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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9 13:40

바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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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덥던 여름 기운이 기세가 꺾이며 차츰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렇게 한 계절이 바람을 타고 바뀌어 가고 있다. 무척이나 차가웠던 겨울바람, 그리고 가슴을 달뜨게 하던 봄바람의 기억이 저만치 멀어져 갈 무렵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는 뜨거운 바람이 살아있음을 실감나게 한다. ‘뜨겁다는 것은 힘이 들지만 열정을 의미하기에 그런가보다. 인생은 바람과 함께 시작되어 바람을 타고 이어가다가 결국 바람이 되어 날아가는 것이 아닐까? 가끔 운전을 하며 손을 내어밀어 본다. 스치는 바람의 감미로움이 손등을 타고 때로는 손바닥을 통해 심장으로 올라온다.

 

  봄이면 잔디보다 먼저 피어나는 노오란 꽃이 있다. 민들레이다. 솔직히 그리 반갑지는 않지만 민들레 꽃이 지면서 이윽고 날아가는 홀씨의 향연은 인생을 생각하게 한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 어딘가에 정착하고 그곳에서 또다른 꽃을 피워내리라! 바람은 그 세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해안 지방에서 부는 바람을 해륙풍이라 한다. 낮에는 바다에서 육지로 불던 바람이 밤이 되면 육지에서 바다로 분다. 육지는 바다보다 빨리 데워졌다가 쉽게 식는다. 밤이 되면 육지는 바다보다 빨리 식으므로 바다의 따뜻한 대기가 위로 올라가고, 육지의 차가운 대기는 바다로 밀려 내려간다.

 

  골바람과 산바람이 있다. 어린 시절 부르던 동요가 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뭇군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준대요그 당시는 그 노랫말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한순간 불어오는 바람에도 고마움을 느끼는 나무꾼의 마음을 읽는다. 높새바람이 있다. 대기의 온도가 어느 정도까지 내려가면 공기에 포함되어 있던 수증기가 응결하게 된다. 높은 산을 넘어가는 대기는 산꼭대기 부근에 이르렀을 때 비를 내리고, 다시 지표면 가까이 내려왔을 때는 건조한 상태가 된다. 바로 푄 현상인 것이다. 인생도 다양한 바람을 느끼며 깊어간다.

 

  바람이 강해지면 태풍이 된다. 토네이도. 태풍은 모든 것을 휩쓸어 간다. 태풍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태풍을 통해 저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혀있던 노폐물들이 바다 위로 치솟으며 정화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에는 살랑바람처럼 평화로움을 만끽하지만 어느 순간, 삶의 거대한 태풍을 만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한숨짓고 탄식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지금 당하는 코로나19 - 바이러스처럼 말이다. 하지만 잘 견디다 보면 모든 것이 유익하게 다가오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고백한다. “그 삶의 태풍은 내게 꼭 불었어야 할 바람이라.

 

  영성훈련에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자신의 호흡을 느끼는 것이다. 들숨, 날숨. 하나님은 흙으로 빚으시고 바람(루아흐:רוח)를 불어넣어 사람이 되게 하셨다. 따라서 사람은 바람을 안고 산다. 바로 기()이다. 그 사람을 만나면 특유의 바람이 분다. 눈길, 목소리, 몸짓에서 바람이 느껴진다. 그래서 바람이 잔뜩 들었다.’ ‘바람을 탄다.’ ‘바람 났다.’ ‘늦바람이 무섭다.’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다. 나이에 따라 쐬야 할 바람의 이름이 다르다. 그 바람을 타고 인생은 성숙하며 익어간다. 삽겹살은 언제 뒤집는가? 처음 올려놓은 고기 위에서 기름과 물기가 충분히 올라올 때이다. 하지만 이제 뒤집는다고 하지 말고 익어간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길을 걷는다 끝이 없는 이길. 걷다가 울다가 서러워서 웃는다. 스치듯 지나는 바람의 기억보다 더 에일 듯 시리 운 텅 빈 내 가슴. 울다가 웃다가 꺼내 본 사진 속엔 빛바랜 기억 들이 나를 더 아프게 해. 길을 걷는다 끝이 없는 이길. 걷다가 울다가 서러워서 웃는다(바람길: 장윤정) 인생은 바람이다. 그 바람을 어떻게 받아들여 느끼며 사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과 질이 달라진다. 오늘도 우리는 서러워서 웃으며 바람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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