에 필요한 영양소로 공급되어지는 것이 말이다. 그런데 가끔 생뚱맞게 평상시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임산부의 변화무쌍한 입맛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하필, 이때, 그 음식을? 엔돌핀 이상구 박사는 무언가 먹고 싶은 것은 내 몸에서 필요하기에 생기는 욕구라고 했다. 실로 음식이 들어가면 행복하고 그 음식이 나를 평생 살게 하는 것 신비롭기 그지없다.

 지금 어떤 음식이 당기세요?

 

 


  1.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23854
    Read More
  2.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23482
    Read More
  3.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23421
    Read More
  4.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24623
    Read More
  5.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5418
    Read More
  6.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23462
    Read More
  7.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24259
    Read More
  8.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24832
    Read More
  9.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23682
    Read More
  10. 부부의 세계

    드라마 하나가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을까? 종영이 된 지금도 <부부의 세계>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가족 드라마라 생각하고 시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을 겸...
    Views24069
    Read More
  11. 학습장애

    사람은 다 똑같을 수 없다.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은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장 · 단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악보를 전혀 볼 줄 모르는데 음악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천재적인 작품을 그려내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Views25115
    Read More
  12. Small Wedding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일렀다. 여성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노처녀, 남성은 30에 이르르면 노총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30이 넘어도 ...
    Views24649
    Read More
  13. 지금 나의 바람은?

    사람은 평생 꿈을 먹고산다. 꿈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는 죽은 사람과 매한가지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꿈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지요?” “하이고,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요?” “꿈은 무슨 꿈이예요? 다 배부른 소리지?&r...
    Views24056
    Read More
  14. 인생의 나침반 어머니

    5월이다. 싱그럽다. 아름답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 향연을 벌이고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마주 보고 있는 5월. 추웠던 겨울과 다가올 무더운 여름 틈새에 5월은 자리하며 계절의 여왕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5월의 한...
    Views24609
    Read More
  15. 왜 남자를 “늑대”라고 하는가?

    나이가 든 여성들은 잘생기고 듬직한 청년을 보면 “우리 사위 삼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든 남성들은 예쁘고 매력적인 자매를 보면 다른 차원에서의 음흉한 생각을 한다고 한다. 물론 점잖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
    Views31589
    Read More
  16. 한센병은 과연 천형(天刑)일까?

    병(病)의 종류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의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희귀병은 늘어만 간다. 지금 우리는 듣도보도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옛날에 가장 무서운 병은 “문둥병”이었다. 표현이 너무 잔인하...
    Views32118
    Read More
  17. 어쩌면 오늘일지도

    전화벨이 울렸다. 뉴욕의 절친 목사 사모였다. “어쩐 일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긴박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지금 목사님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고 상태가 악화되어 맨하탄 모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셨어요.” 앞이 하...
    Views30257
    Read More
  18.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가수 소향, 그녀를 처음 본 것은 한국 양재동 횃불회관에서였다. SBS 관현악 김정택 단장이 친히 사회를 보며 진행되었는데 집회가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에 생소한 CCM 가수가 소개된다. 12월이서인지 자매는 “오, 거룩한 밤”을 불렀다. 특이한 ...
    Views29039
    Read More
  19. 모든 것은 밥으로 시작된다

    “식구가 얼마나 되십니까?” 식구(食口)? 직역하면 ‘먹는 입’이다. 너무 노골적인 것 같지만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밥을 먹고 성장하며 함께 얽혀 추억을 만든다. 그래서 가족은 인류의 가장 소중한...
    Views27581
    Read More
  20.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

    사람에 대한 호칭이 중요하다. 성도들이 목사님이라고 부르면서 강단에 올라 대표 기도를 할 때에는 그 명칭이 다양해진다. “목사님, 주의 사자, 종”은 이해가 간다. 어떤 분은 “오늘 주의 종님이 말씀을 증거하실때에…”라고 ...
    Views2886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