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28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애인은 서럽다. 인생 출발 자체가 어설프기 때문이다. 마음껏 걷지도, 듣지도, 언어소통도 안되는 상황에서 누구나에게 당연한 듯 주어지는 행복의 끄나풀을 붙잡는 것은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어느 회사에서 직장 장애인 인식 교육을 했다. 두 분이 강사로 나섰는데 한분은 청각장애인이었다. 유창하게 강의를 했기에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중간에 “퀴즈를 내겠다”고 말한 후 음성이 아닌 손짓으로 답변을 달라고 했다. 그제서야 그가 청각장애인임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청중들은 강사와 눈을 마주 보며 손가락으로 답했고, 정답을 맞춘 사람에게 손짓으로 알려주었다. 비록 청각 장애를 가진 그였지만 자신의 음성을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밀도 있는, 그야말로 ‘꽉 찬’ 강의를 펼친 그의 목소리에 청중들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장애는 일부에게만 영원히 속하는 고정된 딱지가 아니다. 누구나 그 자리에 설 수 있다. 단기적 부상과 장기적 질병, 스스로에 대한 인식과 이동 능력의 변화, 감정적 구성에 일어나는 만성적 오작동 같은 것들이 당장 내 삶에서는 현실이 아닐지라도, 언젠가 내 몸에서 또는 나와 친밀하게 삶을 공유하는 사람의 몸에서 어떤 형태로든 일어날 수 있다.” 

 

 사라 헨드렌(Sara Hendren)은 그의 저서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원제 : What Can a Body Do?: How We Meet the Built World)>에서 위와 같이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후천적 장애의 비율은 약 80%에 달한다고 한다. 실로 장애는 ‘고정된 딱지’가 아니다. 조사 기관마다, 측정 기준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누구나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인데, 장애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는 박약하기 그지 없다.   

 

 사라 헨드렌은 일찍이 2016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끼어든 경사로(Slope : Intercept)>를 선보인 디자이너이다. 경사로가 장애 보조 장치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나 스케이트 보더에게는 역동적인 놀이기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경사로가 꼭 시혜적인 장치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경사로에서 세계적인 안무가인 엘리스 셰퍼드(Alice Sheppard)의 공연이 펼쳐졌다. 그는 휠체어를 타면서 경사로를 자유롭게 누빈다. 그는 말한다. “휠체어는 이동 수단도 아니고 저를 보완해 주는 도구나 테크놀로지의 결과물도 아니에요. 그저 제 몸의 한 부분이죠. 그리고 아름답지요.”  

 

 2023년 배우 박은빈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에서 대상에 영예를 안았다. 감명 깊게 본 드라마였기에 기뻤다. 드라마에서 그의 연기는 정말 손색이 없었다. 우영우 그 자체였다. 역할 소화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텐데, “제 삶은 이상하고 별 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는 우영우의 목소리를 모두에게 진실하고 그러면서도 묵직하게 전달했다.   

 

 이 배우는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다. 정말 속이 정말 단단한 배우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상이 달라지는 데 한몫을 하겠다는 거창한 꿈은 없었지만 작품을 하면서 적어도 이전보다 친절한 마음을 품게 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또한 전보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으로 인식하길 바라면서 연기했습니다.”는 수상 소감은 장애인 사역자의 가슴에 와 닿았다. 고마움이 밀려왔다. 

 

 박은빈은 핵심을 찔렀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장애인에 대하여 이전보다 친절한 마음을 가지고, 다름을 다채로움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름은 결코 틀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은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다름보다는 ‘다채로움’에 방점을 찍는다. 우리도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다채로움에 공감하는, 좀 더 친절한 사회. 우영우의 발걸음도 그쪽으로 향할 터이다. 


  1. 26Feb
    by
    Views 427 

    쵸코, 고마웠다. 잘 가!

  2. 음악은 인생의 친구

  3. No Image 13Feb
    by
    Views 1871 

    서서히 바뀐 자리

  4. No Image 06Feb
    by 관리자
    Views 2284 

    장애를 대하는 친절함과 다채로움

  5. No Image 30Jan
    by
    Views 2618 

    시선은 곧 마음이다

  6. No Image 23Jan
    by
    Views 2943 

    하기, 안 하기

  7. No Image 16Jan
    by
    Views 3571 

    응팔 10년

  8. No Image 09Jan
    by
    Views 3032 

    겨울나무

  9. No Image 02Jan
    by
    Views 2922 

    2026년 첫 칼럼 "시작이 아름다운 이유"

  10. No Image 25Dec
    by
    Views 3177 

    Adieu, 2025년!

  11. No Image 20Dec
    by
    Views 3440 

    닭 울음

  12. No Image 11Dec
    by
    Views 3947 

    MZ 언어 세계

  13. No Image 05Dec
    by
    Views 4257 

    목사님! 제 이상형이 있습니다

  14. No Image 27Nov
    by
    Views 4200 

    북콘서트 감흥(感興)

  15. No Image 20Nov
    by
    Views 4389 

    그러니까

  16. No Image 14Nov
    by
    Views 4732 

    고집은 불편한 거울

  17. No Image 07Nov
    by
    Views 4869 

    북 콘서트를 열며

  18. No Image 30Oct
    by
    Views 4931 

    가을은 다시 창밖에

  19. No Image 25Oct
    by
    Views 4961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

  20. No Image 18Oct
    by
    Views 5649 

    달빛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