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98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4671163_orig.jpg

 

 

 

아내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차에 올랐다. 섭씨 영하 5°로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매서운 추위가 등줄기를 식혀버렸다. 차가 움직이면서 혼자 말처럼 중얼 거렸다. “나만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성탄절이 가까워져도, 캐롤송을 불러도 성탄이 깊이 느껴지질 않으니…” 아내가 받아 친다. “나도 그랬는데요. 오늘 예배를 드리고 목사님의 성탄 설교를 들으면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어요.” “어, 그래!” 부러운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일반 목회를 할 때에는 교회력을 따라 목회 스케줄을 잡아 갔기에 “성탄절”이 오면 가슴이 뛰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예배를 드리고 나면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재롱잔치와 각 기관에서 준비한 성탄축하순서가 이어졌다. 성가대가 오랜 시간 연습한 “칸타타”를 들으며 아기 예수의 탄생을 가슴으로 느꼈다. 하지만 특수 목회(장애인 사역)를 하면서부터는 교회 절기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하였고 특히 성탄절이 와도 그 감흥을 느끼기가 힘들어졌다.

지난 화요일(21일) 밀알선교단 장애우들과 단원들이 꾸미는 “2010 송년의 밤”이 열렸다. 몇 년 전에는 스폰서해주는 사업체가 있어서 광고를 내어 외부 손님들까지 초청하여 성대하게 치른 적도 있지만 이제는 조촐하게 단원들끼리 성탄의 기쁨과 송년의 의미를 새기고 있다. 예배 후 열린 <장기자랑> 시간에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하나 되어 숨겨놓은 “끼”를 마음껏 드러내는 귀한 순서가 이어졌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최선을 다해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렇다. 장애인들이 장애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 바로 “밀알”인 것이다. 장애인들과 함께 동요와 캐롤을 부르면서 성탄절이 가까이 왔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지난 주 미국 은행에 들렀다가 여직원이 외치는 “Happy Holiday!”란 말이 귀에 거슬렸다. 그러고보니 어디를 가나 미국 사람들은 “Merry Christmas!”대신에 “Happy Holiday!”를 외치고 있었다. 학교 게시판이고 길거리 전광판에도 모조리 “Happy Holiday!”이다. 방송에서도 노골적으로 “Happy Holiday!”를 쓰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말 그대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기독교인만이 알고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성탄절이 온 인류의 축제일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Happy Holiday!”라는 말이 번지고 있다. 청교도 신앙의 터전위에 세워진 미국이 이제 노골적으로 성탄절을 평범한 휴일로 간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참으로 위험스럽기 그지없다.

아주 오래전 나도 성탄절에 대해 그렇게 알고 자랐다. 겨울방학은 항상 성탄절 전에 시작되었기에 마냥 기다려지고 기분이 좋았다. “예수님이 탄생 하신 날”이라는 것보다 “루돌프 사슴코”를 먼저 알았고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들어와 ‘머리맡에 선물을 놓고 간다’는 것을 굳게 믿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어 잠자리에 들 때는 양말을 벽에 걸어놓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침이면 머리맡에 평소에 갖고 싶었던 선물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라 부모님이 ‘살짝’ 선물을 가져다 놓는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사는 것이 너무 건조해 지나보다.

