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623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도전.jpg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졸업식을 맞이하고 있다. 꽃다발도, 어머니에게 사각모를 씌워주는 흔한 풍경도 자취를 감추었다. 내 모교도 졸업생 대표 23명만이 넓디넓은 강당에 흩어져 앉아 졸업식이 거행되었다. 실로 황량하기 그지없는 광경이다. 언제나 이런 처참한 세월이 막을 내릴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한상근씨에게는 졸업이란 의미가 남다르다. 한씨는 서울대가 처음 실시한 장애학생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한 7명의 학생 중 유일한 졸업생이기 때문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아 두 발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 2급이다. 다리 근육이 계속 수축해 근육이완 수술만 벌써 두 번이나 받았다. 그에게 힘이 되어준 이는 바로 어머니였다.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전국을 떠돌았고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아들을 업고 등 · 하교를 감당했다.

 

 아들을 향해 늘 스스로 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영원히 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다. 넘어져도 혼자 일어날 수 있도록 강해져야 한다며 아들을 채근했다. 한 군은 전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장애의 벽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게 된다. 그러나 첫 학기를 맞은 한 씨는 주위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넓은 교정에 계단까지 많다보니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돌아다니며 수업을 듣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34층 강의실 수업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장애인이라는 특혜로 입학한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주위의 시선이었다. 또 과제물이나 시험 답안지 작성 시 일반학생에 비해 23배씩 시간이 더 들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는 교수들도 야속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루 34시간만 자면서 공부에 매달린 끝에 4년간의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졸업을 앞둔 한씨는 지난해 12200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IBM 재무기획 파트에 당당히 합격했다. 일반 지원자처럼 서류전형과 면접을 치렀고 이후 적성시험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그는 뒤를 따라오는 후배 장애 학우들에게 나는 이건 못 할거야’ ‘여기까지는 할 수 없어라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가두지 말라고 충고한다.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은 더 편한 세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장애를 가지고 현실에 벽에 도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벽을 넘어가는 장애인들이 있기에 인생은 아름다워 보인다. 나의 초등학교 선배요, 이미 고인이 된 강영우 박사는 15살에 축구공에 맞아 시력을 상실하는 불운을 겪는다. 이 사고가 나기 얼마 전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숨지고 누나까지 과로로 죽는 고난이 겹친다. 결국 삼남매는 서로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학문을 갈망했던 그는 점자를 배우며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게 된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대학 원서접수를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결국 연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낮은 체육학점에도 불구하고 차석으로 졸업을 하게 된다. 한국 장애인 최초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피츠버그대학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까지 얻었다. 이후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조지 W. 부시의 부름으로 미국 국무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분과위원장(차관보 해당 보직급)를 역임하는 대단한 발자취를 남긴다.

 

 장애는 감당하기 힘든 벽이다. 하지만 그 벽을 넘어서는 순간, 상상하지 못할 삶의 희열과 감격이 있다. 돌아보면 그때 그 순간들을 어떻게 감당했는지 감회가 밀려온다. 극한 환경 앞에 굴복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함으로 역경을 단 열매로 바꾼 그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1. 습관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습관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대를 이어 가는 습관도 있다. 알코올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고 살았으면서 그 추한 모습을 대물림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그렇게 증오하던 자식이 여전히 그 ...
    Views14754
    Read More
  2. 아무리 익숙해 지려해도 거절은 아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면 능숙해지기도 하련만 고비를 넘어서면 더 높은 능선이 길을 막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성취감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뒹굴어야만 한다. 거절과 실패는 익숙해질 수 없는 끈질긴 친...
    Views274126
    Read More
  3.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Views15890
    Read More
  4. 장애의 벽 넘어 빛나는 졸업장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Views16238
    Read More
  5.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6453
    Read More
  6.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6284
    Read More
  7.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5547
    Read More
  8.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5735
    Read More
  9.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6824
    Read More
  10.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6913
    Read More
  11.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6657
    Read More
  12.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6177
    Read More
  13.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6951
    Read More
  14.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6285
    Read More
  15.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6384
    Read More
  16.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6560
    Read More
  17.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17110
    Read More
  18.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17192
    Read More
  19.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17745
    Read More
  20.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1703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