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2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교 시절에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박계형의 소설이었다. 그녀의 소설은 우선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가 실눈을 뜨고 ‘뜨락’을 바라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간혹 야한 장면이 여과 없이 표현되어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모른다. 박 작가는 다작을 양산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다 그렇고 그런 부류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이 박 작가의 독특한 색깔을 드러내었던 것 같다.

 

 “첫정이 트이는 시절” “회상” “인생의 반은 이별이어라” “어느 투명한 날의 풍경화”등 그녀가 쓴 책은 사람의 손이 저절로 가도록 제목을 붙였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잊혀 지지 않는 소설은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이다. 소설의 내용은 세월이 너무 흘러 가물가물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은 그 만남이 길지 않고 여인을 짝사랑하던 남자의 잔인한 복수극이 이어지고, 나중에는 두 남자가 이념 때문에 대립하는 줄거리로 기억이 된다. 그 책 속에 나오는 구절이 생각난다. “내일이면 오늘도 과거가 된다. 어제도 언젠가는 미래의 위치에 서서 숱한 사람들의 기다림의 시점이 되었던 적도 있었으리라! 그래서 과거란 아름다운 추억들로만 남는가 보다” 정말 기가 막힌 표현이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기억들이 많다. 반면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기억을 안고 산다. 우리의 뇌는 과거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저장고」이다. 그 증거는 “꿈”이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그림들이 꿈속에서 춤을 출 때가 있다. 깨어나서도 ‘얼토당토’ 않게 그런 꿈을 꾸었는지 고개를 ‘갸우뚱’ 할 때가 있다. 그것이 뇌의 작용이다. 뇌 속에 많은 것들이 저장되어 있다가 의식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무의식에서 깨어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물론 뇌도 저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버리는 것도 많다. 필요한 것을 잘 저장하여 두었다가 필요할 때에 ‘즉각, 즉각’ 떠올리고, 또 이것저것들은 섞고 합하여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꺼내 쓰는 사람을 우리는 ‘유능한 사람이라’. 혹은 ‘창조적 인재’라 한다.

 

 얼굴이 굳어있고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이 있다. 반면에 항상 미소 지으며, 말에는 상냥함과 친절함이 넘쳐흐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고 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일도 함께 하고 싶어진다. 어떤 사람은 얼굴이 항상 환하다. 어떤 사람은 항상 인상을 쓰고 ‘툴툴’ 거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행복한 사람은 뇌에서 행복을 일으키는 화학작용이 일어나 ‘엔돌핀’ 내지는 ‘세로토닌 호르몬’ 적당량의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세포학’이나 ‘뇌 과학’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인간의 마음이 가슴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 화학작용에 의해 행복과 불행을 느낀다’는 학설이 거의 정석화되었다.

 

 인생을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자꾸 되뇌이고 추적을 하다보면 결국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다. 그 행복을 성경은 “축복”(Bless)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기쁨”(Joy)이 된다. 결국 사람은 무엇을 하든지 기분이 좋으려는 목적에 다다른다. “기쁨”이 무엇인가? “기가 뿜어져 나오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왜 사는가? 기쁘려고 사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기쁘면 행복하다. 기쁨이 사라지면 사람은 금방 지쳐버린다. 삶의 욕망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자신은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게 된다.

 

 2023년의 마지막 달 12월이다. 냉기가 흐르지만 싫지 않은 겨울 풍경을 마주하고 비스듬히 누워보자. 그리고 이미 지나가 버린 그 순간, 정말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으로 생각 여행을 떠나보자! 누구나 가만히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 그리고 손을 내어 밀면 잡힐 듯 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생각만 하면 ‘피식’ 웃음이 피어나오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가는 길, 가는 동안 ‘쉴 만한 자리’가 있다. 우리 있는 이 자리. 오래 있어도, 먼 날 지나도, 우리 기억 속 가장 나중까지 향수로 남을 그런 자리가 바로 이곳이라면 좋겠다.


