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6.09.26 13:52

인생은 기다림

조회 수 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가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가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기다린다. 학창 시절에 가장 많이 기다린 것은 시내버스였다. 그 시대 등굣길에 버스는 콩나물 시루였다. 버스가 도착하면 물밀듯이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 많은 사람을 버스에 우겨 넣고 냅다 “오라이”을 외쳐대던 안내양들의 포스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존경의 마음이 밀려온다.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린다.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내 차례를 기다린다. 병원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기다림이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조급해서 이루어지는 일은 드물다. 다 기다려야 한다. 

 

 나의 고교 시절에는 펜팔이 유행했다. 당시 학생 매거진에는 펜팔 코너가 자리했다. 무작위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신기하게 답장이 온다. 전화가 없던 시절. 기다림 속에 받아 드는 편지는 행복의 샘물이었다. 학교에 다녀오면 엄마에게 묻는다. “편지 온 것 없어요?” “옛다” 방에 들어와 편지를 가슴에 품어보고 조심스럽게 뜯는다. 알알이 써 내려간 글귀는 어린 가슴에 꿈을 심었다.  

 

 젊을 때는 기다림이 답답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당장 손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력하면 결과가 빨리 따라오기를 기다렸다. 열심히만 하면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믿었다. 그래서 기다리는 사람을 보면 왠지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기다림이란 어쩌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마음도 내가 정할 수 없고, 시간의 흐름도 붙잡아 둘 수 없다. 꽃이 피는 시기, 계절이 바뀌는 순간,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과 체념은 근본이 다르다. 체념은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지만, 기다림에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 씨앗을 땅에 심은 농부는 묵묵히 매일 밭을 바라보며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땅을 솟구치고 나오는 새 생명의 자태에 환희를 느낀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 결실하는 곡식을 경이롭게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농부는 대부분 정직하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들은 기다리는 동안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에는 결과만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빨리 얻은 것보다 오래 기다리면서 얻은 것이 더 깊은 가치를 지닌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기다림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멈추었던 시간이 얼마나 나를 돌아보고 채워주었는지를 이제야 새삼 깨닫게 된다. 

 

 물론 여전히 기다림은 어렵다.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는 불안하고, 원하는 일이 늦어지면 마음이 흔들린다. 특히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는 더욱 그렇다. 때로는 기다리던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품었던 꿈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다.

 

 언젠가 말한 것처럼 요즈음은 황혼이 좋다. 뜨겁게 타올라 작렬하던 태양이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뉘엿뉘엿 서산에 걸쳐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아침에는 하루가 길게 느껴지지만 어느 새 저녁이 찾아온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기다렸을까? 어쩌면 ‘언젠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기다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기다림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속도의 문제이다. 더디가도, 빨리 가도 결국 인생은 거기서 거기 인 것을 인생의 출구에서 터득하게 된다. 따라서 먼저 간다고 자만 할 수 없고, 조금 뒤쳐졌다고 자책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꽃은 자기 계절이 되어야 핀다. 새벽은 어둠이 충분히 깊어진 뒤에 찾아온다. 기다림의 마력이 인생을 빛나게 하는 것임을 우리 모두는 깊이 깨달아야 한다. 


  1. No Image

    인생은 기다림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기다린다. 학창 시절에 가장 많이 기다린 것은 시내버스였다. 그 시대 등굣길에 버스는 콩나물 시루였다. 버스가 도착하면 물밀듯이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 많은 사람을 버스에 우겨 넣고 냅다 “오라이”을 외쳐대...
    Views4
    Read More
  2. No Image

    오늘도 살아 있네

    아침에 눈을 뜨면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오늘이 며칠? 무슨 요일? 오늘 할 일이 무엇인지. 출근 시간을 확인하고, 약속이 있는 사람은 오늘의 일정을 생각할 것이다. 공통적인 것은 현대인들은 눈을 뜨자마자 휴대 전화부터 찾는다는 것이다. 가끔 이런 감격...
    Views1453
    Read More
  3. No Image

    War Horse

    스필버그 감독은 천재이다. 어떻게 말을 소재로 이런 감동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전쟁의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지금도 지구촌은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들은 전쟁을 승리와 패배의 역사로 기억한다. 따라서 위대한 장군과...
    Views1889
    Read More
  4. No Image

    WERACLE 박위

    ‘박위’는 휠체어 중증 장애인이다. 2014년 5월, 스물여덟 살이던 박위는 당시 외국계 패션 브랜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성실히 일한 끝에 정규직 전환 통보를 받는 날 그는 뛸 듯이 기뻤다. 친구들과 질펀하게 축하 파티를 열었다. 지나쳤...
    Views2205
    Read More
  5. No Image

    내 이름이 어때서?

