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7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2b63da2b00ab4d90ab52221f953474ed.jpg

 

                            

   

 2009년 겨울. 우리 집에 예쁜 강아지가 찾아왔다. ‘요크 샤테리아’(♂) 처음 병원에서 발행한 족보를 보면서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 마치 사람 주민등록 등본처럼 강아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고심 끝에 “쵸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쵸콜릿”에 준말이었다. 

 

 낯선 환경에 겁을 먹던 쵸코는 서서히 분위기에 젖어들며 재롱을 떨기 시작했다. 어찌나 영리하고 약은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쵸코”는 온 가족들이 눈을 뜨자마자 불러대는 최고 인기 대상이 되었다. 아내가 “쵸코군!”하고 부르면 말귀를 알아듣는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따라나선다. 강아지도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나보다.

 

 잘못을 저질러 벌을 세울라치면 사람처럼 꼿꼿이 벽에 붙어서서 놀란 눈으로 불쌍한 표정을 짓는다. 풀어 놓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장난을 치며 돌아간다. 먹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동물의 본능인가? 미안할 정도로 눈을 맞추는 쵸코의 열심에 감동을 받게 된다. 식구들 모르게 포도를 주었다가 이상 반응이 와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다. 나중에야 알았다. 요크 사테리아에게 포도는 독약이라는 것을.

 

 거세를 하고 신음하던 녀석이 너무도 힘겨워보여 어루만지며 새벽기도를 드리던 기억이 새롭다. 제일 좋아하는 막내 고교 졸업식에도 함께 갔다. 우리 가족이 가는 곳에 웬만하면 동행을 했다. 가끔 밀알에 데리고 가서 뛰어노는 광경을 보며 일한 적도 있다. 아이들의 결혼을 앞두고 집에서 웨딩드레스를 감상하던 “쵸코”의 표정이 인상에 남는다. 

 

 그렇게 “쵸코”는 우리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갔다. 그 세월이 18년이다. 사랑을 많이 받아서 장수하는 것일까? “아빠, 쵸코를 사람으로 치면 80이 넘은거예요. 아빠보다 나이가 더 든거라니까” 아이들의 말에 한참을 웃었다. 언제까지나 항상 활기차게 뛰놀며 살 줄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건강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마치 노쇠해 가는 노인처럼. 둥우리에만 엎어져 있고, 뜰에 나가도 뛰지를 못한다. 즐겨 오르내리던 계단 밑에서 서성대기만 하고 음식물도 소화를 제대로 시키지 못한다. 뒷다리에 문제가 생겨 휘청거리다가 주저앉기도 한다. 

 

 배변에 문제가 생겨 나이든 우리 부부가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 찾아왔다. 아내는 손주들을 돌보느라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나도 아침에 출근하면 저녁에나 귀가한다. 하루 종일 집에 강아지를 홀로 두는 것이 안스럽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점점 쇠약 해져가고 몇주전부터 상태는 심각하게 돌아갔다. 

 

 이내 일주일 전부터 음식물을 전혀 먹지 못했다. 아니 안 먹는 것 같았다. 통통하던 몸이 야의어 가는 것을 안을수록 실감했다. 아이들이 들이닥쳤다. “쵸코”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 많은 말들을 하며 쓰다듬었다. 갑자기 쵸코가 눈을 뜨더니 고개를 두리번 거린다. 신기했다. 사람도 운명하기 전 보고 싶은 사람을 기다린다더니? 어렵게 발걸음을 떼며 아이들이 떠났다. 

 

 20일(금) 밤, 가녀린 숨을 쉬며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쵸코를 바라보며 잠자리에 누었다. 토요일 새벽. 기도를 드리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둥지를 찾았다. 가지런히 누워있는 쵸코의 몸을 만졌다. 싸늘했다. 숨을 거둔 것이다. 갑자기 속에서 울음이 복받쳐 올라왔다. 함께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한참 통곡을 하고서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아내는 놀란 눈으로 나를 지켜본다. 이렇게 슬플 줄은 몰랐다. 

