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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jpg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적어도 6개월은 그 풍토에 익숙해져야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내가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살아왔는가는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민자이다. 때로 대화를 해보면 이민 온 지는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한일이 없다고 탄식하는 분을 만난다. 아니다. 낯선 땅에 살아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담금질을 하여 경지에 오른 사람을 달인이라 부른다. 시간이 오래다고 누구나 달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한 재능과 실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어느 것보다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분야가 음악이다. 음악은 장르가 다양하다. 성악, 기악, 국악, 작곡, 작사까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중에 악인은 없다는 통설이 있다. 음악은 사람이 태어나서 떠나갈 때까지 삶과 공존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우리 이씨 집안은 음악을 좋아하는 가풍이 있다. 명절이 되면 어우러져 노래를 한다. 이제는 아예 노래방 기기를 설치하고 흥을 돋운다. 그런데 문제는 박자도, 음정도, 흐름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이 마이크를 잡을때이다. 정말 괴롭고 말리고 싶다. 하지만 그런 분일수록 웬만해선 물러서질 않는다.

 

  내가 음악에 쉼취하여 갈 청소년기에는 음악을 듣는 것이 여의치 않았다. 클래식을 듣기 위해서는 음악감상실 르네상스”(종로 1)에 가야 했고, 어쩌다 마음이 가는 음악을 만나도 다시 들을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음악전문 프로그램 시간에 카세트 레코드 버튼을 눌러 녹음을 시도하지만 간혹 눈치없는 DJ의 멘트가 흐름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음악은 내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한 양식이었다. 그것은 지금도 차에 올라타면 음악부터 틀고 운행하는 습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3부터 익혀온 기타와 함께 음악은 즐거울때나 울적할 때. 평온할 때에도 친구가 되어 주고 있다.

 

  전문 음악가들은 음악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공통적인 견해는 시각이 아닌 청각을 더 강조한다. 요사이 흐름은 시각을 통해 음악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재생하는 음악에는 영상이 내포된다. 그러다보니 청각이 아니라 시각이 앞선다. 하지만 진정한 음악은 청각을 통해 마음을 울리는 장르이다. 음악은 순간의 예술이다. 음악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예민하다. 음악에는 빠지면 빠질수록 예민해지고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게 하는 마력이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그 많은 악기를 별도로 들을 수 있는 감각이 따로 생겨난다. 따라서 잘 어우러지고 있는 것 같지만 그중에 한 악기의 실수를 정확히 잡아낸다.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귀가 좋은 연주자다. 손열음은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 못 참는 부분은 단 하나의 음이라도 덜 들릴 때라며 피아니스트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잘 듣는 귀고 말한다. ‘바이올린 여제정경화 또한 귀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낼 때까지 연습을 했다.”고 했다. 클래식은 상류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가슴을 울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로시니는 하층민의 혁명, 모차르트는 인간의 고귀함, 베토벤은 인류애, 베르디는 독립을 향한 열망을 음악에 담았다.

 

우리 시대에는 폴모리아 악단이 대세였다. 1970년대를 전후로 라디오 시그널 음악으로 폴 모리아 악단의 곡이 많이 쓰여진 것을 보면 자명하다. 그리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음악의 미학은 상대방의 진정성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에 있다.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6개월을 기다리며 그 땅에 소리를 듣듯이 귀를 기울여 음악을 듣다보면 그 음악이 말을 걸어오는 그 시간이 진정 음악을 만나는 정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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