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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들이 앉아 남편 흉을 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둘러치다가 누군가가 말했다. “그러기에 남편은 애물덩어리야. 집에 혼자 두면 ‘근심덩어리’, 밖에 데리고 나가면 ‘골치덩어리’, 마주 앉으면 ‘웬수덩어리’, 거기다가 며느리에게 맡겨 놓으면 ‘구박덩어리’라니까!” “맞아, 맞아.” 부인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맞장구를 친다. 과거에는 남편과 아버지의 존재가 동네 뒷산에 버티고 있는 커다란 바위처럼 든든하고 멋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이든 챙겨주고 보살펴야 할 우리 집 ‘큰아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때 공전의 히트를 쳤던 “사랑이 뭐길래?”(김수현 극본)라는 드라마가 있다. 극중에서 이순재는 “대발이 아버지”로 등장하여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 상을 완숙하게 연기했다. 남편들은 그런 대발이 아버지를 보며 은근히 대리만족을 했다. 극중 재미를 더한 것은 뒤에서 아내(김혜자 분)가 온갖 푸념을 늘어놓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남편의 권위를 인정해 주는 아내의 지혜가 정겨웠다. 고집 세고 매우 보수적이던 대발이 아버지는 새 며느리고 인해 서서히 변해가는 줄거리로 드라마는 이어간다. 그 “사랑의 뭐길래?”가 방영된 때가 1991년이었다. 강산이 두 번 변할만한 시간이 지나며 이제 남편은 애물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는 점점 약해져만 가고 여자들은 드세지기만 하니 어찌된 영문인가?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힘”이 지배하는 사회였다. 날이 밝으면 남자들은 농기구를 챙겨 논밭으로 향했다. 아낙들은 땀 흘려 일하는 낭군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새참’을 준비하여 남편을 찾아갔다. 땀을 흘리며 일하는 남편의 모습은 듬직하고 아내로 하여금 존경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의상도 남녀구별이 사라진지 오래이고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남자 헤어디자이너들이 즐비하고 요리사가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래이다. 이제는 힘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얼마나 효율적이며 경제성이 뛰어난가에 따라 남녀구별이 없이 몰려가고 있다. 과거에는 딸을 시집보내면서 부모님들이 하신 말씀은 “이제 출가외인이다. 오직 그 집에 가서 일부종사해야한다.”였다. 우리 어머니들은 부부싸움을 하고 때로는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갈 곳이 없었다. 그분들에게 삶의 우선순위는 오로지 가정과 자식뿐이었다. 그런 어머니들의 인내와 노고를 바탕으로 오늘의 한국이 서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어떤가? 부부싸움을 할라치면 아내는 어느새 밖으로 나돈다. 어떤 아내는 짐을 챙겨 남편에게 “내 집에서 나가라”고 까지 한다. 아이들은 시가 쪽보다는 외가 쪽이 더 친근하다. 이미 아이들은 아버지가 “호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버티다가는 언제 “애물덩어리”가 될지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결혼 전 눈에 ‘콩깎지’가 씌웠을 때는 남편의 호기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남자가 들려주는 군대무용담부터 ‘전설 속의 13대1 싸움’에 관한 얘기는 여자의 마음조차 들뜨게 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어가는 남편은 처녀시절에 ‘홀딱’ 반해 잠 못 이루게 하던 그 모습이 아니다.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남편은 오히려 여성스러워지고 아내는 남성화 되어 간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계기는 출산이다. 그 죽음의 고통을 견뎌내며 아이를 낳고나면 아내는 아줌마가 되어 거칠 것 없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내던 쌀 10kg을 번쩍번쩍 드는 건 기본이다. 한 팔에는 아이를 안고 다른 한 팔로는 유모차를 번쩍 들어 올리는 괴력도 그때부터 발휘하기 시작한다.

반면 남편은 점점 힘을 잃어버리고 삶의 수레바퀴를 돌리며 타성에 젖은 인생을 살게 된다. 물론 이런 현상은 때 이른 퇴직과 은퇴로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온 중년남성이 많아지면서 가속화 되어진 듯하다. 중년을 넘어서며 사회적 능력과 지위, 경제적 능력, 신체 기능 등이 점차 떨어지면서 심리적인 변화까지 동반되어 결국 애물덩어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장성한 아이들이 떠나버린 빈둥지에서 부부는 둘 다 낯선 길을 찾아 나서야만 한다. 경제적 가치가 아닌 사랑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아내가 있을 때에 애물덩어리가 아닌 매력 넘치는 행복한 노신사로 당신의 남편은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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