 

 그렇게 쵸코는 우리 곁을 떠났다.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나거나, 지나가는 개만 보아도 쵸코가 생각난다. 지금이라도 꼬리를 흔들며 한켠에서 뛰쳐 나올 것만 같다. 무려 18년 동안 우리 가족과 고락을 함께하던 반려견은 저만치 사라져갔다.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들이 추운 날씨와 함께 가슴 속 구석구석을 후벼파고 있다. 이것을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한단다. 시간이 흐르며 쵸코에 대한 그리움은 나를 더욱 성숙하게 하는 아름다운 이별이 되리라 믿는다. 


  1. No Image

    나는 지극히 작은 자였다

    나는 매년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밀알선교단 지체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지만 감사하게도 매년 초청해 주는 교회가 이어져 집회 인도를 하기 위해서이다. 장애가 있지만 비행기를 타거나 이동을 하는데는 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 비밀...
    Views31
    Read More
  2. No Image

    잊을 수 없는 고교 향기

    인생을 되돌아보면 어렵사리 들어간 고교 시절이 가장 그립다. 우리 학교는 미션스쿨이었다. 입학하자마자 각종 동아리에서 회원들을 모집하느라 쉬는 시간이면 들어와 홍보에 열을 올렸다. YFC. CCC는 신앙단체였고, RCY(청소년 적십자)는 이미 유명했고 음...
    Views863
    Read More
  3. No Image

    인정 이론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밀알은 봉사하는 분들의 정성으로 사역을 이어간다. 그분들의 애씀을 인정해 줄 때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아기가 엄마를 바라보며 웃는 것은 인정을 받기 위함이다. 인생의 긴 시간을 지나온 노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
    Views995
    Read More
  4. No Image

    만나야 한다

    만남을 통해 인생은 인연을 맺고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모든 만남이 같은 깊이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만남이 있는 반면 영혼 깊은 곳까지 흔들어 놓는 만남이 있다. 오랜 세월 만났음에도 여전히 낯선 사람이 있다. 자주 만나고 함...
    Views1135
    Read More
  5. No Image

    아버지!

    5월은 아름답고 포근한 달이다. 또한 가정의 달이다. 이때 쯤 불러보고 싶은 이름이 있다. 경찰 정복을 입으시고 미소지으며 퇴근하던 모습. 워낙 부지런하셔서 텃밭 일구시어 거름주고 고랑 만들어 온갖 모종을 심으며 등에 땀 냄새 나던 아버지. 가끔 세숫...
    Views1248
    Read More
  6. No Image

    당신은 소중하다

    누구나 한 인생을 산다. 그 과정을 꽃에 비유하고 싶다. 일단 꽃은 어린싹부터 시작한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그 단단한 동토를 비집고 나오는 새싹의 생동감은 신비롭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은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샘솟게 한다. 지루하고 추웠던 겨...
    Views1307
    Read More
  7. No Image

    기다림

    인생은 진정 기다림인가? ‘조카가 그리 예쁘다지만 저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동생의 아들을 큰아이는 자주 찾아가 보살폈다. 한편으로 ‘저 가정에도 아이가 태어나면 좋겠다.’ 생각하며 기도했는데 드디어 임신을 했을 ...
    Views1531
    Read More
  8. No Image

    인생이 뒤집어질 때

    삶이 힘들고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어느 순간 내가 쌓아놓은 모든 것들이 삽시간에 무너지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목회자로서 근래에 안타까운 일들이 전개되었다. 그 목사님은 우리가 신학대학에 다닐 당시부터 신선한 멘토였다. 독설가라는 별명처럼 ...
    Views1663
    Read More
  9. No Image

    과학으로 해부해 보는 여자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를 통해 이 땅에 태어난다. 그래서인지 사나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 노래가 있다. 바로 <어머니 은혜>이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노랫말은 나이와 성별의 ...
    Views2267
    Read More
  10. No Image

