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6.01.23 22:44

하기, 안 하기

조회 수 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종종 점검하며 산다. 그러면서 묘한 고민에 빠진다. 희한하다. 꼭 해야 할 일은 하기가 싫다. 안 좋다는데, 다들 끊으라는데 안 하려니 힘들다. 그래서 인생이다. 보통 삶을 이야기할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운동하기, 책 읽기, 다이어트 하기, 공부하기, 저축 하기등등. 문제는 지켜내지 못하면 자괴감이 찾아든다. 왜 나는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왜 남들만큼 못할까? 그렇게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고 있다. 

 

 “커피 하세요?” 만나면 가장 흔하게 오가는 질문이다. 평소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이 있다. 아침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오후에 졸리면 또 한 잔. 누군가와 약속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카페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마시다 보면 하루에 네다섯 잔은 금세라나. 그는 말한다. “와우, 커피 땡겨” 나는 체질적으로 커피를 마셔도 잠을 잘 자는 사람이 부럽다. 

 

 반면 나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잠에 대한 걱정이 먼저 앞선다. 오늘 밤 또 뒤척이지는 않을까? 새벽에 깨지는 않을까? 그러면서도 결국 커피를 마신다. 코끝에 닿는 진한 커피 향, 쌉싸름하다가 이내 입안을 감싸는 카페인의 맛을 쉽게 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몸은 이미 그 향을 기억하고 있다.

 

 저축도 비슷하다. 해야 될까, 안 해야 될까. 어느 날 은행에 들렀더니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직원이 적금 상품을 소개한다. 그의 말 속에 실적이 깔려 있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 ‘도와주는 셈 치자’는 마음으로 덜컥 계약을 했다. 솔직히 내 스스로는 목돈을 만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어느새 1년이 지나 만기가 되었고 통장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와 있었다. 거창한 액수는 아니라도 마음 한구석이 든든했다. 한 달에 얼마씩 모은다는 건 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강제로라도 묶어두지 않으면 돈은 늘 다른 이유로 빠져나간다. 하고 싶어서 한 저축은 아니었지만 그 저축이 오히려 나를 도와주었다.

 

 나는 머리가 안 좋아서인지, 아니면 성격 탓인지 주식은 못 한다. 주식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다. 수시로 시세를 들여다보고 오르내리는 숫자에 따라 표정이 바뀐다. 나에게는 그 긴장과 속도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안 한다. 못한다. 

 

 사람들을 만나면 대부분 골프 이야기를 한다. 한때 나도 배워볼까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장애인이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버거운 점이 많았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골프를 사랑하는 분들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그 자그마한 작은 공 하나를 따라 다니며 일희일비하는 풍경이 내 체질에는 맞지 않았다. 

 

 이쯤에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혹시 삶은 ‘더 많이 하기’가 아니라, ‘덜 하기’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안 하기를 선택하는 용기가 더 필요한 건 아닐까? 그래서 정리해 보기로 했다.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이다. 먼저 ‘하기’이다. 치실로 치아 관리하기. 바디 로션 바르기. 과하지 않은 운동. 핸드크림을 아끼지 않고 쓰기. 유산균 챙겨 먹기. 십 대 때부터 굳어버린 야행성을 조금씩 다스리기. 영상보다는 독서하기. 이 목록은 생각보다 짧다.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나니 오히려 숨이 트인다.

 

 다음은 ‘안 하기’. 이게 더 어렵다. 탄산음료 줄이기. 라면 안 먹기. 밀가루 음식 덜 먹기.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 피하기. 그리고 커피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그것들은 더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마치 나를 시험하듯이 말이다.

 

 안 하기는 결핍처럼 느껴진다. 즐거움을 빼앗는 일 같고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안 하기는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다. 내 몸과 내 시간을 위해 내 삶의 속도를 지키며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어쩌면 삶은 더 잘 살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추구하기 보다 나에게 맞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건 정말 해야 하는 일일까? 아니면 이제 안 해도 되지 않을까? 그 질문 하나로도 삶의 무게는 조금 가벼워질 것 같다. 


  1. No Image

    하기, 안 하기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종종 점검하며 산다. 그러면서 묘한 고민에 빠진다. 희한하다. 꼭 해야 할 일은 하기가 싫다. 안 좋다는데, 다들 끊으라는데 안 하려니 힘들다. 그래서 인생이다. 보통 삶을 이야기할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운동하기, 책 읽...
    Views7
    Read More
  2. No Image

    응팔 10년

    2016년 1월. 내 칼럼은 이렇게 시작된다.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바로 <응답하라 1988>(이후 응팔)을 지칭한 말이다. 당시 드라마는 재미와 감동, 추억, 신세대들의 당돌함이 어우러져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 세월...
    Views823
    Read More
  3. No Image

    겨울나무

    나무는 인생을 닮았다. 나무를 가까이하면 삶이 깊어지는 것을 이제야 안다. 나무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땅속에 묻혀 있는 “뿌리” 부분과 위로 드러나 있는 기둥과 잎이다. “나무 뿌리가 귀한가? 윗부분이 귀한가?”라는 ...
    Views1135
    Read More
  4. No Image

    2026년 첫 칼럼 "시작이 아름다운 이유"

    새해가 밝았다. 숫자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은 마치 새롭게 태어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감사하며 마음속에...
    Views1227
    Read More
  5. No Image

