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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밀알선교단은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장애아동을 Care하는 <토요사랑의 교실>을 운영한다. 어느새 30년이 가까워오며 이제 아동이란 명칭을 쓰기가 어색하다. 팬데믹으로 거의 1년반을 모이지 못하다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대면모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기 힘들기에 출석율은 예전같지가 않아 안타깝다. 장애아를 돌본다는 것이 말처럼 수월하지 않음을 시간이 지날수록 실감한다. 자기 머리를 벽에 박는 아이, 자신의 눈을 찌르는 아이, 매일 한두시간씩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아이, 나이 열 살이 넘도록 소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 그런 부모들은 만나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편안한 마음으로 어쩌겠어요? 소망을 잃지말고 잘 견뎌내세요라고 느긋하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목욕탕에 가면 사람들은 온탕과 냉탕에 들어간다. 각자 들어가 있는 사람은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바라볼 뿐 상대의 심정을 알 수가 없다.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엄마와 아빠는 자식에 대한 온도가 다르다. 10개월을 임신하여 애를 쓰고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속에 아이를 낳는다. 젖을 물려 내 몸에 진액을 쏟아내며 아기를 성장하게 만든다. 실로 엄마의 생명은 아이와 동일하다. 아빠도 양육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전부로 알고 애를 쓰지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존재임을 알아야한다.

 

  기훈(가명)이와 그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훈이는 열 살의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다. 언어 발달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유의미한 발화가 거의 없고, 지적장애도 심한 편이어서 읽기나 쓰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의사표현도 몸짓이나 상대방의 손목을 잡아끄는 정도로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훈이와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방법이나 도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사소통의 문제보다 더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소위 도전적 행동이다. 틈만 나면 입으로 무언가를 물어뜯어 그것에 침을 발라 손으로 반죽하듯 주무르거나 문지르며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그 물건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런 물건들을 치워두면 교실의 나무로 된 의자나 책상을 이로 갉아내어 그 부스러기를 가지고 손위에 놓고 침을 발라가며 논다. 이런 행동을 억지로 제지하기라도 하면 그때는 자신의 손을 물어뜯는 자해행동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이었다. 그날도 기훈이 어머니는 아이들 통학지도를 도와주러 학교에 왔는데, 얼굴이 많이 부어있고 표정도 평소보다 어두워 보였다. 담임선생님이 점심시간에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어머님 얼굴이 안좋으세요.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그러자 어머니는 주말동안 집에서 있었던 사건을 털어놓았다. 사골국을 끓이려고 소뼈를 사다 그릇에 담아 놓았는데 잠깐 아이를 혼자 두고 집 앞의 구멍가게에 채소를 사러 나갔다 온 사이에 기훈이가 그 소뼈들을 꺼내서 방바닥에 놓고는 거기에 소변을 보고 뼈에 붙은 살들을 뜯어 손위에 놓고 문지르며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는 이야기를 하며 통곡에 가깝도록 눈물을 쏟아냈다.

 

  모성애 중에 가장 극치는 장애아 엄마라고 한다. 남의 팔다리가 잘리는 고통보다 자기 손에 박힌 가시 하나로 평생 아픔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장애아 엄마인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때는 그래도 짐이 가볍다. 장성하면 갈 곳이 없다. 행동이 마일드한 아이는 평생 함께 살수 있다. 하지만 엄마보다 키가 더 커지고 힘이 센 아이를 통제하기는 더 이상 불가능해 진다. 약물처방을 해보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 그룹 홈에 맡겨야 한다. 아이를 그곳에 맡기고 돌아서는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애닮플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며온다. 이제부터 한국음식은 상상도 못한다.

 

  여기에서 밀알의 한계를 느낀다. 미안하고 답답하다. 그렇게 살아가는 장애아들의 삶을 보며 무한책임을 느낀다. 장애아의 영혼은 해맑다. 언제까지라도 그 미소를 잃지않고 가족과 어우러지며 행복하게 사는 그 모습을 지켜내기 위해 밀알은 오늘도 한걸음씩 내디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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