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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한창 뜨고 있는 김정운 교수가 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이 있다. 처음에는 ‘간이 바깥으로 나온 사나이구먼’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매우 감각적이었다. 그 중에 “한국 남자들은 감탄을 받지 못해 우울하다.”는 지적이 가슴에 와 닿았다. 김 교수는 그래서 한국남자들은 감탄을 돈을 주고 산다고 했다. 새벽부터 “나이스 샷”을 듣기 위해 골프장에 가고, 밤이 되면 “어머, 오빠! 오빠는 왜 이렇게 멋있어?” 감탄하는 소리를 듣기위해 술집을 찾아간다고 한다. ‘싸구려 감탄에 뭇 사내들은 돈과 넥타이를 푼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 지적이다.

2007년에 개봉한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마지막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당뇨병에 걸린 채 큰 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그에게 가족에게서 온 비디오가 배달된다. 대형 TV 앞에 앉아 혼자 라면을 먹으며 그는 자신이 ‘쏙’ 빠져버린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울먹이기 시작한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서러움에 복받쳐 울던 그는 먹던 라면그릇을 내동댕이 쳐버린다. 잠시 후, 화가 나서 던져버린 라면과 라면그릇을 조용히 쓰레기 봉지에 담기 시작한다.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서 말이다. 바로 대한민국 ‘기러기 아빠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영화나 연극을 보고 미술관에 들러 하루 종일 서성이는 것일까? 왜 땀을 흘리며 산을 타는 것일까? 주된 목적은 감탄하기 위해서이다. 감탄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감탄은 잃어버렸던 것을 돌아보게 한다. 너무도 평범해 보이던 것들이 특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 감탄이다. 절친한 분의 집에서 식사대접을 받게 되었다. 식탁에 앉으니 두꺼운 유리 밑으로 사진들이 빼곡히 깔려있었다. 이유를 물었다. “아, 예. 식구들이 밥을 먹다가 사진을 보며 추억을 나누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요.” 기발한 생각이었다. 행복했던 순간도 지나가면 다 잊혀진다. 사진만이 그것을 담아둔다. 가족들이 항상 마주하는 식탁에 사진을 깔아놓으면 언제든지 가족들은 그때의 추억으로 잠겨들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감격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바쁘게 살다보니 감탄할 일을 지나치며 산다. 또한 감탄을 너무 큰 곳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에 놓칠 때가 많다. 너무 거창한 것을 바라면 일생에 기뻐할 일이 몇 번 없을 수도 있다. 영국의 작가 G.K. 체스터턴은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서 부족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감탄이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에 잠들었던 감탄을 깨우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20대 초반에는 무슨 고민이 그리도 많았던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전축을 크게 틀어놓고 스피커 사이에 누워 완벽한 스테레오 음악을 들으며 나는 청년의 때를 견뎌냈다. 그때에 음악은 나를 지탱시켜준 고마운 친구였다.

석양을 물들이는 태양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감탄할 수도 있다. 꽃을 보며 감탄한다. 우리 집 마당에는 과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과꽃’과 마주칠 때마다 읊조리는 동요가 있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 곳을 들여다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 간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그러면서 늦깍이 시집을 갔던 누이가 너무도 서운했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 누이가 내년이면 환갑이다. 사람들은 나보고 점점 젊어진다고 한다. 그 비결은 감탄이다. “와! 이게 누구야! 정말 좋다. 진짜 멋지네!” 감탄하면 내 스스로 행복해 지고 그 감탄사를 들으며 사람들도 행복에 전염된다.

감탄이 드문 것은 소통의 부족 때문이다. ‘감동’이 마음으로 공감하고 동화하는 기분이라면 ‘감탄’은 그 기분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감탄해야 행복해진다. 마치 웃어야 행복해지는 것처럼 감탄도 그렇다. 감탄한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인색할 필요가 없다. 감탄할 거리가 있으면 참지 말고 즉시 감탄하자. 감탄에 배고파하는 이웃에게 이 가을. 감탄으로 배부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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