  1. No Image

    H-MART에서 울다

    희한하다. 딸은 나이가 들어가며 엄마를 닮아간다. 사춘기 시절 엄마가 다그칠때면 “난 엄마처럼 안 살거야” 외쳐댔다.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이 엄마를 너무도 닮았다. 아이들을 야단치며, 거친 말을 내뱉을 때 스스로 놀란다. 그렇게 듣기 싫은 ...
    Views8333
    Read More
  2. No Image

    이런 인생도 있다

    지극히 평범한, 아니 처절하리만큼 모진 삶을 살다가 미국 한복판에서 미군 고급장교로 인생을 마무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진규 씨의 기사를 접하고 혀를 내둘렀다. 학력이 뛰어났다든가? 어릴때부터 머리가 명석했다든가?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분이 ...
    Views7883
    Read More
  3. No Image

    하트♡

    우리가 사용하는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사랑”이다. 사람을 사랑속에 태어나 사랑을 받고 사랑으로 양육되어진다. 간혹 어떤 분들은 “자신은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면밀히 삶을 돌이켜보면...
    Views7808
    Read More
  4. No Image

    있을 수 없는 일?

    가끔 정신이 ‘멍’해지는 뉴스를 접할때가 있다. 상상이 안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밀알선교단 창립 45주년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지인과 서울을 오가다가 성수대교를...
    Views7781
    Read More
  5. No Image

    “자식”이란 이름 앞에서

    누구나 태어나면 자녀로 산다. 부모가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 그늘 아래에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된다. 철없이 투정을 부리고 때로는 부모의 마음을 속타게 하며 자라난다. 장성하여 부모가 되고 나면 그분들의 노고와 ...
    Views8034
    Read More
  6. No Image

    오체불만족

    일본인 ‘오토다케’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산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낳은 뒤 한 달 후에야 어머니와 첫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놀라지도 않고 “귀여운 우리 아기”라고 말하며 아가를 끌어안는다...
    Views8381
    Read More
  7. No Image

    화장은 하루도 못가지만

    낯선 사람과 마주치며 느끼는 감정이 첫인상이다. 어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①복장(服裝) ②헤어스타일 ③얼굴 표정 ④목소리 톤, 말투 ⑤자세로 밝혀졌다. 첫인상과 관련해서 ‘6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겨우 6...
    Views7713
    Read More
  8. No Image

    '무’(無)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왕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무’(無)라고도 하고 ‘영’(靈)이라도 했다. ‘그’라고 부르기는 하겠지만 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형체도 모양도 없었다. 실제는 그의 이름도 없었다. &ls...
    Views7908
    Read More
  9. No Image

    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진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에 쏟아지는 예측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간다. 무엇보다 예민한 것은 경제전망이다. 꼭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
    Views8375
    Read More
  10. 윤슬 =2024년 첫 칼럼=

    아버지는 낚시를 즐기셨다. 공직생활의 여유가 생길때마다 도구를 챙겨 강을 찾았다. 지금처럼 세련된 낚시가 아닌 미끼를 끼워 힘껏 강으로 던져놓고 신호를 기다리는 “방울낚시”였다. 고기가 물리면 방울이 세차게 울린다. 아버지는 잽싸게 낚...
    Views8386
    Read More
  11. No Image

    무슨 “띠”세요?

    2023년이 가고 2024년이 밝아온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가 나이를 물으면 바로 “몇살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대개 “저는 몇 년생입니다.”로부터 “저요? ○○ 띠입니다.”라고 해서 한참을 계산해야...
    Views8083
    Read More
  12. No Image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어느새 세월이 흘러 2023년의 끝자락이 보인다. 한해가 저물어감에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마음이 서럽지 않은 것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축제날이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 예...
    Views8004
    Read More
  13. No Image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나는 어린 시절을 시골(양평)에서 자랐다. 집 앞에 흐르는 실개천에 한여름 장마가 찾아오면 물의 깊이와 흐름이 멱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물이 불어난 그곳에서 온 종일 아이들과 고기를 잡고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동네 뒤편에는 병풍을 두른 듯 동산이 ...
    Views8689
    Read More
  14. No Image

    숙명, 운명, 사명

    살아있는 사람은 다 생명을 가지고 있다. 생명, 영어로는 Life. 한문으로는 生命-분석하면 살 ‘生’ 명령 ‘命’ 풀어보면 “살아야 할 명령”이 된다. 엄마의 태로부터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살라는” 명을...
    Views8006
    Read More
  15. No Image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고교 시절에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박계형의 소설이었다. 그녀의 소설은 우선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가 실눈을 뜨고 ‘뜨락’을 바라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간혹 야한 장면이 여과 없이 표현되어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춘기 ...
    Views8296
    Read More
  16. No Image

    개 팔자의 격상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
    Views8318
    Read More
  17.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8494
    Read More
  18. No Image

    등대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Views8436
    Read More
  19.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8845
    Read More
  20.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875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