어느 젊은 부부도 성탄 전야에 아이들 머리맡에 몰래 선물을 가져다 놓는 것이 낙(樂)이었는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 비밀을 알아버려 “삶이 싱거워졌다”고 고백한다.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아예 아이들이 직접 자기들이 크리스마스에 받을 선물 목록을 적어주고 “성탄절에는 배송이 늦어지니까 빨리 인터넷에 신청하라”고 다그치기까지 한다나. 택배가 오면 자기 몰래 신발장 어딘가에 숨겨 놓았다가 크리스마스이브 날 자기들이 자는 사이에 “머리맡에 갖다 놓으라”고 코치까지 한다. 보통 영악한 것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선물을 사다놓고 산타할아버지가 가져다 놓은 것이라며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적잖은 재미였는데 이제 그것마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람에게는 환상과 신비가 생명인데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성탄절은 사라지고 흥청거리며 즐기는 날이 되어버린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문화선교회 <팻머스>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크리스마스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산타클로스가 29.9%, 크리스마스트리가 13.4%를 차지하고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예수 그리스도”는 7.2%에 불과했다고 한다. 성인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성탄에 대한 아무 의미도 모른 채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성탄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성탄절 직전에 열리는 기업의 판촉 행사와 값비싼 디너쇼, 음악회, 놀이공원의 축하 행사가 줄을 잇고 거리에는 지극히 세속적인 노래들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성탄 카드마저도 귀신이 등장하고, 부적까지 들어있는 카드도 있다. 지인들에게 카드를 보내기 위해 마트에 마련된 카드 코너에 들렀다가 “Merry Christmas!”가 아닌 “Happy Holiday!”란 문구가 들어가 있는 카드가 훨씬 많은 것에 당황해야만 하였다. 하루 밤의 유흥을 위해 카드빚을 지는 젊은이들, 유흥가마다 고삐 풀린 죄악들로 광란의 질주를 벌이는 젊은이들,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는 전혀 상관없이 흑암이 지배하는 타락의 밤이 되고 만 것은 이미 오랜 일이다. 성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 채 성탄절은 밤을 새워야만 하고 향락에 젖어들어야 한다는 개념이 성탄절을 오염시켜 왔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성탄절이 어떤 날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대다수가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산타크로스의 날”로 알고 있다니 웃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성탄절이 회복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어로 “사랑합니다!”라고 고백을 한다. 때로는 감동 어린 글로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하나밖에 없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주심으로 표현해 주셨다. 부모는 안다. 자식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라는 것을. 그럼에도 하나님은 포기하셨다. “사랑”이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신 것이다. 그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모셔 들이는 날이 크리스마스이다.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Love call’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외쳐야 한다. “Merry Christmas!”


  1. 산다는 건 그런거지  5/28/2011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은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
    Views78113
    Read More
  2.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5/28/2011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설퍼서 마음에 안 들고 우습게 보이지만 나도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내가 운전면허를 딴것은 1991년이었다. 장애인이기에 운...
    Views65910
    Read More
  3. 자녀는 선물이다 5/28/2011

    지금은 장애인사역에 전념하느라 가정 사역은 한켠으로 밀어놓은 상태이지만 가정을 살리는 일처럼 소중한 우선순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내적치유를 인도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가정의 달에 갑자기 뇌리를 스친 사람은 2번이나 자연 유산을 한 30...
    Views76834
    Read More
  4. 지금은 천국에 계시겠지요  5/9/2011

    '공교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집회 인도 차 한국에 간 사이에 밀알 가족들 중에 두 분이 유명을 달리하셨다. 아내의 전화를 통해 두 분의 소천소식을 들었을 때에 애통한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이미 암과 투병 중이셨...
    Views77341
    Read More
  5. 남자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다 5/9/2011

    통계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8년 정도를 더 장수한다고 한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감정표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희노애락의 정서가 있는데 여자들은 그 표현을 아주 자연스럽고도 풍부하게 한다. 반면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 어릴 때부터 들어 ...
    Views75142
    Read More
  6. 아! 청계천  4/29/2011

    금번 한국 방문 목적 중에 하나는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장애인의 날 기념 예배”에서 설교를 하는 일이었다. 13일(수) 정오가 가까워오면서 총신대학교 대강당에는 신학생들과 교직원 들이 자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대강당에 운집한 학생들의 ...
    Views78735
    Read More
  7. 안동 영명학교  4/29/2011

    날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집회를 인도하며 분주하게 한국에서의 일정을 감당하고 있다. 8일(금) 그리운 한 가족을 향해 안동으로 길을 재촉했다. 한국 밀알 총단장 성경선 목사님은 나를 안동까지 친절하게 라이드 해 주었다. 내가 안동으로 향하는 이유는...
    Views77088
    Read More
  8. 진중세례식  4/10/2011

