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매일 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길로 돌아오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하루가 흘러간다. 그러나 그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어딘가 밝은 기운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지친 얼굴 대신 따뜻한 미소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작은 활력을 나누어 준다. 들여다보면 그 힘은 일과 삶, 그리고 가정 사이에서 찾은 조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발견한다.
어느 날, 한 기자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물었다. “대통령께서는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가장 좋아하십니까?” 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세계의 어떤 유명 인사보다도 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이 짧은 대답 속에는 삶의 중요한 진리가 담겨 있다. 가정은 세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이 쉬어 가는 가장 따뜻한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산업화 시대를 지나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주 5일 근무와 같은 변화는 단순히 휴식을 늘려 주기 위한 제도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생각과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시간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여유의 시간은 지난 일주일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과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효과를 안긴다.
특히 퇴근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더욱 특별하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 젊은 시절, 아이들과 식사를 하다 말고 하도 예쁘고 신기해서 물었다. “너희들은 어디에서 왔니?” 동그랗게 눈을 뜨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생각난다. 그런데 요사이 또다시 질문을 던지는 대상이 나타났다. 손자, 손녀이다. 재롱은 물론, 말문이 열리며 놀랍게 언어를 구사한다. 신기를 넘어 신비롭기까지하다.
하루의 소소한 일들을 나누는 순간 속에서 다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잠시 잊고 있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을 뿐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다시 이어 주는 시간이다. 지친 하루 속에서 잃어버린 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회복의 시간이기도 하다.
자수성가하여 큰 기업을 일궈낸 한 회장이 있었다. 그는 임원 승진 조건 중 하나로 ‘가정이 화목한가?’를 중요하게 살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처럼, 가정이 평안한 사람이 직장에서도 좋은 판단과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일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에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일본 교토에는 ‘철학의 길’이라 불리는 작은 산책길이 있다. 교토대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매일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하던 길이다. 그는 그 길을 걸으며 많은 사색과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길을 찾은 어떤 두뇌 전문가는 그곳에서 아무런 영감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주변의 낯선 풍경과 정보에 정신이 바빠졌기 때문이다. 그때 그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통찰은 끊임없이 생각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마음과 두뇌가 편안히 쉬는 순간에 찾아온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진정한 안식과 새로운 충전을 이끄는 나만의 특별한 시간, 특별한 장소를 가지고 있는가? 동일하게 반복되는 치열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성찰과 자기 계발을 위한 나만의 단절의 순간을 가지고 있는가? 또한 ‘그 특별한 장소와 특별한 시간’으로서 우리 가정, 그리고 우리 가족과의 시간을 대체할 또 다른 그 무엇이 이 세상에 과연 존재할까?
바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유치원 아이들도, 은퇴한 노인들도 다 바쁘다. 선배 목사 왈 “은퇴하니 왜 이리 바쁜 지 모르겠어” 축복이다. 삶이 무료한 것보다 얼마나 다행인가? 소중한 것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하루의 끝에서 따뜻하게 맞아 주는 집, 함께 웃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족. 그 평범한 시간 속에 우리가 찾고 있던 가장 소중한 보석이 조용히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