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381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0.jpg

 

 

또 한해가 떠나려고 손을 흔들고 있다. “2011년”이라는 어색한 이름을 부르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든 한해가 내 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 세월을 흘려보내는 일에 이골이 날만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맘때 찾아오는 서운함은 감출길이 없다. 사춘기 시절에는 빨리 20대가 되고 싶었다. 교복을 벗어던지면 새 세상이 열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스무살이 되는 때부터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두 살 정도를 덧붙이며 살았다. 그때 나는 노안이었으니까. 그러다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며 겁이 나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제 나이를 찾으려니 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였다. 나이는 일년마다 하나씩 먹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인생을 살아오며 느끼는 것은 젊음이 너무도 빨리 내 곁을 떠나간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나이가 들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풋풋한 유년기가 있었고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청년기가 있었다. 청춘에 아이콘은 사랑이다. 정말 그 시절에는 사랑이 생의 전부이다. 여자들은 모르지만 그 나이의 남자들은 주로 나누는 대화가 “이성”에 관한 것이다. 수다는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20대에 이미 확인 할 수 있었다. 변변한 카페도 없던 그 시절에는 골목길 남의 집 창문 밑에서 칠성사이다 한 병을 마셔가며 밤새 대화를 했다.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았던지.

어쩌다 마주친 그녀(그이)의 시선 때문에 잠 못 이루며 뒤척여야만 하였다. 스쳐가는 사랑 때문에 울고 맺어진 사랑 때문에 하늘을 난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치도록 좋아 다가가면 멀어지고 관심이 덜 가는 상대는 ‘나 없이는 못산다.’고 다가선다. 그래서 결국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 되는가보다. 사랑을 할 때는 영원할 줄 알지만 상대의 마음이 싸늘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이유도 모르는 체 지켜보는 것은 너무도 큰 고통이다. 청춘에게 이별은 죽음보다 힘든 순간임을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실연의 아픔을 겪어보지 않고 인생을 논할 수 있을까?

고 김광석이 부른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가 시작되면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그렇다. 정말 청춘은 언제까지 머물러 있을 줄 알았는데 30을 넘어서면 나이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어느 날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어떤 사람이 “아저씨”하며 길을 물어왔다. 나는 다른 사람을 부르는 줄 알았다. 바로 나였다. 그날 깨달았다. “아. 내가 아저씨가 되었구나!” 그날 그 사람이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그렇게 진짜아저씨가 되어가고 서른살 가을에 영화처럼 다가온 한 여인을 만났다. 나이에 쫓겨 서둘러 결혼식을 거행하고 우리는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돌을 지나며 딸이 외쳤다. “아빠!”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귀엽기도 하지만 손이 많이 가기에 바쁘기가 이를 데 없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때때로 성가시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쩌다 모임에 아이들을 동반하면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부산하다. 그런데 어리기만 하던 아이들이 금방 커버린다는 것을 그때는 깨닫지 못한다.

인생은 실로 산을 넘어가는 것과 같다. 저 산만 넘으면 평지가 펼쳐질 줄 알지만 그 산을 넘으면 더 높은 산이 버티고 있다. 그렇게 2011년의 산을 넘어 새로운 시간을 바라본다. 50대가 깊어가는 세밑에서 문득 청춘이 그리워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청춘의 아름다운 추억이 너무 많은 나는 부자임에 틀림이 없다. 세월은 가도 사람은 남는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지울 수는 없다. 회고해 보면 나의 젊은 날은 푸르름 그 자체였다. 나이가 알려주는 숫자에 파묻히지 않고 푸르른 마음으로 살아가련다. 조금은 철없는 모습으로 말이다. 지난 한해동안 매주 칼럼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독자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1. 고부(姑婦) 사랑 3/15/2012

    고부갈등은 드라마의 단골소재이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부로 겪는 가족관계이기도 하다. “고부갈등은 사주팔자에도 안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멀기만 하고 먼 것 같으면서도 챙겨야만 하는 묘한 관계이다. 이런 말...
    Views72452
    Read More
  2. “1박 2일” 마지막 여행 3/7/2012

    세상의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에 밀려오는 서운함은 감당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나는 초등학교를 5군데나 다녔다. 순경아버지를 둔 덕분(?)에 일어났던 일이다. 가장 오래 다녔던 ...
    Views73867
    Read More
  3. 모나미 볼펜 3/7/2012

    우리세대는 연필세대이다. 연필의 이점은 잘못 썼을 때에 지우면 된다는 데 있다. 문제는 연필의 질이었다. 부러지기 일쑤였고, 가끔은 쪼개지는 일까지 속출하였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아이들이 쓰는 연필은 고급 중에 고급인 셈이다. 공책도 질이 떨어져서...
    Views74473
    Read More
  4. 가슴으로 만나야 한다 2/25/2012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만남”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먼저 “숙명적 만남”을 갖는다. 그것이 가족이고 집안이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그런 분들이 나의 부모님이셨다. ...
    Views73562
    Read More
  5. 나는 엄마다 2/25/2012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1년 만에 예쁜 딸이 태어났다. 얼마나 착하고 말을 잘 듣는지 가정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자라며 놀이방에 맡겼는데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게 &ldquo...
    Views72048
    Read More
  6. 덕구의 빈방

