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54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7254166_orig.jpg

 

 

노진희 자매. 그녀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다. 다시 말하면 중증장애인이다. 그녀는 경남 통영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21년을 살았다. 독립해서 4년을 살다가 기적적으로 비장애인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노진희는 경남 진해의 어느 시골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는 힘겹게 딸을 키웠다. 진희의 어머니는 미용가방을 들고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머릿일’을 하셨다. 새벽에 나가면 날이 캄캄해서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진희는 하루 종일 마루 끝에 앉아 기다렸다.

늦은 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다 마루에 멍하니 앉아있는 딸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눈물 짓는 날이 많았다. 결국 어머니는 7살이 된 진희를 장애인 시설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진희는 어머니에 대한 섭섭함과 배신감이 밀려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곧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깨닫고 적응에 들어갔다. 생계유지를 위해 하루 종일 밖으로 다녀야하는 어머니에게는 장애를 가진 딸을 홀로 집에 두기에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어머니는 진희에게 “20년만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20년 후에는 너를 찾으러 오마!”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그 어머니의 약속을 가슴에 새기며 진희는 장애인 시설에서 살아가게 된다. 어머니를 기다리는 진희도 힘들었지만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는 안 해 본 일 없이 고생을 한다.

진희 자매가 28살이 되던 해에 모녀가 헤어진 지 꼭 21년 만에 어머니는 약속대로 딸을 찾으러 왔다. 어머니가 얻어준 자그마한 「원룸 아파트」에서 진희 자매는 자립의 삶을 시작한다. 여전히 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별도로 살 수밖에 없으셨다. 진희 자매는 오직 하나님을 의지 한 채 방에서만 생활을 했다. 주일에 교회 가는 것과 월요일에 “밀알선교단”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외출이었다. 그런 틈새에서 진희 자매는 한 남자를 만난다. 2000년 친구의 권유로 인터넷 동호회 모임인 『장애우 첫걸음』이라는 봉사단체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그 모임에 회장이었던 남자는 모임이 끝난 후 진희 자매를 “진해”까지 바래 다 주게 되었다. 물론 몇몇 다른 회원들도 동승을 하고 말이다.

그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두 사람은 광안리 해변에서 다시 만났다. 많은 사람의 중심에는 회장인 그가 있었다. 진희 자매는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마주친 눈빛. 남자는 다가왔고 “같이 노 젖는 배를 타자”고 했다. 둘은 바다 한가운데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의 진솔함과 사람 됨됨이에 진희 자매는 마음이 끌렸다. 헤어 질 때에 남자가 한마디를 던진다. “진희 씨, 시간나면 자주 놀러 갈께요. 그래도 되죠?” 진희는 ‘피식’ 수줍은 미소만 지었다. 그 당시 남자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녀는 김해에 살고 있었기에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잊고 지낼 쯤.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며칠 후 전화가 또 왔다. 아니 하루에 한 번씩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거는 횟수만큼이나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후 한 달에 한번 그는 김해에 내려온다. 그러다가 2주에 한번으로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1주일에 한번 직장생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진희 자매를 만나기 위해 강행군을 하게 된다. 1년이 지나가며 두 사람은 아름다운 연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생 잊지 못할 전화 한통을 받는다. “진희야, 나 지금 금강휴게소인데 서울의 모든 삶을 정리하고 지금 김해로 내려가고 있어” 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삶이 행복했다. 남편의 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편은 2남 1녀의 장남이었다. 시골에서 어렵게 농사를 지으며 사시는 부모님에게는 참으로 귀한 자식이었다. 아버지는 교회 장로님, 어머니는 권사님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장애인과 결혼하는 것에는 극구 반대를 하셨다. 멀리 경북에서 ‘이틀이 멀다’하고 달려와 두 사람을 윽박질렀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낫을 들고 “둘 다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이성을 잃으셨고, 어머니는 하루 종일 방안에서 통곡만 하셨다. 나중에는 회유에 들어갔다. “지금이라도 내 아들을 포기하면 평생 공부를 시켜주고, 생계비를 대 주겠다”고. 진희 자매가 견뎌내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 결국 부모와 자식의 연은 조금씩 끊어져 갔고 삶은 다시 평온을 찾아갔다. 행복했지만 가슴 한켠에는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과 자식으로서 ‘천륜을 저버렸다’는 죄책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한다. 남편은 청첩장을 들고 부모님이 계신 봉화로 향한다. 완강하기만 하시던 아버지는 체념을 하신 듯 아무 말 없이 아들을 앞에 앉혔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후 아버지가 입을 여신다. “너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니?” “예” “그래 좋다. 대신 한 가지만 약속을 해라. 네가 선택한 만큼 그 사람을 평생 책임져라. 중간에 무슨 일이 있다고 버리는 날에는 내가 너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이후 진희 자매의 어머니와 시부모님들의 상견례를 가졌다. 어머니들은 만나자마자 두 손을 꼭 잡은 채 눈물만 흘리셨다. 시어머니는 “서러움의 눈물”을 친정어머니는 “죄스러움의 눈물”을.

