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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31 10:39

새로운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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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jpg

 

 

  오늘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기점이다. 여전히 팬데믹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로 평범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마스크 없이 누구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활보하던 일상이 그립다. 그런때가 언제나 올른지 요원해 보인다. 바이러스와 관계없이 세월은 무심히 흐르고 있다. 이제 꽤나 익숙해진 2021년을 보내야만 한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음을 알기에 덤덤하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반복과정을 통해 나이의 숫자가 더해가지만 그만큼 삶에 대해 초연해지고 조금은 원숙함의 단계에 들어서고 있음이 감사한 일이다.

 

  갑자기 199912월 마지막 주간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그 시점, 나는 강릉 교동에서 부흥회를 인도하고 있었다. 낮 집회가 끝나면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이면 뜨겁게 설교를 하며 한해의 말미를 장식하고 있었다. 1231일 새벽. 담임 목사 부부는 나를 정동진으로 인도했다. 생전 처음 해돋이를 새해 첫날이 아니라 20세기의 마지막 날 경험하게 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하다. 뉴스에서 해돋이를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장면을 보며 혀를 찼다. 그런데 직접 동해에서 막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의 이글거림. 순식간에 떠올라 하늘을 치고 올라가는 장면은 실로 신비로웠다. 오후 비행기에 올라 서울에 복귀했다.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신년예배를 인도하며 2000년 밀레니엄을 맞이하였다.

 

  돌아보니 세기가 바뀌는 시점에 내가 머무르고 있었음이 감격스럽다. 그러고도 22년을 더 살고 있는 나. 그토록 열망했던 미국 동부에서 또다시 새해를 맞이하는 내 모습이 대견스럽다. 내일이면 2022년 새해를 끌어안는다. 새롭다. 기대가 된다. 새해에는 제발 팬데믹이 종식되고 이전의 자유롭던 분위기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사실 달력의 숫자가 달라질 뿐 일직선으로 놓고 보면 하루가 넘어갈 뿐이다. 하지만 캘린더의 새로운 장이 열리며 사람의 마음가짐은 새것에 대한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은 기대와 흥분을 몰고 오지만 처음은 어쩐지 낯설고 때로는 불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어색함은 새로운 세계를 내딛는 냄새라고나 할까? 내가 어릴 때는 빔이 있었다. 어머니가 사 온 설빔새신발. 새옷을 고이 모셔놓고 명절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기억이 새롭다. 설날이 밝아오고 새 옷을 입고 뻐겨보지만 왠지 어색하여 조심스럽고 행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새 신발은 공연히 발을 옥죄며 톡톡이 신고식을 치르게 했다. 반복되는 착용 속에서 어느 순간 익숙함과 편안함이 찾아오고 어느 정도의 적응기가 지나고 약간의 손때가 묻으면 자연스럽게 내 몸과 조화를 이루어갔다.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 만나면 서먹하게 느껴져서 서로 눈치를 살핀다. 상대를 모르니 아무 말이나 함부로 꺼낼 수도 없어서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자주 마주치다보면 그 어색함과 불편함이 친근함으로 변해가게 된다. 세상 이치가 거의 다 그런 것 같다. 새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닐지라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레임이 인생의 MSG 작용을 하는 듯하다. 새해도 그렇지 않을까? 새해가 되면 무슨 대단한 일들이 일어날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어제의 연장일 뿐이다. 새해맞이라고 해돋이를 위해 수선을 떨지만 오히려 어제 떠올랐던 해보다 24시간이 닳아버렸음을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기야 그런 논리로 세상을 산다면 너무도 삭막하고 건조할 것 같다.

 

  첫날은 부담스럽다. 새해 첫날, 그 달의 첫날, 한주간이 시작되는 월요일. 이상하게 나는 경미하게 긴장하고 조심스럽게 지내는 것 같다. 그것은 중학교 입학 첫날 담임이 강조하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에 세뇌(?)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파랗게 날이 선 날()보다는 이삼일이 지난 후 약간 무뎌진 날이 훨씬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2022년은 임인년 흑호랑이띠란다. 밝아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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