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3.12.08 21:57

숙명, 운명, 사명

조회 수 130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살아있는 사람은 다 생명을 가지고 있다. 생명, 영어로는 Life. 한문으로는 生命-분석하면 살 ‘生’ 명령 ‘命’ 풀어보면 “살아야 할 명령”이 된다. 엄마의 태로부터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살라는” 명을 수행해야만 한다. 어떤 분은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뇌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그냥 사는 것이다. 살다보면 Life가 형성되어 간다.

 

 어린 시절, 방학 숙제 중에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일기였다. 모처럼 찾아온 해방감에 정신없이 놀다보니 개학은 다가오고 주어진 과제는 간간히 준비를 해왔지만 정작 밀려버린 일기가 난제가 된다. 날씨부터 어떠했는지 생각이 가물가물하고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결국 내용은 대동소이해 진다. 일어나서 밥먹고,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놀고, 잠을 잤다는 그렇고 그런 비슷한 내용으로 일기를 채워갔던 것 같다.

 

 그렇다. 한주간을 돌아보라!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아침에 차를 몰고 그 길로 출근을 한다. 간간히 점심에 지인들을 만나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눈다. 이후 그길로 운전하여 집에 당도한다. 거의 매일 309 도로를 탄다. 611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주간이 흘러 한 달이 가고, 이제 친숙했던 한해를 떠나보내는 시간에 와있다.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았어도 내게 주어진 일들을 차분히 감당하고 오늘 최선을 다했다면 잘 산 것이다.

 

 일본의 인재 육성 전문가인 마쓰오 가즈야가 쓴 <50부터 뻗어가는 사람, 시들어가는 사람>에는 ‘숙명’ ‘운명’ ‘사명’ ‘천명’ ‘수명’으로 구분되는 다섯 가지 인생을 소개하고 있다. 숙명(宿命)은 ‘깃드는 명’, 즉 날 때부터 우리 안에 깃들어서 바꿀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부모, 성별, 국적, 내 신체. 그것은 숙명이다. 운명(運命)은 ‘흐르는 명’이다. 흘러가는 인생인데, ‘표류할 것인가 항해할 것인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아무 뜻 없이 운명을 탓하며 사는 것은 결코 진취적인 삶이 되지 못한다.

 

 사명(使命)은 ‘쓰는 명’이다. 무엇을 위해 이 목숨을 사용할 것인지 성찰하고 실천하는 삶을 말한다. 천명(天命)이 있는데 ‘부여 받은 명’이다. 운명과 사명이 인간이 생각하는 삶이라면, 천명은 하늘이 계획하고 바라는 나의 인생이라 할 수 있다. 수명(壽命)은 ‘하늘이 정한 삶의 시간’이다.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이 인생의 답으로 들린다. “하나님,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를 주시고,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며, 그리고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50. 쉰살-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나이이다. 그 시간은 나에게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러나 그 선을 넘어선지 벌써 오래이다. 12월 1일(토) <다니엘기도회>를 26년 동안 이끌었던 오륜교회 담임 김은호 목사가 조기 은퇴(65세)를 했다. 감동이 밀려왔다. 1만명 성도를 뒤로하고 그는 젊은 후배에게 담임을 물려주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선한 열매가 맺어지려면 꽃이 떨어져야 한다. 내려서야 할 때를 아는 그분의 신앙에 경외감이 밀려왔다. 필라 교계에서도 평생을 한 교회에 헌신해 온 목회자들이 하나둘 은퇴를 하고 있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열정을 불살라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50이 되면 속도를 늦춰야 한다. 손을 떼야 할 때가 다가오는 세대이다. 인생 후반전은 50부터 판가름 난다. 생각의 틀이 바뀌면서 삶의 자세도 서서히 안정적인 모습을 가지게 된다. 감정은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발을 담그는 것이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 비우기, 가벼워지기, 그리고 뛰어들기, 용기와 상상력, 과거의 영광에서 내려오는 법을 익혀야만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성공의 욕구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바로 좌절 면역력이다. 결국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숙명을 타고 태어나 운명을 따라 살다가 사명을 깨달아 여기까지 왔다. 사명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이 현명하다.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고, 그분을 위해 달리는 삶은 나이가 들수록 아름답고 가슴이 벅차온다. 늦게 피는 꽃도 아름답다.