결혼식 당일. 시간은 다되어 가는데 시부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예배당에는 교회 성도님들, 친구들, 친정 친척들이 빼곡히 앉아있었지만 시댁 자리는 ‘텅텅’ 비어있었다. ‘역시, 안 오시는 구나’ 체념하고 있을 무렵에 관광버스 2대가 예식장에 도착한다. 시부모님은 고향의 교회 성도님들과 마을 사람들을 동반하여 달려오신 것이다. 시아버지가 진희 자매에게 다가간다. 며느리의 손을 꼭 잡아주며 “차가 밀려 늦게 도착하였다”고. “아가야, 미안하다”고 말을 건넨다. 결혼식은 그때부터 눈물바다를 이루었지만 양가의 축복 속에 꿈에 그리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세월이 흘러 진희 자매는 소중한 두 딸을 낳았다. 그렇게 반대하시던 시부모님에게도 기대하지 못했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얼마 전 남편이 사다준 “스쿠터”는 진희 자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돌아다니는 자유인이 되었다. 장애를 넘어선 한 남자의 사랑이 상처투성이로 살아온 한 여인을 살려냈다. 장애. 그것이 사랑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영혼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희 자매는 참사랑 앞에서 자유로운 한 마리 새로 다시 태어났다. 그녀는 고백한다. “나는 행복한 여자”라고.


  1. 낯설다 12/6/2010

    경기도에서 자란 나에게 서울은 별천지였다. 어쩌다 서울에 올라치면 준비과정이 복잡하였다. 시골촌놈이 서울에 온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30분이면 오는 서울을 그때는 버스로 두 시간이 더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먼지 날리는 비...
    Views66206
    Read More
  2. 향수병(鄕愁病) 12/6/2010

    사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많은 곳을 떠돌며 인생을 엮어간다. 우리는 모두 한국 사람이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외국에 나가 살게 될 줄을 예측한 사람이 있을까?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오신 분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대부분 어쩌다가 미국에 ...
    Views73796
    Read More
  3. 친구가 필요합니다! 12/6/2010

    기나긴 인생여정을 지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은 친구를 가지는 것이다. 친구를 만나고 삶을 나누며 인생길을 걷다보면 편안하고 든든 해 진다. 친구도 종류가 다양하다. <꽃>과 같은 친구가 있다. 꽃이 피어서 예쁠 때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아끼지 ...
    Views74648
    Read More
  4. 아름다운 동행 10/8/2010

    노진희 자매. 그녀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다. 다시 말하면 중증장애인이다. 그녀는 경남 통영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21년을 살았다. 독립해서 4년을 살다가 기적적으로 비장애인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드...
    Views65460
    Read More
  5. 송정미 & 차인홍

    가을이다. 낮에는 햇살이 제법 따갑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새해를 맞이하며 꿈에 부풀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가을바람처럼 너무도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가을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어디를 가나...
    Views69292
    Read More
  6. 웃으면 행복 해 져요! 9/22/2010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웃음은 “만국공통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
    Views68288
    Read More
  7. 떠나가는 배  9/20/2010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강가에서 살았다. 태어난 곳은 전혀 강이 없는 “포천”이지만 8살 때부터는 경기도 “양평”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오가며 많은 것을 가슴에 담았다. 나중에는 서울 “한강”을 바라...
    Views65448
    Read More
  8. 어머니의 아린 마음 9/7/2010