    오랜만에 맡아보는 한국의 봄 냄새가 싱그럽다. 봄은 신비롭다. 신기하다. 다 죽은 것 같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살아나니 말이다. 개나리가 노오란 꽃망울로 봄소식을 전하더니 이내 목련이 매력이 넘치는 하이얀 목덜미를 드러내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Views72038
    Read More
  9. 개나리 꽃이 피었습니다! 4/5/2011

    금년 겨울은 몹시도 추웠다. 눈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 지리한 겨울의 한복판에서 “언젠가는 봄이 오겠지. 아마 금년에는 봄이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올거야!”하는 기대감에 살았다. ‘썸머 타임’이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정확히 지...
    Views89699
    Read More
  10. 달빛 3/9/2011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집안에 들어서려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 휘영청 밝은 달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 오늘이 보름이구나!” 크고 둥그런 달이 하늘 중앙에 떠있다. 똑같은 달인데 머나먼 타국에서 바라보는 달은 그 느낌이 ...
    Views76158
    Read More
  11. 졸업 기념 - 타임캡슐 3/9/2011

    한국은 지금 졸업시즌이다. 초등학교부터 중, 고등학교를 거쳐 요사이는 대학졸업식이 한창이다. 날을 잘 만나면 따스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중에 졸업식을 거행하고 있다. 미국은 가을학기이기에 거의 초여름에 졸업식을 한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를 ...
    Views81667
    Read More
  12. 순수야, 푼수야? 2/23/2011

    나는 순수한 사람이 좋다. 순수한 사람을 만나면 살맛이 나고 삶의 도전을 받는다. ‘순진’과 ‘순수’는 다르다. ‘순진’은 사실 경험하지 않음에서 오는 풋풋함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어린...
    Views83434
    Read More
  13. 멕시코 땅 “엔세나다” 2/11/2011

    지난 1월 12일(수) 폭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나는 L.A.행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밀알선교단 행사와 집회인도를 위해서였다. 혹한의 겨울날씨가 맹위를 떨치는 필라델피아와는 달리 L.A.는 코발트색깔의 하늘과 매일 75˚를 유지하는 쾌적한 날씨가 이어...
    Views64702
    Read More
  14. 눈 속에서 피워낸 찬양의 향기  2/11/2011

    <대학합창단 초청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밀알 가족들의 마음은 몹시 설레었다. 대학합창단의 청아한 찬양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멀리서 필라델피아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행기 운항비를 절감하기 위해서였는지 ...
    Views68831
    Read More
  15. 음악은 인생의 친구 1/28/2011

    사람마다 취미가 다르고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좋아하는 장르는 다양하겠지만 음악은 인류역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삶의 조미료 역할을 감당하며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아가가 엄마 뱃속에...
    Views70405
    Read More
  16. 끊고 시작하고 1/28/2011

    중학교를 시골(양평)에서 다닌 후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나는 그리운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기차역까지 배웅을 나와 떠나가는 나를 향해 플랫 홈에서 손을 흔들어주던 친구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린 날에 정들었던 친구들과...
    Views74497
    Read More
  17. 장애를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 1/13/2011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비단 당사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 형을 둔 어떤 분이 어린 시절 “형 때문에 화장실에 들어가 운적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필자의 가슴은 아려왔다. 사람들은 필자를 만나기만하면 물었다. 아주 조심스...
    Views74851
    Read More
  18. 동정이 아닌 사랑으로! 1/1/2011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들지만 언니 집으로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아요” 장애를 가진 자매의 하소연이다. 자매는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맘 편히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뇌성마비 1급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
    Views75445
    Read More
  19. Merry Christmas!!! 12/24/2010

    아내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차에 올랐다. 섭씨 영하 5°로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매서운 추위가 등줄기를 식혀버렸다. 차가 움직이면서 혼자 말처럼 중얼 거렸다. “나만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성탄절이 가까워져도, 캐롤송을 불러도 성...
    Views69879
    Read More
  20. 통제하지 마세요! 12/18/2010

    사람은 누구나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꾼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결국 사랑을 위해서이고 행복해 지는 지름길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어른만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다. 소꿉놀이를 하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사랑의 흐름이 있다. 남녀...
    Views8087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