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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31 11:19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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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눈을 뜬다. 창문을 빼꼬미 열고 조용히 새벽기도를 시작한다.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고 새들은 하루를 준비한다. 그 고요 속에서 내 숨소리가 들린다. 그분과의 깊은 호흡이 교류한다. 평안하다. 행복하다. 그분의 숨이 내 폐에 스며든다. 내 숨소리가 그분의 마음을 만진다. “너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찬양이 우러나온다.

 

 어리디 어린 아가를 지켜본다. 시간의 흐름속에서 숨을 쉬며 자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의 낙이다. 작은 변화가 신비로워 그 곁에 오래 머물게 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첫 숨을 들이마시며 출발한다. 살아가는 긴 시간은 결국 수없이 반복되는 숨소리의 연속이다. 문제는 하루에도 수만 번 숨을 쉬지만 그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 평범한 숨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음악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어릴 적 시골집에서 잠을 자면 깊은 밤이 찾아올수록 집안은 고요해졌다. 시계 초침 소리도 왜 그리 크게 들리든지? 창밖을 스치는 정겨운 바람 소리. 그 가운데 가장 또렷하게 들리던 것은 부모님의 숨소리였다. 아버지는 고된 경찰 업무 탓이었는지 깊은 잠에 빠져 굵은 숨을 내쉬었고 어머니는 잔잔한 숨결로 주무셨다. 특별하다기보다 그저 늘 곁에 있는 일상이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평범하지 않게 만든다. 함께 있을 때보다 떨어져 지내게 될 때 더 선명하게 기억을 더듬게 된다. 얼굴은 희미해져도 목소리는 남는다. 그보다 더 긴 여운은 숨소리이다. 말은 의도를 담지만 숨은 존재 자체를 담는다.

 

 이태준 <무서록(無序錄)> “고독”의 일부이다. “지금 내 옆에는 세 사람이 잔다. 아내와 두 아기다. 그들이 있거니 하고 돌아보니 그들의 숨소리가 인다. 아내의 숨소리, 제일 크다. 아기들의 숨소리, 하나는 들리지도 않는다.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다르다. 지금 섬돌 위에 놓여 있을 이들의 세 신발이 모두 다른 것과 같이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한 가지가 아니다. 모두 다른 이 숨소리들은 모두 다를 이들의 발소리들과 같이 지금 모두 저대로 다른 세계를 걸음 걷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꿈도 모두 그럴 것이다.”

 

 20세기 말, 나는 영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영성훈련을 하는 곳을 많이도 찾아 다녔다. 공통적인 면은 영성훈련의 기본은 숨소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들숨, 날숨, 고요한 숨소리, 때로는 격한 숨소리. 마음이 조급할 때는 숨이 짧아지고 두려울 때는 숨이 가빠진다. 평안할 때는 숨이 길고 깊어졌다. 그 숨소리를 크게 들을 때가 있었다. 고독한 시간을 지날 때였다. 숨소리를 느끼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사람은 입보다 먼저 숨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보라! 병원은 숨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곳이다. 병실에 여러 기계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숨이다. 의사는 호흡을 살피고 가족은 숨이 고른 지 불안한 눈으로 바라본다. 한 번의 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그곳에서는 누구나 배우게 된다. 건강할 때는 숨 쉬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픈 사람에게 숨은 하루를 선물 받는 기적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숨소리는 희망을 닮아 있다. 작고 여린 숨결이지만 그 안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담겨 있다. 반대로 임종을 앞둔 사람의 숨소리는 삶의 무게를 품고 있다. 마지막 숨을 바라보는 가족들은 그동안 함께 웃고 울었던 시간을 떠올린다. 결국 인생은 첫 숨과 마지막 숨 사이에서 사랑을 배우는 여정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숨소리는 관계를 이어 주는 다리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아무 말 없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서로의 숨결이 곁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부부는 긴 대화를 하지 않아도 서로의 호흡만으로 마음을 읽는다. 부모는 잠든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안도하고 아이는 부모의 숨결 속에서 세상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누구나 마지막 숨은 거칠게 몰아쉰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평생 숨을 쉴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공기의 흐름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용기였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따뜻함이었다는 것을. 어쩌면 인생은 거창한 성공이나 화려한 업적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감사하며 숨 쉬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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