    주일, 한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친교 시간에 둘러앉았다. 맛있게 음식을 나누는 중에 한분이 입을 열었다. “목사님, 사실 제 부친의 성함이 이자, 재자, 철자를 쓰십니다” 내가 받아쳤다. “아, 그래요? 내 잃어버린 아들을 오늘에야 찾았구...
    Views2316
    Read More
  6. No Image

    당신은 진정 돕는 배필인가?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자신의 생각만으로 인생을 완성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함께 걸어갈 동반자를 허락하셨다. 부부는 단순히 한집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인생...
    Views2561
    Read More
  7. No Image

    현대판 노아의 방주

    미국은 한국에게 참으로 고마운 나라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받은 은혜 가운데 미국이라는 나라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은혜가 크다. 토마스와 언더우드 그리고 아펜젤러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숙연해진...
    Views2515
    Read More
  8. No Image

    바퀴는 길을 기억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학생부에서 자그마한 카드를 만들어 주었다. 내 사진과 함께 <지체부자유자 증명서>라고 써 있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이 카드가 나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그 시절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지체부자유자’ 혹...
    Views2428
    Read More
  9. No Image

    숨소리

    새벽에 눈을 뜬다. 창문을 빼꼬미 열고 조용히 새벽기도를 시작한다.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고 새들은 하루를 준비한다. 그 고요 속에서 내 숨소리가 들린다. 그분과의 깊은 호흡이 교류한다. 평안하다. 행복하다. 그분의 숨이 내 폐에 스며든다. 내 숨소리가...
    Views2953
    Read More
  10. No Image

    어느새 중복(中伏)

    무더운 여름이다. 선뜻 중복이 다가왔다. 복(伏)하면 삼계탕이나 보신탕이 생각나는 나는 영락없는 옛날 사람이다. 더위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몸도 마음도 늘어지는 시기이다. “삼복더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속담이 있...
    Views2972
    Read More
  11. No Image

    초 1인 가구

    도시의 밤은 수많은 불빛으로 반짝인다. 높은 아파트 창문마다 불이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 불빛 안에는 저마다 다른 삶이 숨어 있다. 가족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하루의 피곤을 풀어내는 대화가 이어지는 가정이 있다. 그런데 여기 아무 소...
    Views3106
    Read More
  12. No Image

    왜 남자는 귀여움에 매료될까?

    과연 여성들은 어떤 말을 가장 듣고 싶어 할까? “예쁘다”는 기본적인 칭찬이고 “멋있다”라는 말에 더 기뻐하고 또 어떤 여성은 “귀엽다”라는 말에 더 큰 행복을 느낀다. 많은 남성은 귀여운 여성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
    Views3341
    Read More
  13. No Image

    마주 잡은 손의 온기

    사람들이 장애인을 보는 시각은 다양한 것 같다. 나보다 못한 사람 정도로 보는 것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장애인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집안에 장애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고 나면 친근하게 다가오는 분들이 ...
    Views3409
    Read More
  14. No Image

    때문에라구요?

    사람은 마음을 가진 존재이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은 달라진다. ‘세상 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나는 내가 장애인인 줄 모르고 자랐다. 가정 환경이 큰 도움이 되었고, 내 스스로의 자존감 때문...
    Views3401
    Read More
  15. No Image

    단지 15분

    서양 연극 중에 “단지 15분”이라는 작품이 있다. 생명이 15분밖에 남지 않은 한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어려서부터 총명했다. 뛰어난 성적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 심사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이제 학위 받을 날만 기...
    Views3675
    Read More
  16. No Image

    나와 무(無) 사이에서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일까? 나는 왜 거기 있지 않고 여기 있을까?” 이 질문은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첫 장면처럼 내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게 만드는 의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Views3865
    Read More
  17. No Image

    나는 지극히 작은 자였다

    나는 매년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밀알선교단 지체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지만 감사하게도 매년 초청해 주는 교회가 이어져 집회 인도를 하기 위해서이다. 장애가 있지만 비행기를 타거나 이동을 하는데는 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 비밀...
    Views4371
    Read More
  18. No Image

    잊을 수 없는 고교 향기

    인생을 되돌아보면 어렵사리 들어간 고교 시절이 가장 그립다. 우리 학교는 미션스쿨이었다. 입학하자마자 각종 동아리에서 회원들을 모집하느라 쉬는 시간이면 들어와 홍보에 열을 올렸다. YFC. CCC는 신앙단체였고, RCY(청소년 적십자)는 이미 유명했고 음...
    Views4224
    Read More
  19. No Image

    인정 이론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밀알은 봉사하는 분들의 정성으로 사역을 이어간다. 그분들의 애씀을 인정해 줄 때에 환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아기가 엄마를 바라보며 웃는 것은 인정을 받기 위함이다. 인생의 긴 시간을 지나온 노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
    Views3976
    Read More
  20. No Image

    만나야 한다

    만남을 통해 인생은 인연을 맺고 삶을 이어간다. 그러나 모든 만남이 같은 깊이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만남이 있는 반면 영혼 깊은 곳까지 흔들어 놓는 만남이 있다. 오랜 세월 만났음에도 여전히 낯선 사람이 있다. 자주 만나고 함...
    Views485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2 Next
/ 42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