    밀알선교단 설립 25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빈방있습니까?”가 지난 주간 나흘동안 이어졌다. “덕구”는 연극 “빈방있습니까?”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지능이 현저히 낮고 말이 어눌하다. 성탄절...
    Views63565
    Read More
  7. 지금 1/25/2012

    이메일을 열었다. “멀리계신 스승님께”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목사님”이라고 불리우는데 익숙한 나에게 “스승님”이라는 호칭은 느낌을 새롭게 한다. 교육전도사 시절에 만났던 제자에게서 온 편지였다. 새해 ...
    Views75255
    Read More
  8. Honey! 1/25/2012

    어느 날 어떤 인연으로 남녀가 만나고 서로를 사랑하기에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부부는 어느새 닮아간다. 생김새만 닮는 것이 아니고 성격도 취향도 같아진다. 그래서 부부는 정말 신비하다. 지난 주간 어느 노...
    Views67655
    Read More
  9. 아름다운 빈손 1/25/2012

    “한경직 목사의 아름다운 빈손”<KBS>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이미 고인이 된지 오래지만 한 목사님은 한국교회 127년사에 존경받는 목회자로 귀감이 되고 있다. 66년 전 27명으로 시작한 영락교회는 이제 5만 명이 넘는 성도들이 모이는 대형교회...
    Views65796
    Read More
  10. 젊은날의 푸르름 12/31/2011

    또 한해가 떠나려고 손을 흔들고 있다. “2011년”이라는 어색한 이름을 부르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든 한해가 내 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 세월을 흘려보내는 일에 이골이 날만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맘때 찾아오는 서운함은 감출길이 없...
    Views73810
    Read More
  11. 성탄의 축복이 온누리에! 12/26/2011

    어린 시절에 성탄절은 꿈의 날이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았으면서도 성탄이 가까워오면 이상하게 가슴이 설레었다.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리며 그날을 기다리고 첫눈이 휘날리는 한가운데에 서서 그날을 바라보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밤늦게까지 버티다가 눈...
    Views76896
    Read More
  12. 빨리 빨리! 12/26/2011

    우리 한국 사람들의 특징은 조급함이다. 식당에 들어서서 제일먼저 하는 말은 “여기 빨리 주문 받으세요”이다. 메뉴 주문을 받고 돌아서는 종업원에게 또 한마디를 한다. “아줌마, 빨리 주세요.” 유럽에 있는 레스토랑은 식당을 열고...
    Views62670
    Read More
  13. 떠나가는 분을 그리며 12/26/2011

    9년 전 필라델피아에 와서 밀알사역을 감당하면서 눈에 들어온 후원자의 이름이 있었다. 특이하게 이름이 네 자였다. “남궁” “독고” “황보”성을 가지신 분들은 자연스럽게 이름이 네자가 나올 수 있지만 그분은 나처럼 &...
    Views65072
    Read More
  14. 기적은 있다 12/15/2011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별 일들을 다 만나게 된다. 나에게는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에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좋은 일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는 극한 고난을 만날 때에 사람은 당황한다. &ldquo...
    Views66648
    Read More
  15. 잘 되는 나 12/8/2011

    이것은 ‘긍정의 힘’의 저자 조엘 오스틴이 내놓은 역작의 제목이다. 너무 노골적이지만 현대인들은 그런 취향에 익숙해 진지 오래이다. 조엘 오스틴의 책을 접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을 나도 느낀다. 아마 그것은 정식으로 신학을 하...
    Views65563
    Read More
  16. 동보극장 간판 예술가 12/8/2011

    평생 경찰로 살아오시던 아버지는 퇴직을 하시자마자 모든 것을 정리하여 서울행을 결심하신다. 내 나이 16살에 나는 그렇게 꿈꾸던 서울사람이 되었다. 밤이 되면 거리를 수놓는 현란한 네온사인 불빛이 어린 가슴을 설레이게 하였다. 처음에는 어리버리하던...
    Views76484
    Read More
  17. 남편은 애물 덩어리 11/30/2011

    부인들이 앉아 남편 흉을 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둘러치다가 누군가가 말했다. “그러기에 남편은 애물덩어리야. 집에 혼자 두면 ‘근심덩어리’, 밖에 데리고 나가면 ‘골치덩어리’, 마주 앉으면 ‘웬수덩어리’, 거기...
    Views67630
    Read More
  18. 장애 여동생을 향한 마음 11/30/2011

    언젠가 장애를 가진 여동생을 둔 한분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여동생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견디기 힘든 시간이 많았다.”는 고백부터 “그 여동생을 한국에 남겨두고 미국에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어질 때가 많다.&...
    Views76175
    Read More
  19. 이런 인생도 있다 11/6/2011

    지난 초여름 한국을 뒤집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케이블·위성 방송 오락채널인 ‘티브이엔’이 야심차게 방영한 “코리아 갓 탤런트” 첫 회에 출연한 “최성봉”이란 젊은이 때문이었다. “코리아 갓 탤런트&rdqu...
    Views67658
    Read More
  20. 낙엽속에 숨겨진 인생 10/27/2011

    밀알의 밤이 막을 내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엄청난 인파가 자리를 메우고 들뜬 분위기로 밀알의 밤은 연출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을 자랑하고 그것을 행사의 성공기준으로 삼는 것 같은 속성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놀랐다. 금년 밀알의 밤...
    Views7599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