    아름다운 동행

    노진희 자매. 그녀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다. 그녀는 경남 진해의 어느 시골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는 힘겹게 딸을 키웠다. 진희의 어머니는 미용 가방을 들고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머릿일’을 하셨다. 새벽에 나가면 ...
    Views2244
    Read More
  11. No Image

    관계의 온도, 친구

    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사람이 된다. 처음 필라델피아에 왔을 때 외로울까 봐 걱정이 앞섰다. L.A로 이민을 와서 경험한 감정은 홀가분이었다. 숨가쁘게 목회에 매진하다 불현듯 찾아온 휴식의 시간은 꿀맛 같았다. 언제나 한가위 같은 캘리포니아 날씨는 고국...
    Views2337
    Read More
  12. No Image

    길 위에서 생각하다

    양평은 중앙선이 관통하는 곳이다. 그러기에 어릴 때부터 기차와 익숙한 삶을 살았다. 내달리는 기차는 어린 마음에 꿈을 심었고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미소 지었다. 방학을 맞이하여 떠나는 서울행 기차는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기차가 천천...
    Views2887
    Read More
  13. No Image

    소중한 보석

    사람들은 대부분 매일 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길로 돌아오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하루가 흘러간다. 그러나 그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어딘가 밝은 기운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지친 얼굴 대신 따뜻한 미소로 하루를 시작...
    Views2916
    Read More
  14. No Image

    밀알 장애인 사랑, 39년!

    둘러보면 다 건강해 보인다. 장애인들은 거동이 불편하여 눈에 띄지 않을 뿐. 저 뒤편에서 장애를 안고 허덕이며 살고 있다. 처음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만 해도 전신마비 장애인이 네 분이나 있었다. 말 그대로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던 양판수...
    Views4177
    Read More
  15. 쵸코, 고마웠다. 잘 가!

    2009년 겨울. 우리 집에 예쁜 강아지가 찾아왔다. ‘요크 샤테리아’(♂) 처음 병원에서 발행한 족보를 보면서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 마치 사람 주민등록 등본처럼 강아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고심 끝에 “...
    Views4734
    Read More
  16. 음악은 인생의 친구

    눈을 뜨면 소리를 듣는다. 소리가 리듬을 타는 그 순간부터 음악이 태동한다. 취향은 다르지만 음악은 인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삶의 조미료 역할을 감당하며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왔다. 진정 음악은 내 삶의 친구였고 영양제였다. 아가가 엄마 뱃속...
    Views5141
    Read More
  17. No Image

    서서히 바뀐 자리

    우리 집에서는 내가 대장이고 아내는 결정권자이다. 나는 내 의사로 옷을 사본 적이 없다. 넥타이가 어림잡아 200개는 더 될 듯 싶다. 아내가 토요일마다 거라지 세일에서 내 취향에 맞는 멋진 타이를 곧잘 골라온다. 감사한 일은 세계 곳곳을 집회 인도 겸 ...
    Views4716
    Read More
  18. No Image

    장애를 대하는 친절함과 다채로움

    장애인은 서럽다. 인생 출발 자체가 어설프기 때문이다. 마음껏 걷지도, 듣지도, 언어소통도 안되는 상황에서 누구나에게 당연한 듯 주어지는 행복의 끄나풀을 붙잡는 것은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어느 회사에서 직장 장애인 인식 교육을 했다. 두 분이 강사...
    Views5180
    Read More
  19. No Image

    시선은 곧 마음이다

    미국에 와서 처음 받는 충격은 나를 응시하는 백인의 눈동자이다. 우리 문화는 상대방의 눈을 정면으로 보지 않는다. 물론 화를 낼 때는 다르다.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때가 많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부끄러울 정도로 눈을 마주하며 대화를 ...
    Views5226
    Read More
  20. No Image

    하기, 안 하기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종종 점검하며 산다. 그러면서 묘한 고민에 빠진다. 희한하다. 꼭 해야 할 일은 하기가 싫다. 안 좋다는데, 다들 끊으라는데 안 하려니 힘들다. 그래서 인생이다. 보통 삶을 이야기할 때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운동하기, 책 읽...
    Views556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1 Next
/ 41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