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애인은 서럽다. 인생 출발 자체가 어설프기 때문이다. 마음껏 걷지도, 듣지도, 언어소통도 안되는 상황에서 누구나에게 당연한 듯 주어지는 행복의 끄나풀을 붙잡는 것은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어느 회사에서 직장 장애인 인식 교육을 했다. 두 분이 강사로 나섰는데 한분은 청각장애인이었다. 유창하게 강의를 했기에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중간에 “퀴즈를 내겠다”고 말한 후 음성이 아닌 손짓으로 답변을 달라고 했다. 그제서야 그가 청각장애인임을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청중들은 강사와 눈을 마주 보며 손가락으로 답했고, 정답을 맞춘 사람에게 손짓으로 알려주었다. 비록 청각 장애를 가진 그였지만 자신의 음성을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밀도 있는, 그야말로 ‘꽉 찬’ 강의를 펼친 그의 목소리에 청중들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장애는 일부에게만 영원히 속하는 고정된 딱지가 아니다. 누구나 그 자리에 설 수 있다. 단기적 부상과 장기적 질병, 스스로에 대한 인식과 이동 능력의 변화, 감정적 구성에 일어나는 만성적 오작동 같은 것들이 당장 내 삶에서는 현실이 아닐지라도, 언젠가 내 몸에서 또는 나와 친밀하게 삶을 공유하는 사람의 몸에서 어떤 형태로든 일어날 수 있다.” 

 

 사라 헨드렌(Sara Hendren)은 그의 저서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원제 : What Can a Body Do?: How We Meet the Built World)>에서 위와 같이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후천적 장애의 비율은 약 80%에 달한다고 한다. 실로 장애는 ‘고정된 딱지’가 아니다. 조사 기관마다, 측정 기준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누구나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것인데, 장애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는 박약하기 그지 없다.   

 

 사라 헨드렌은 일찍이 2016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끼어든 경사로(Slope : Intercept)>를 선보인 디자이너이다. 경사로가 장애 보조 장치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나 스케이트 보더에게는 역동적인 놀이기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경사로가 꼭 시혜적인 장치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경사로에서 세계적인 안무가인 엘리스 셰퍼드(Alice Sheppard)의 공연이 펼쳐졌다. 그는 휠체어를 타면서 경사로를 자유롭게 누빈다. 그는 말한다. “휠체어는 이동 수단도 아니고 저를 보완해 주는 도구나 테크놀로지의 결과물도 아니에요. 그저 제 몸의 한 부분이죠. 그리고 아름답지요.”  

 

 2023년 배우 박은빈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에서 대상에 영예를 안았다. 감명 깊게 본 드라마였기에 기뻤다. 드라마에서 그의 연기는 정말 손색이 없었다. 우영우 그 자체였다. 역할 소화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텐데, “제 삶은 이상하고 별 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는 우영우의 목소리를 모두에게 진실하고 그러면서도 묵직하게 전달했다.   

 

 이 배우는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다. 정말 속이 정말 단단한 배우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상이 달라지는 데 한몫을 하겠다는 거창한 꿈은 없었지만 작품을 하면서 적어도 이전보다 친절한 마음을 품게 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또한 전보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으로 인식하길 바라면서 연기했습니다.”는 수상 소감은 장애인 사역자의 가슴에 와 닿았다. 고마움이 밀려왔다. 

 

 박은빈은 핵심을 찔렀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장애인에 대하여 이전보다 친절한 마음을 가지고, 다름을 다채로움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름은 결코 틀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은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다름보다는 ‘다채로움’에 방점을 찍는다. 우리도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다채로움에 공감하는, 좀 더 친절한 사회. 우영우의 발걸음도 그쪽으로 향할 터이다. 


  1. No Image

    장애를 대하는 친절함과 다채로움

    장애인은 서럽다. 인생 출발 자체가 어설프기 때문이다. 마음껏 걷지도, 듣지도, 언어소통도 안되는 상황에서 누구나에게 당연한 듯 주어지는 행복의 끄나풀을 붙잡는 것은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어느 회사에서 직장 장애인 인식 교육을 했다. 두 분이 강사...
    Views37
    Read More
  2. No Image

    시선은 곧 마음이다

    미국에 와서 처음 받는 충격은 나를 응시하는 백인의 눈동자이다. 우리 문화는 상대방의 눈을 정면으로 보지 않는다. 물론 화를 낼 때는 다르다.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때가 많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부끄러울 정도로 눈을 마주하며 대화를 ...
    Views554
    Read More
  3. No Image

    하기, 안 하기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종종 점검하며 산다. 그러면서 묘한 고민에 빠진다. 희한하다. 꼭 해야 할 일은 하기가 싫다. 안 좋다는데, 다들 끊으라는데 안 하려니 힘들다. 그래서 인생이다. 보통 삶을 이야기할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운동하기, 책 읽...
    Views1377
    Read More
  4. No Image

    응팔 10년

    2016년 1월. 내 칼럼은 이렇게 시작된다.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바로 <응답하라 1988>(이후 응팔)을 지칭한 말이다. 당시 드라마는 재미와 감동, 추억, 신세대들의 당돌함이 어우러져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 세월...
    Views2542
    Read More
  5. No Image