    Adieu, 2025년!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한해의 끝이 보인다. 젊은 날에는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해를 시작한다는 것이 설레이고 행복했건만. 이제는 무덤덤해지고 세월의 무게에 버거움을 느낀다. 솔직히 달라진 것은 없다. 갑자기 체력이 약화되었다든지. 어느 부분...
    Views1321
    Read More
  6. No Image

    닭 울음

    시계가 없어서 닭 우는 소리로 새날이 밝아옴을 가늠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다섯 식구가 한 이불속에서 잠을 자던 때다. 새벽녘이 되면 온돌이 식어 추워지니까 이불을 서로 끌어 당기며 잠을 어어갔다. 그때는 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따라서 밤이 길었...
    Views1547
    Read More
  7. No Image

    MZ 언어 세계

    한때 X 세대라는 말이 휩쓸고 지나갔다. 1991년 출판된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소설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구체적으로 1965년~1980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이 세대는 베이비부머나 밀레니엄세대 사이에 낀 세대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Views1979
    Read More
  8. No Image

    목사님! 제 이상형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친구가 많다. 그중에서도 자랑스럽고 대견한 친구가 송태근 목사(삼일장로교회)이다. 대학 시절에 만났으니까 우정 45년 지기이다. 송태근 목사와 가깝게 된 것은 누구보다 장애인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여덟 살에 아버지를 여읜 4남매...
    Views2043
    Read More
  9. No Image

    북콘서트 감흥(感興)

    “북콘서트요? 그것 정치인들이 자금 모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요?” 북콘서트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지인이 내뱉은 말이다. 그러고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나도 북콘서트가 무엇인지 모르고 일을 벌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출판 감사와 콘서트라...
    Views2307
    Read More
  10. No Image

    그러니까

    말중에 흔히 쓰면서도 의미가 다양한 말이 있다. 그 중에 “그러니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니까’는 글을 쓸때에 앞 문장에서 말한 내용의 핵심을 요약하고, 정리할 때에 사용한다. “오늘은 너무 피곤했어. 그러니...
    Views2357
    Read More
  11. No Image

    고집은 불편한 거울

    사람마다 어느 정도 고집은 다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고집하면 안, 강, 최라고 하였다. 이런 성씨를 가진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실제 겪어보니 실감이 난다. ‘최’는 우리 어머니가 경주 최씨라 뼈저리게 체험을 했다. 오죽하면 총각 시절 마음...
    Views2662
    Read More
  12. No Image

    북 콘서트를 열며

    “목사님, 이렇게 오래 글을 쓰셨는데. 책 한권 내세요” 만나는 사람마다 무심코 내뱉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주간필라>에 글을 실은 세월이 20년이 넘었다. 언뜻 헤아려 보아도 수필 천편이 넘는다. 하지만 정작 나는 굳이 책을 내야 하는 것에 ...
    Views3003
    Read More
  13. No Image

    가을은 다시 창밖에

    필라의 여름은 한국처럼 끈적거리거나 따갑지 않아서 좋다. 가는 곳마다 울창한 숲이 우거져있고 간간히 숲을 적시는 빗줄기가 있기에 그렇다. 한낮에는 기온이 치솟다가도 밤중에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처음 미국 L.A.로 이민을 왔...
    Views3111
    Read More
  14. No Image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

    인생을 살다보면 정말 가까이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을 만난다. 안 만나면 그만일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이 가족이나, 직장동료, 교회공동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질의 어려움을 겪을때에 힘들다. 건강의 문제가 생기면 더 힘들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
    Views3152
    Read More
  15. No Image

    달빛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집안에 들어서려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 휘영청 밝은 달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 오늘이 보름이구나!” 똑같은 달인데 머나먼 타국에서 바라보는 달은 그 느낌이 다르다. 역시 달은 고요 속에서 바라보...
    Views3577
    Read More
  16. No Image

    눈물로 씻은 눈만이 세상을 본다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반복하며 인생을 이어간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정말 그럴까? 과연 그런 인생이 가능할까? 존경보다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사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자신을 되돌...
    Views3649
    Read More
  17. No Image

    고향집에 들어서면

    추석이다. 고국에서는 교통체증에 시달리면서도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고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때는 비디오 가게에 들러 VHS로 겨우 고향의 정취를 느껴야 했다. 이제는 유튜브가 있어 언제든지 향수를 머금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민 생활 수십년이 명절에 ...
    Views3604
    Read More
  18. 밀알의 밤, 21년!

    가을이다. 사람들이 물어온다.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귀한 관심에 고마운 마음이 밀려온다. 무려 21년이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23회. 처음 밀알의 밤을 열 때에 몹시 긴장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희한하게도 그날은 단장으...
    Views3746
    Read More
  19. No Image

    마인드 맵(Mind Map)

    공자가 이런 말을 남겼다. “들으면 잊어버린다. 보면 기억한다. 행동하면 이해한다.” 그렇다. 듣는 것 같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우리는 오늘도, 한 주간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했다. 온갖 매스 미디어를 통해 수...
    Views4040
    Read More
  20. No Image

    결혼 일곱 고개

    가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결혼 소식이 날아든다. “짝”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약속한다. 결혼식 날은 오직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다. 화려하고 환상적이다. 꿈만 같다.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면 얼마...
    Views413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