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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0 11:50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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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등대는 무려 74㎞나 된다나. 서울 남산타워에서 충남 천안이나 강원 춘천까지의 거리라고 하니 그 밝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해는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기울어 간다. 석양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달뜨게 만드는 존재가 등대이다.

 

 드라마에 남녀가 만나 정이 깊어 갈 즈음에 꼭 등대 곁에 다가가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그런 의미 때문이다. 내가 처음 등대를 본 것은 고교 시절 인천을 찾았을 때이다. 빠알간 색의 등대가 코발트 바다와 어우러지며 아름답게 투영되어 왔다. 서서히 저물어 가는 석양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등대 불빛은 또 다른 정서로 내 가슴에 다가왔다. 어둠이 찾아온 바다 위를 등대는 “깜박깜박” 비추며 그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배는 바다가 있기에 존재한다. 배와 물은 필수관계이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적당한 자리를 내어주며 공존해야만 한다. 배 안에 바닷물이 들어오면 끔찍한 인사 사고를 동반하는 것을 우리는 안다. 내가 배를 자주 타게 된 것은 총신대학교 헤세드 찬양단과 인연을 맺으면서이다.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 “매년 어촌에 하기 찬양 선교에 강사로 동참해 달라”는 후배의 청이 들어왔다. 경기도 출신이기에 바다는 내게 익숙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선교” 그것도 “찬양 선교”라는 말에 마음이 끌려 동참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무려 10년을 여름마다 낙도 전도를 떠났다. 가까이는 인천 앞바다에 섬들부터(이제는 간척사업으로 모두 육지가 됨), 동해, 남해에 즐비한 섬을 다니며 그들은 찬양을 했고, 나는 열정적인 설교를 토해냈다. 때로는 하루 일정으로 떠나기도 하지만 보통은 며칠의 일정을 잡아 섬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육지로 돌아오게 된다. 통통배를 타고 섬에 도착하여 곤하도록 복음을 전하고 며칠 만에 돌아오는 충무 항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빨간 채색의 등대 불빛이었다.

 

 바다 위를 가르는 배는 마치 인생 항로와도 같다. 도처에 숨어있는 암초를 지혜롭게 피해가야 하며 위험과 모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스쳐가는 경이롭고 흥미로운 광경들이 배멀미와 연통에서 뿜어내는 기름 냄새를 잠시 잊게 만든다. 승객들은 각기 다른 생각과 목적을 가지고 배에 승선하지만 배 한척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선장과 선원들의 드러나지 않는 노고가 절대 필요하다. 그들이 한마음으로 협력해야만 배는 순항할 수 있다. 배가 크면 클수록 일치된 팀워크가 필요하다.

 

 인생의 배를 생각한다. 여기에 당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사랑, 헌신이 있었던가? 마치 내가 다 한 것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우매한 사람이다. 세상에 태어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아이 때부터 성장하며 때를 따라 보살피고 정성을 다해 키워준 분들이 있었다. 배는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각자의 의사(意思)와 노력과 목적이 인생이라고 하는 배를 움직여 온 것이다. 순항한다고 방심하다가는 어느 순간 위험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험한 폭풍이 덮쳐와도 잘 견뎌내다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환희의 삶을 맞이하게 된다. 여정을 마치고 항구에 도달할때에 그래서 등대는 더 반갑고 고마운 존재로 다가온다.

 

 등대는 흰색과 빨간색이 있다. 하얀색의 등대는 “등대의 왼쪽에 장애물이 있으니 등대를 기준하여 오른쪽으로 운항하라”는 사인이고, 빨간색은 그 반대의 표식이다. 각기 다른 색깔의 등대가 있다면 “두 등대 사이로 운항하면 안전하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예쁜 색에 등대만 생각했는데 이런 특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석양이 드리우기 직전에 마지막 바다를 볼 때, 생명력이 빛나는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공간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거울 같은 물 위에 펼쳐지는 그 무대가 인간이 꾸며놓은 어느 것보다 아름답고 감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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