    이 땅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 그 한마디에 사람들은 지그시 눈을 감는다. 가난, 외로움, 버려짐에 사각지대에서 오직 자식만을 바라보며 살던 여인들이 우리시대에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을 자식들 앞에 갖다놓으며 항상 하시는 ...
    Views68403
    Read More
  9. 구름 9/7/2010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름다운 것은 하늘과 땅, 바다가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땅을 밟으며 우리는 인생 이야기를 엮어간다. 어쩌다가 만나는 지평선을 보며 저 땅 너머에 있는 세계를 그려본다. 그러다가 찾아가는 바다는 “지구의 ...
    Views76036
    Read More
  10. 나도 아프다 8/25/2010

    세상을 사는 것은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는 여정이 아님을 나이가 들어가며 안다. 한국에는 여름이면 장마철이 찾아온다.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던 어린 시절에는 우기(雨期)가 그렇게 미웠다. 어느 날,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
    Views70262
    Read More
  11. 목사도 사람이다?  8/17/2010

    이 말은 목사가 목사답게 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목사가 신실한 모습을 나타내며 외길을 갈 때는 그런 말이 나올 리가 없다. 아니 필요가 없다. 목사가 어쩌다(?) 실수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해 주는 이 말에 위로를 받는다. 그...
    Views65142
    Read More
  12. 묵은지와 겉절이  8/16/2010

    어머니는 가을이 되면 항상 김장을 담그셨다. 알이 잘 밴 배추를 골라 사서 다듬고 소금을 뿌리는 것은 항상 혼자 하셨다. 절궈 놓은 배추를 건져내어 김치를 담글 때면 어디선가 동네 아낙들이 모여들었다. 어머니는 인덕이 넘치고 손이 크셨다. 한창 김장을...
    Views67047
    Read More
  13. 보리밭  8/12/2010

    삶은 참 분주하다. 한해를 시작 했는가 했는데 어느새 7월을 달리고 있다. 이달 말에 있는 “장애인 캠프”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분주함 중에도 나는 가끔 눈을 감고 내 어린 날을 추억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오늘은 갑자기 &ldquo...
    Views70054
    Read More
  14. 우리들의 천국 8/9/2010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를 제한 받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밀알선교단이 좋은 이유는 장애인들이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마음껏 자신을 발산하며 살게 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아무리 좋아...
    Views77181
    Read More
  15. 삼소 7/27/2010

    방송을 보다가 기가 막힌 말을 듣고 메모를 했다. 바로 “삼소”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성들의 권위가 신장되고 아내들의 말발이 거세졌다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 “삼소”이다. 삼소란? 1. 부인의 말씀은 “옳소!” 2. ...
    Views66251
    Read More
  16. 오체불만족 7/22/2010

    『오체 불만족』은 일본에 중증장애인 “오토다케 히로다타”가 지은 책이름이다. 책 속에는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상이 오롯이 담겨있다. 오토다케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산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낳은 뒤 한 달 ...
    Views85994
    Read More
  17. 방학숙제 7/22/2010

    공부를 하는 것은 힘이 들지만 “방학”이 있기에 학생들은 꿀보다 더 단 휴식을 취하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식을 하는 날은 수업이 오전만 있어서 좋았다. 방학하는 날은 가슴이 설레이는 날이다. 성적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필자...
    Views68116
    Read More
  18. 단장 이재철 목사 사역 소개  7/18/2010

    ◕ 매주 금요일 주간지 <뉴스코리아>와 <주간 필라>에 "칼럼"을 집필합니다. ◔ “밀알의 소리” 필라델피아 기독교 방송국 진행-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생방송 ◓ 각 교회 초청 설교-현재까지 대필라지역 90개 교회의 강단에서 설교를 하였습니다. ...
    Views8456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