    겨울나무

    나무는 인생을 닮았다. 나무를 가까이하면 삶이 깊어지는 것을 이제야 안다. 나무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땅속에 묻혀 있는 “뿌리” 부분과 위로 드러나 있는 기둥과 잎이다. “나무 뿌리가 귀한가? 윗부분이 귀한가?”라는 ...
    Views2259
    Read More
  6. No Image

    2026년 첫 칼럼 "시작이 아름다운 이유"

    새해가 밝았다. 숫자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은 마치 새롭게 태어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감사하며 마음속에...
    Views2213
    Read More
  7. No Image

    Adieu, 2025년!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한해의 끝이 보인다. 젊은 날에는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해를 시작한다는 것이 설레이고 행복했건만. 이제는 무덤덤해지고 세월의 무게에 버거움을 느낀다. 솔직히 달라진 것은 없다. 갑자기 체력이 약화되었다든지. 어느 부분...
    Views2420
    Read More
  8. No Image

    닭 울음

    시계가 없어서 닭 우는 소리로 새날이 밝아옴을 가늠하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다섯 식구가 한 이불속에서 잠을 자던 때다. 새벽녘이 되면 온돌이 식어 추워지니까 이불을 서로 끌어 당기며 잠을 어어갔다. 그때는 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따라서 밤이 길었...
    Views2689
    Read More
  9. No Image

    MZ 언어 세계

    한때 X 세대라는 말이 휩쓸고 지나갔다. 1991년 출판된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코플랜드의 소설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구체적으로 1965년~1980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말한다. 이 세대는 베이비부머나 밀레니엄세대 사이에 낀 세대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Views3065
    Read More
  10. No Image

    목사님! 제 이상형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친구가 많다. 그중에서도 자랑스럽고 대견한 친구가 송태근 목사(삼일장로교회)이다. 대학 시절에 만났으니까 우정 45년 지기이다. 송태근 목사와 가깝게 된 것은 누구보다 장애인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여덟 살에 아버지를 여읜 4남매...
    Views3178
    Read More
  11. No Image

    북콘서트 감흥(感興)

    “북콘서트요? 그것 정치인들이 자금 모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요?” 북콘서트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지인이 내뱉은 말이다. 그러고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나도 북콘서트가 무엇인지 모르고 일을 벌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출판 감사와 콘서트라...
    Views3351
    Read More
  12. No Image

    그러니까

    말중에 흔히 쓰면서도 의미가 다양한 말이 있다. 그 중에 “그러니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니까’는 글을 쓸때에 앞 문장에서 말한 내용의 핵심을 요약하고, 정리할 때에 사용한다. “오늘은 너무 피곤했어. 그러니...
    Views3407
    Read More
  13. No Image

    고집은 불편한 거울

    사람마다 어느 정도 고집은 다 가지고 있다. 예로부터 고집하면 안, 강, 최라고 하였다. 이런 성씨를 가진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실제 겪어보니 실감이 난다. ‘최’는 우리 어머니가 경주 최씨라 뼈저리게 체험을 했다. 오죽하면 총각 시절 마음...
    Views3761
    Read More
  14. No Image

    북 콘서트를 열며

    “목사님, 이렇게 오래 글을 쓰셨는데. 책 한권 내세요” 만나는 사람마다 무심코 내뱉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주간필라>에 글을 실은 세월이 20년이 넘었다. 언뜻 헤아려 보아도 수필 천편이 넘는다. 하지만 정작 나는 굳이 책을 내야 하는 것에 ...
    Views4112
    Read More
  15. No Image

    가을은 다시 창밖에

    필라의 여름은 한국처럼 끈적거리거나 따갑지 않아서 좋다. 가는 곳마다 울창한 숲이 우거져있고 간간히 숲을 적시는 빗줄기가 있기에 그렇다. 한낮에는 기온이 치솟다가도 밤중에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처음 미국 L.A.로 이민을 왔...
    Views4180
    Read More
  16. No Image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

    인생을 살다보면 정말 가까이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사람을 만난다. 안 만나면 그만일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이 가족이나, 직장동료, 교회공동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질의 어려움을 겪을때에 힘들다. 건강의 문제가 생기면 더 힘들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
    Views4218
    Read More
  17. No Image

    달빛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집안에 들어서려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 휘영청 밝은 달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 오늘이 보름이구나!” 똑같은 달인데 머나먼 타국에서 바라보는 달은 그 느낌이 다르다. 역시 달은 고요 속에서 바라보...
    Views4745
    Read More
  18. No Image

    눈물로 씻은 눈만이 세상을 본다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반복하며 인생을 이어간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정말 그럴까? 과연 그런 인생이 가능할까? 존경보다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사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자신을 되돌...
    Views4820
    Read More
  19. No Image

    고향집에 들어서면

    추석이다. 고국에서는 교통체증에 시달리면서도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고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때는 비디오 가게에 들러 VHS로 겨우 고향의 정취를 느껴야 했다. 이제는 유튜브가 있어 언제든지 향수를 머금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민 생활 수십년이 명절에 ...
    Views4612
    Read More
  20. 밀알의 밤, 21년!

    가을이다. 사람들이 물어온다. “금년 <밀알의 밤>에는 누가 오나요?” 귀한 관심에 고마운 마음이 밀려온다. 무려 21년이다.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23회. 처음 밀알의 밤을 열 때에 몹시 긴장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희한하게도 그날은 단장으...
    Views490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