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2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러브스토리.jpg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서 만나는 감격을 누리며 하루하루 신기하기만 했다. 코발트 색상의 하늘. 안개가 낀듯한 오전의 하늘이 서서히 벗겨지면서 맑디맑은 얼굴을 드러내면 내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L.A.천사들의 도시로 지칭했는지 실감하며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싱그러운 가을이 오고 겨울을 맞이하였다. 약간 쌀쌀한 날씨는 한국의 초봄 정도였다. 눈을 기다렸더니 친구가 하는 말 “L.A.에 무슨 눈이 와?” 그 한마디에 눈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했다. 눈 없이 맞이하는 성탄, 따스한 날씨 속에 바라보는 크리스마스트리. 정말 싱거웠다. 눈을 사무치게 그리워 한때가 그때였다.

 

  2003, 단장 임명을 받고 동부 필라델피아로 이주를 했다. 7월이었다. 숲은 싱그러웠고 온갖 위락시설이 준비되어있는 아파트가 좋았다. 드디어 기대하던 겨울이 왔다. 첫눈이 쏟아지던 날, 우리 온 식구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뛰어나가 눈밭에 뒹굴었다.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눈에 대한 마지막 유희였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퍼붓는 눈발에 넋을 놓아야 했고, 허리까지 빠지는 눈의 양에 질리고 말았다. 이후 눈은 낭만이 아니라 고문(?)이었다. 처음 밀알선교단에 부임하여 간사들에게 들은 말은 눈이 많이 오면 예배를 못 드린다였다. 초면이라 반응은 못했지만 분(忿)이 올라왔다. ‘눈이 온다고 예배를 중단해?’ 하지만 겪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때는 눈이 그렇게 많이 왔다.

 

  기후 탓인지 지금은 그때만큼 눈이 오지 않는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2021년 다시 눈이 찾아왔다. 나이가 든 탓일까? 이제는 눈보다 비가 좋다. 눈이 오면 일단 거동에 지장이 생기고 낙상할까 염려가 앞선다. 눈이 좋았던 때가 있었다. 눈만 오면 서울시내를 정신없이 쏘다니던 젊은날의 초상이 서서히 오버랩해 온다. 내 청소년기에는 그리 놀거리가 많질 않았다. 따라서 친구들과 어우러져 이리저리 쏘다니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낙()중에 낙이었다. 지금도 한국에 나가면 바쁜 일정 중에서도 만나는 부류가 고교동창들이다. 겨우 3년을 동문수학한 사이지만 그 시절에 1년은 10년이었음을 깨닫는다.

 

  어느 해던가! 눈이 무척이나 쏟아졌다. 청량리 대왕코너에서 뭉친 우리들은 마냥 걷기 시작했다. 눈을 지치고 눈을 뭉쳐 던지면서 마냥 걸었다. 시조사를 넘어 서울우유를 바라보며 망우리 쪽으로 방향을 틀어 수다를 떨며 걸었다. 포장마차에서 먹던 오뎅와 튀김 맛은 눈과 어우러져 꿀맛이었다. 중랑교를 넘어 오른쪽으로 걸어 답십리에 와서야 우리의 눈 여정은 끝이났다.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무슨 그리 할 말이 많았던지? 눈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추억이다. 원없이 눈을 맞으며 몇시간을 걷고 걷던 그 시절이 무척이나 그립다.

 

  하면 잊지 못할 영화가 <러브스토리>이다. 동대문 야구장 앞 계림극장에서 처음 그 영화를 보았다. 명장면은 주인공들이 센트럴파크에서 뒹구는 눈싸움 장면이다. 눈도 화면도 모두 희어서 분간이 안되는 하얀 기억이 지금도 생생히 다가온다. 그러면서 깔리는 O.S.T. “snow frolic.” 깊은 눈동자를 지닌 알리맥그로우의 연기와 sad ending(백혈병)은 어린 내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잊지 못할 명대사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Love is never to say I'm sorry) 주인공 제니의 말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사랑한다면 미안함도, 서운함도, 그리움도, 원망도, 아쉬움도, 미움도, 희망도, 기대도 함축되어 분출되는 것이리라!

 

  어린 시절. 눈이 오고나면 온 동네가 조용했다. 들과 밭, 그리고 장독대에 소복이 쌓인 눈이 얼마나 곱고 예뻤던지! 동요처럼 바둑이와 함께 걸으며 내던 발자욱의 잔영이 되살아 난다. 눈을 좋아하고 그 깨끗함을 사랑하는 동심이 되살아나 오늘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었으면.

 


  1.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484
    Read More
  2.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794
    Read More
  3.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779
    Read More
  4. 습관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습관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대를 이어 가는 습관도 있다. 알코올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고 살았으면서 그 추한 모습을 대물림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그렇게 증오하던 자식이 여전히 그 ...
    Views886
    Read More
  5. 아무리 익숙해 지려해도 거절은 아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면 능숙해지기도 하련만 고비를 넘어서면 더 높은 능선이 길을 막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성취감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뒹굴어야만 한다. 거절과 실패는 익숙해질 수 없는 끈질긴 친...
    Views1008
    Read More
  6.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Views1128
    Read More
  7. 장애의 벽 넘어 빛나는 졸업장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Views1209
    Read More
  8.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226
    Read More
  9.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284
    Read More
  10.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335
    Read More
  11.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478
    Read More
  12.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753
    Read More
  13.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658
    Read More
  14.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779
    Read More
  15.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789
    Read More
  16.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675
    Read More
  17.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833
    Read More
  18.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901
    Read More
  19.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803
    Read More
  20.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202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8 Next
/ 28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