  1. No Image

    이런 인생도 있다

    지극히 평범한, 아니 처절하리만큼 모진 삶을 살다가 미국 한복판에서 미군 고급장교로 인생을 마무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진규 씨의 기사를 접하고 혀를 내둘렀다. 학력이 뛰어났다든가? 어릴때부터 머리가 명석했다든가?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분이 ...
    Views61
    Read More
  2. No Image

    하트♡

    우리가 사용하는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사랑”이다. 사람을 사랑속에 태어나 사랑을 받고 사랑으로 양육되어진다. 간혹 어떤 분들은 “자신은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면밀히 삶을 돌이켜보면...
    Views846
    Read More
  3. No Image

    있을 수 없는 일?

    가끔 정신이 ‘멍’해지는 뉴스를 접할때가 있다. 상상이 안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밀알선교단 창립 45주년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지인과 서울을 오가다가 성수대교를...
    Views879
    Read More
  4. No Image

    “자식”이란 이름 앞에서

    누구나 태어나면 자녀로 산다. 부모가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 그늘 아래에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된다. 철없이 투정을 부리고 때로는 부모의 마음을 속타게 하며 자라난다. 장성하여 부모가 되고 나면 그분들의 노고와 ...
    Views889
    Read More
  5. No Image

    오체불만족

    일본인 ‘오토다케’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산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낳은 뒤 한 달 후에야 어머니와 첫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놀라지도 않고 “귀여운 우리 아기”라고 말하며 아가를 끌어안는다...
    Views957
    Read More
  6. No Image

    화장은 하루도 못가지만

    낯선 사람과 마주치며 느끼는 감정이 첫인상이다. 어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①복장(服裝) ②헤어스타일 ③얼굴 표정 ④목소리 톤, 말투 ⑤자세로 밝혀졌다. 첫인상과 관련해서 ‘6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겨우 6...
    Views1012
    Read More
  7. No Image

    '무’(無)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왕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무’(無)라고도 하고 ‘영’(靈)이라도 했다. ‘그’라고 부르기는 하겠지만 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형체도 모양도 없었다. 실제는 그의 이름도 없었다. &ls...
    Views1323
    Read More
  8. No Image

    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진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에 쏟아지는 예측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간다. 무엇보다 예민한 것은 경제전망이다. 꼭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
    Views1414
    Read More
  9. 윤슬 =2024년 첫 칼럼=

    아버지는 낚시를 즐기셨다. 공직생활의 여유가 생길때마다 도구를 챙겨 강을 찾았다. 지금처럼 세련된 낚시가 아닌 미끼를 끼워 힘껏 강으로 던져놓고 신호를 기다리는 “방울낚시”였다. 고기가 물리면 방울이 세차게 울린다. 아버지는 잽싸게 낚...
    Views1393
    Read More
  10. No Image

    무슨 “띠”세요?

    2023년이 가고 2024년이 밝아온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가 나이를 물으면 바로 “몇살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대개 “저는 몇 년생입니다.”로부터 “저요? ○○ 띠입니다.”라고 해서 한참을 계산해야...
    Views1244
    Read More
  11. No Image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어느새 세월이 흘러 2023년의 끝자락이 보인다. 한해가 저물어감에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마음이 서럽지 않은 것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축제날이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 예...
    Views1206
    Read More
  12. No Image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나는 어린 시절을 시골(양평)에서 자랐다. 집 앞에 흐르는 실개천에 한여름 장마가 찾아오면 물의 깊이와 흐름이 멱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물이 불어난 그곳에서 온 종일 아이들과 고기를 잡고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동네 뒤편에는 병풍을 두른 듯 동산이 ...
    Views1125
    Read More
  13. No Image

    숙명, 운명, 사명

    살아있는 사람은 다 생명을 가지고 있다. 생명, 영어로는 Life. 한문으로는 生命-분석하면 살 ‘生’ 명령 ‘命’ 풀어보면 “살아야 할 명령”이 된다. 엄마의 태로부터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살라는” 명을...
    Views1309
    Read More
  14. No Image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고교 시절에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은 박계형의 소설이었다. 그녀의 소설은 우선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가 실눈을 뜨고 ‘뜨락’을 바라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간혹 야한 장면이 여과 없이 표현되어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사춘기 ...
    Views1247
    Read More
  15. No Image

    개 팔자의 격상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
    Views1411
    Read More
  16.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1552
    Read More
  17. No Image

    등대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Views1340
    Read More
  18.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1886
    Read More
  19.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2063
    Read More
  20.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228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